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이동식 변기와 1회용 팬티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아기의 빨래 말리는 일도 큰일입니다.
종이 기저귀를 사용해서 기저귀 빨래는 없다고 해도 작은 손수건,
땀에 젖은 옷이 여간 많은 게 아닙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 주지만 널고 게는 일도 품이 많이 듭니다.
빨래를 널고 겔 때마다 종이 귀저귀가 환경엔 나쁘지만 편리한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내가 아이를 키울 때만 해도 면 기저귀를 사용했습니다.
아기를 가지면 소창을 사다가 150cm 정도로 잘라서 양끝은 감침질로
올이 풀리지 않게 해서 삶아 빨아 햇볕에 널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등
기저귀 준비하는 것이 큰일이었고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언니 등이 장만해서
출산 선물로 주기도 했습니다.

아기의 쉬나 응가가 묻은 기저귀를 깨끗이 삶아 빨아서 햇볕에 말려
개켜놓는 것이 산모와 가족의 큰 일거린데,
요즘엔 인터넷 쇼핑몰에 주문하면 하루 만에 배달해 주는 종이 기저귀가
있어서 더없이 편리합니다.
냉장고나 텔레비전 형광등 인슐린 복사기 나일론 같은 것이
세상을 바꾸고 인류를 발전시킨 크나큰 발명품으로 말하는데
그 속에 종이기저귀도 있습니다.
요즘엔 소창 기저귀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편리함 때문입니다.

아가가 태어나면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줘야하는 전적으로 부모를 의지하는
시기가 있고 조금씩 자라면서 자의식이 싹트면 기저귀를 떼고 스스로 밥을 먹고
독립된 생활을 하지만 장년기를 지나 노년기가 오면 대소변 문제가 발생합니다.
남자는 전립선의 문제가 많아지고 여자는 요실금 같은 배뇨장애로 고생합니다.
나이 먹어 기운이 점차 소진되고 더하여 인지장애가 겹치면 심할 경우 스스로
숟가락 사용을 못해서 떠먹여 드리고 대소변을 못 가리기 때문에 기저귀를
사용해야하는 유아기 같은 때가 다시 돌아옵니다.
누구나 나이 들어 소망은 화장실 출입을 스스로 하다가 가길 바라지만
골절 같은 사태를 당하면 꼼짝없이 누워서 대소변을 받아냅니다.

대부분 어르신들은 기저귀 사용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어쩐지 모욕을 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예 인지가 떨어져서 기저귀를 사용하는 것을 모르면 모를까
인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사용을 거부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입니다.
휠체어를 타고라도 활동이 가능하면 일자형 기저귀 대신에 팬티형 기저귀를 사용합니다.
요실금 같은 문제로 팬티기저귀를 사용한 경력이 있는 분들은
그냥 면 팬티를 입듯이 기저귀 팬티에 대해 친숙합니다.

어떤 할머니는 당뇨로 오랜 세월 고생하고 최근엔 결국 순환장애로
발가락이 상해서 잘라내는 수술을 했습니다.
걸음이 불편하고 당뇨의 문제에 더하여 인지장애와 기력저하로 인하여
가족들의 보살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워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력도 떨어지고 발가락 수술로 인하여 발을 딛고 서지를 못해서
화장실 출입은 난제 중에도 난제가 되어 입원이 불가피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분은 입원 생활 중 낮에는 침상 옆에 두고 쓰는, 의자처럼 생긴
이동식 변기를 사용합니다.
간병인의 도움으로 침상을 붙잡고 발자국을 거의 떼지 않고 침상 옆으로
내려와 변기를 사용할 수 있기만 해도 다행입니다.
밤엔 침상을 내려오는 것도 어려우니까 팬티형 기저귀를 사용합니다.

할머니께서 입원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온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모습이 특이했습니다.
기저귀는 일제로 바꾸고 이동식변기는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다시 가서 바꿔오라고 했습니다.
병원물품도 있는데 그것 보다는 키토산이 들어있고 은나노 혼합처리가 된
일제 팬티기저귀가 좋다는 얘기를 어디서 듣고 아들에게 주문하시는 겁니다.
50대 중반쯤 된 며느님은 아무 말도 안하고 입원 후에 여러 가지 준비로
들락날락 하느라 몹시 지쳐 보이는데 사가지고 온 변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꽃무늬가 있는 변기로 바꿔가지고 오라고 하니 마음이 몹시 불편한 듯
대꾸하지 않으려고 병실 밖으로 나갑니다.
어쩐지 기저귀나 이동식 변기는 아들에게 말하기 곤란해 보이는데
할머니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휴지 한통 가지고 오라’는 말 보다 가볍게 주문합니다.
아들이 알았다고
“바꿔주려나….” 혼잣말을 하면서 설치했던 변기를 접어서
다시 박스에 넣으며 어머니 눈치도 보고 병실밖에 있는 아내도
신경 쓰여하는 모습이 보기가 딱했습니다.
아들이 국산 1회용 팬티와 이동식 변기를 싸들고 가더니
일제 기저귀와 꽃무늬가 있는 변기로 바꿔가지고 왔습니다.
이동식 변기도 많이 발전해서 처음엔 스틸로 된 지지대에
변기만 있는 상태였지만 이젠 의자가 더욱 편리해졌고 꽃무늬까지
변기커버에 아롱아롱 거리고 색깔도 예뻐졌습니다.

그걸 본 할머니는 만족하셔서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아들아 고맙다. 며눌아 고맙다. ”
이 말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여러 번 반복해서 노래 하 듯 하시는데
나는 부적절한 상황인 것은 알겠는데 설명하긴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
기저귀나 이동식 변기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르는 것을
인지가 좋다고 해야 할 지, 인지가 떨어진다고 해야 할 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데 취향까지 고려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지만
기저귀는 일제로 변기는 꽃무늬로 이런 주문은 취향하고는 좀 달라 보입니다.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조금 슬프다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데레사

    2015-07-25 at 07:38

    딸 친구가 86세된 어머니에게 꽃무늬가 있는 빨간색 예쁜지팡이를
    백화점에서 사다 드렸드니 동네 노인정에서 난리가 났다나요.
    너무 예쁘다고, 자기도 사고 싶다면서….

    의료용기랄까 신체불편에 따르는 보호장구도 예쁘면 더 좋을것
    같긴 해요. 그렇다고 바꿔오라고 하면….

    나이들고 모든 기능이 다 떨어지고 자기만을 아는 본능만이 남을때가
    제일 걱정 스러워요.   

  2. 양송이

    2015-07-28 at 23:34

    어린 아이들에게도 자기 취향은 확실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나이 먹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습관성까지 곁들여지니 굉장할 것 같습니다.

    자주 오지 못하고 가끔 한 번씩 들리는 편인데
    올 때 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십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3. 리나아

    2015-07-30 at 06:03

    데레사님 댓글보니 저도…며느리가 64세 이 시에미한테
    빨간색 예쁜 지팡이를 열흘전
    집에와서는.. 무슨 날도 아닌데 선물?주어서…느닷없이 받았네요!!!.
    첨엔 머 한 2.3만원 짜리 정도 되는거려니 했는데 웬? 정가가.18만원이나 하는 거
    더군요…집에 등산용 지팡이가 몇개 있어도
    아직까진 지팡이 가격을 잘 모르고 살고있는데…
    나 원 참. 솔직히, 그리 비싼 지팡이..아직 필요 없는데..하고 보면서 고민좀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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