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전천후 노동, 밥 먹기도 어려워요.

이번주는 어린이집이 방학을 해서 한이가 집에 있습니다.

방학 중에 한이 예방접종을 할 게 있어서
점심시간 전에 소아과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한이가 태어난 산부인과에 소아과가 있어서
영유아검진이나 예방접종 같은 것을 그 병원에서 합니다.
까꿍이도 그곳에서 태어났으니 마찬가지구요.
이번에 맞은 주사는 폐구균으로 전에는 선택접종이어서 접종비가 9만원 정도하는
비싼 예방주산데 요즘엔 기본접종으로 되어 국가에서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공짜로 접종해 줍니다.
폐구균 접종은 폐렴 예방은 물론 급성중이염에도 예방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영유아기에 꼭 맞아야 하는 의무 접종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입니다.
꼭 필요한 예방 접종은 다 무료로 해 줍니다.

나는 근무 중에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일찍 병원에서 나왔고
아이 둘을 업고 걸리고 해서 집에서 온 딸 가족을 소아과에서 만났습니다.
주사가 뭔지 아는 한이는 이미 기분이 나빠서 병원에 안 들어가겠다고 하고
까꿍이는 뭔지 모르니까 방글거리고 웃습니다.
몸무게와 키를 재는데 한이는 칭얼거리기 시작합니다.

한이가 어린이집에 가서 몇시간 놀다 오면좀 나은데 방학이다 보니
한이엄마는 젖먹이 아이와 함께 활동량이 많은 네 살짜리
한이를 대리고 하루 종일 씨름하느라 몸살이 날 지경입니다.
7개월로 접어드는 아기는 이유식을 해야 하니 이유식 장만하는 일도 쉽지가 않습니다.
야채국물을 내고 쌀을 갈아 넣어서 죽을 쑤어 먹이기도 하고
소고기 죽을 끓이기도 하는데 아기가 먹는 양은 어른 숟가락으로 두어 숟가락이나 될까
그래도 심혈을 기울어 썰고 갈고 삶고 짜고 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작은 아이는 주사가 아직 뭔지를 모르니 의사선생님을 만나도
방글방글 웃기만 하고 주사 맞을 때 만 살짝 울고 마는데 한이는 그게 아닙니다.
주사를 놓기 전에 청진을 하고 귀와 목을 보는데 이미 울음보가 터졌고
팔에 주사를 맞고 나더니 팔을 움직이지 못하고 자지러지게 웁니다.
까꿍이는 딸이 띠로 해서 앞으로 매고 나는 한이를 업고 병원을 나오려고 하니
한이가 쉬가 마렵다고 쉬~~쉬~~ 합니다.
화장실을 빨리 찾아 들어갔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옷에 실례를 해서 바지가 젖어 있습니다.
한이는 울다가 요의를 놓쳤나 봅니다.
아이가 울면 아이만 정신없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더 정신이 없어집니다.

아이들 예방접종하고 점심을 맛있게 먹자고 계획을 하고 나온 길이지만
우는 아이를 대리고 식당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택시를 태워 집으로
들여보낼까 했는데 딸은 내가 점심을 굶을 것 같으니까 밥을 먹고 가자고 합니다.
한이도 울음 끝이 아직 남은 가운데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합니다.

오줌을 싸서 축축한 바지를 입은 한이를 업고 네 식구가 롯데백화점으로 갔습니다.
유모차를 하나 빌려서 한이를 태우고 이왕 나왔는데 밥이나 먹고 가자고 용기를 내어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어린이옷을 파는 6층에 가서 세일중인
반바지를 하나 사서 갈아입혔습니다.
이미 내 옷에는 한이 쉬가 잔뜩 묻었지만 누가 알아보지 못하니 다행입니다. ㅎ
뜨거운 것은 아이들 하고 먹을 엄두가 안 나서 고른 장소가 롯데백화점 3층에 있는
스시 뷔페 집이었는데 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4인용 식탁에 칸막이가 되어 있는 자리를 안내 받아 앉았습니다.
한이는 울음을 그치긴 했는데 주사 맞은 팔이 아프다고
내손을 꼭 잡고 의자에 앉아서도 놓지를 않습니다.
순간 주사가 잘못 되었나 싶어서 걱정도 되고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고 손을 마주잡고 있으려니 웃음도 났습니다.
식당에 들어온 이상 뭐라도 가져다 먹어야 하는데
딸은 까꿍이가 매달려 있고 나는 한이가 매달려 있으니 움직일 수 없어서
아무리 맛있는 것이 있어도 그림에 떡이라 둘다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후식으로 먹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있기에 아이스크림 가지러 가자고 한이를 달래서
겨우 몸을 일으키면서 손을 놓기는 했는데 이번엔 업고 가자고 합니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할머니가 가서 가지고 오겠다고 해도 안 되고 함께 손잡고
걸어가자고 해도 안 되어서 결국은 한이를 업고 한손을 한이 궁둥이를 바치고
한손은 아이스크림 컵을 들었는데 아이스크림 기계를 눌러서 짜야 나오는 거라

