인도 여행을 가는 지인과 카톡을 하면서 걱정을 함께 한 것은
선교여행이라 인도에서도 오지나 아주 열악한 곳으로 가게 될 터인데
이분이 그 환경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왜 유난히 깔끔해서 벌레에 취약한 분이 있잖아요.
여럿이 같은 장소에 있어도 유독 벌레에 많이 물리고 물린 피부가
부어오르고 하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젤 무서운 게 날벌레라고 할 정도라
우리가 듣기에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인도를 간다니 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침대시트를 한 장 가지고 간다고 하기에
우리 어머니랑 위생관념이 비슷해서 웃었습니다.
(어머니는 꽃보다 아름다워)
우리 어머니도 남의 침구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 오셔서도 본인이 가지고 온 얇은 시트와 대형 타월을 사용하셨습니다.
어머니 성품을 아는 터라 어머니께서 사용할 침구는 미리 빨아서
깨끗하게 준비해 두었는데도 내가 깔아드린 이불위에 어머니께서 가지고 온
얇은 면 패드를 깔고 어머니 타월을 베개에 깔고 어머니 대형 타월을 덥고 주무셨습니다.
딸집에서도 그러시는데 다른 곳에 가시면 오죽하겠어요.
몇 년 전 어머니를 모시고 중국백두산을 다녀오는데도 그러셨어요.
여행은 짐을 줄여서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가야하는데
어머니는 이불을 싸가지고 다녀야 하니 가방이 큽니다.
울릉도에 가서는 숙박시설이 말이 호텔이지 조그만 여인숙 수준이라 그런다고 쳐도
울릉도를 오며가며 잔 묵호에서는 시설이 좋고
위생적인 곳이었는데도 그러셨습니다.
(동해 망상해수욕장 일몰시간에)
몇 년 전 큰 태풍이 온다고 해서 방송에서 고층아파트에 사는 집들은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리 강한 바람에도 유리가 파손되는 일이 없고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10층이라 방송에서 하라는 대로 노란 공업용테이프를 X자로 붙였습니다.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고 나서 떼어내고 보니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접착면이
그대로 유리에 붙어있어서 지저분했습니다.
창밖을 볼 때마다 지저분하단 느낌은 들지만 그걸 닦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해서 집에 오니까 어머니께서 파스를 찾으셨습니다.
어깨가 아프다고 하셔서 여행 후라 몸살이 나나 했더니
그게 아니고 하루 종일 베란다 청소와 유리창을 닦으셨다는 겁니다.
한이네도 본가에 가고 없으니까 기회는 이때다 하시고 말리는 사람 없이
혼자서 베란다 청소를 하시고 나니 어깨가 아파서 파스를 찾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칼끝을 사용해서 유리창에 남아있던 본드 부분을 긁어내고
유리창을 맑고 투명하게 닦아놓으셨습니다.
베란다 창틀에도 먼지가 끼어 있다고 커다란 창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묵은 먼지를 제거하고 베란다를 방처럼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셨습니다.
어머니께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다치신다고 파스를 붙여 드리면서 화를 냈지만
어떻게 먼지를 두고 보냐고 하시면서
베란다나 유리창을 어떻게 그래 놓고놓고 사냐고 야단만 맞았습니다.
나도 지지 않고 창틀에 먼지가 뭐라고 하느냐고 그냥 살아도 된다고 우겼더니
어머니는 그 먼지가 다 집안으로 들어온다고 하시면서 아기도 있는데
청소 좀 깨끗이 하고 살라고 저녁 내내 잔소리를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먼지나 지저분한 것은 언제라도 닦아내야할 적으로 인식하십니다.
손이나 시선이 닺지 않는 곳의 먼지는 대게 무시하기 마련인데
어머니 눈에는 먼지만 띄는 것 같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게으른 딸을 보면서 한탄하시길
“어째 너는 내가 키운 딸 같지가 않다.” 이러셨습니다. ^^
나는 정말 우리 어머니의 깔끔하고 부지런한 성품을 안 닮았습니다.
게을러서 먼지 같은 것을 적으로 삼아본 역사가 없습니다.
우리어머니는 걸레인지 주방용 행주 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깨끗한 걸레를 늘 손에 들고 계시고
어디를 가셔도 손 씻을 곳을 먼저 찾으시고
물이 많은 동네는 좋은 동네라고 여기십니다.
어머니께서 베란다 정리를 말끔하게 해 주신 덕에
한이를 위한 여름 풀장을 개장했습니다.
아기들이 어리다보니 빨래가 무척 많아서 빨래를 말리려고 보니 베란다에
빨래건조대만 두개가 있고 아이들 유모차가 신생아용과 유아용 2대이고
자전거가 한 대, 그네에다가 미끄럼틀, 씽씽카까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베란다를 창고처럼 쓰고 있었는데 요리조리 정리를 해 주셔서
커다란 공간이 생기기에 고무튜브로 된 풀장을 만든 것입니다.
목욕탕 비닐 커튼을 떼다가 베란다 창을 조금 가리고 한이가 수영을 하고
놀 수 있게 해 주었더니 너무 좋아하고 잘 놉니다.
창고나 빨래 건조 정도의 용도로 쓰이던 공간이
풀장으로 변신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집은 역시 꾸미고 활용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순이
데레사
2015-07-12 at 22:29
우리집에도 테프를 붙여 놓았는데 그게 말끔히 떨어지지 않고
지저분한채로 있던걸 이번에 북경서 온 딸이 깨끗이 닦아
주었어요.
땅콩버터를 발라서 조금 두었다가 닦더군요.
그러니까 거짓말처럼 말끔해졌어요. 힘도 안 들이고요.
세상에나 그렇게나 쉬운 방법이 있더라구요.
한이의 풀장개장, 축하해요. ㅎㅎ
리나아
2015-07-30 at 06:00
물놀이를 좋아하네요.
한이 많이 컸어요.
이쁩니다.
리나아
2015-07-30 at 06:07
여전히 바지런하시고 깔끔하신 어머니
그만그만하시니 참 좋습니다.
언제나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