난 손이 없어서 한이 보고 아이스크림 기계를 누르라고 했더니

아파서 꼼짝도 못하던 팔을 들어서 기계를 누릅니다.
속으로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그래도 한이 비위를 건드리면
또 손해가 나겠기에 모르는 척 하고 자리로 돌아와 아이스크림을 떠 먹였습니다.
한이 보고 떠먹으라고 했더니 저는 팔이 아파서 안 된답니다.
그나마 내 한손은 한이가 두 손으로 잡고 있어서 한손으로 아이스크림을 떠 넣어주자
잘 받아먹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작은 볼로 세 번을 먹고 나더니 기분이 나아집니다.
그래서 한이에게 엄마하고 할머니하고 밥 좀 먹자고 하면서
음식을 가져 오겠다고 했더니 다시 업으라고 합니다.
한이만 그러지 않으면 내가 얼른 음식을 날라오면 되는데 꼼짝을 할 수가 없습니다.
까꿍이마저도 엄마에게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습니다.

아이 둘에 시달려서 딸과 나는 지쳐있었지만 한이를 잘못 야단치면
이분위기 마저 폭발할 것 같아 염려되는 눈치고 딸이 참는 것이 보였습니다.
"엄마 그래도 뭘 좀 가져다 먹어보자. 엄마도 점심을 드셔야 일하러 들어가지."하고
나도 딸을 뭐라도 먹여 들여보내야 할 것 같아서 억지로 웃으며 서로 먹자고 권했습니다.
우리 딸은 까꿍이를 안고 나는 한이를 업고 한손으로 접시를 들고 다니면서
스시와 음식을 가져다 식탁위에 놨습니다.
한이를 의자에 내려놓으면 손을 잡아 주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업고 다녀야하고
모녀가 그런 상태에서 뭘 먹겠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어쩌면 재미있기도 했지만
너무 힘들고 지쳤습니다.
아마 우리 모녀를 바라보는 종업원들이 이상하다고 했을 것 같습니다.
(뭘 먹겠다고 애를 안고 업고 저렇게 기를 쓰는 가 그랬을 겁니다.)
우리 딸이 "엄마 저 사람들이 우리 이상하다고 하겠다." 그러기에
"괜찮아 어찌 되었든 먹자, 애 키울 땐 다 그런거지 뭐. 먹어야 애들을 보지."

이러며 격려를 했습니다,

두어 시간 우는 애를 달래고 업고 했더니 진이 다 빠져서 병원에 들어갔더니 보는 사람마다

"무슨 일 있어요?"
"어디 아파요? "
"안색이 안 좋아요."
"얼굴이 푸석해요." 이러는 겁니다.
난 두 시간 만에 이렇게 녹초가 되는데
우리 딸은 남편이 퇴근해 올 때까지 혼자서 계속 애 보느라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아이 둘을 키우느라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합니다.

언제 다 키워요?
정말 애보는 것 쉽지 않아요.

순이

1 Comment

  1. 참나무.

    2015-07-31 at 10:24

    울 현지니도 이번 주 방학이어서 우리도 오늘 점심먹을 때 한바탕 난리를 쳤지요
    딸은 아이 넷 키운 엄마답게 공공장소에서 떼쓰는 거 다 받아주지말라며
    조용한 장소에 데리고 가서 뭐라뭐라 하니까 조용해지더군요..ㅎㅎ

    …방금 지네집으로 보내고…이제사 후유~~ 한답니다.
    아기 돌보기 장난아니고말고요…^^
    저는 육아에 전념하는 따님이 참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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