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중심쯤 되는 사거리 한 모퉁이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우리 점방은 사랑방이 되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저절로 알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들도 동네에 사고가 나면 우리약국에 와서 물어봤습니다.
대게 다투다 보면 상처가 나기 마련이고 상처치료를 위해
붕대나 소독약이 필요해서 약국을 다녀갔을 확률이 높으니까
혹시 기억나는 일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하는 요청입니다.
사거리에서 애매한 교통사고가 나도 나에게 상황을 묻습니다.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는 사소한 접촉사고가 빈번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사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입구 골목이 협소한데 술에 잔뜩 취한 여인이 길을 막고 비틀 거리다가
지나가는 남자의 따귀를 때린 것입니다.
공연히 길을 가다가 따귀를 맞은 남자는 술 취한 여자의 손목을 잡고
파출소로 가자고 하고 여자는 안 간다고 발길로 남자를 걷어차고 있었습니다.
남자가 112에 전화를 걸려고 하자 전화기까지 뺏어서 땅바닥에 집어 던졌습니다.
여러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재미있어 하거나 지나쳤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신고해 달라고 남자가 요청했지만 다들 귀찮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내가 112에 전화를 걸었고 경찰차가 오는 것을 보고 나는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날 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여관방으로 끌고 가려고 해서 따귀를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고
일관되게 주장을 하니 남자는 순식간에 성폭력범으로 몰리게 되었고 남자와 여자가
상반된 주장을 하지만 억울해 하는데 여자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서 목격자 진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파출소로 가자는 남자의 말을 들었고 증언하지 않았으면
여자를 여관방으로 남자가 손목을 잡아 힘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는 말이
사실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경찰은 나에게 어떻게 되었는지 현장을 봤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나는 들은 대로 본대로 알려주었습니다.
며칠 후 그 남자는 정말 재수 없이 졸지에 성폭력범이 될 번했는데 피할 수 있었다며
경찰을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해 왔습니다.
그런 일 뿐 아니라 이웃에 소녀가장인 어린 소녀가 무슨 식당에서 일을 했는데
급여를 못 받고 있다고 하기에 내가 나서서 받아 주었고
이웃에 싸움이 나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립니다.
그러는 나를 동생은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말고 못 본 척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다 같이 침묵하고 있으면 어떡하겠습니까?
조선 블로그가 폐쇄 된다는 공고가 떴을 때 쿨하고 신사적인 분들은
"그동안 잘 놀아서 감사하다." 인사를 남기고 아무 불평 없이 이사를 갔습니다.
넓은 인터넷 세상에 어디에 둥지를 가진 들 무슨 문제가 있고 안 될 것이 있냐는 겁니다.
경우 바르고 예의 바르고 옳고 그르고 간에 누구랑 이견을 가지고 다투는 것 자체를
피하고 조용하게 사시는 이런 분들 존경합니다.
기한을 정한바 없이 세를 살다가 주인이 나가라고 하니
미련 없이 나가는 것이 정당하고 맞는 일입니다.
어떤 분은 이사 갈 곳을 마련해 놓고 집수리를 하면서
아직 기한이 남았으니 이쪽저쪽을 다니는 분도 있습니다.
이 또한 현명한 일입니다.
한꺼번에 하는 이사보다 천천히 짐을 먼저 옮겨놓고
이쪽엔 한발 한발 발을 빼면 되니까요.
나도 이 방법을 쓰고 싶은데 어쩐지 조블이 떠나기 싫고
만약 조블이 문을 닫으면 나도 블로그를 그만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같이 대책 없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용기도 없고 새로 뭔가를 시작할 열정도 없어서
딱히 어디로 가기가 엄두가 안 나는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또 가본들 환영받을 처지도 아니고
놀던 물에서 그냥 더 놀고 싶은 것입니다.
어차피 올해 말까지라는 기한이 있으니
조선닷컴과 타협을 벌여 보는 것도 블로거들의 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붙이기 어렵고 한번 맺은 인연은 죽을 때까지 그냥 가지고 가는,
잇속을 챙기기보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기 싫거나 힘든 분들은
조불 존속을 위해 의견을 내 보는 것입니다.
조불 존폐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조선닷컴과 블로거들이 서로
타협점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해 볼 만한 일이고좋은 일 아닙니까?
요즘에는 뭘 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즉석에서 리셋을 합니다.
리셋은 컴퓨터 용어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구 전체나 일부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거나
기억 장치나 계수기, 레지스터 따위를 영(0)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을 말합니다.
무슨 일을 할 때 잘 못하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리셋을 해 버려서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우리는 그게 쉽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reset 에 익숙한 세대가 아닙니다.
기왕이면 놀던 곳에서 지속적으로 놀고 싶을 뿐입니다.
장소를 제공한 분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면 그뿐이지만.
쌓아 놓은 글이나 이웃 간에 맺었던 정이 소중해서 쉬 그러기 어려워서
운영자도 만나보고 무슨 길이 있을까 노력해 보는 것뿐입니다.
타임캡슐에 묻어 둔 우리의 이야기는 누구와 꺼내 볼 건가요?
우리의 이야기가 지속되길 바라는 이유 중에 한 가지입니다.
그것도 리셋해 버리고 말 건가요?
한 시대를 공유한 추억이 있는 블로그라 미련이 많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면 전쟁을 하지 않고도 평화 할 수 있습니다.
순이
선화
2015-08-29 at 09:36
저도 조블이 끝나면 블로그는 접을겁니다 아마도…ㅎ
그러게요 먼저 간사람도 남아서 애쓰는 사람에게도
우리모두는 서로 측은지심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해 뭉쳐야지요!!!
벤자민
2015-08-29 at 15:23
그렇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조불이 없어진다는 건 분명 서운한 일이지요
희망이 있던 없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는 게 아름다운 일이 되겠지요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요
전 사실 평소 자주 글을 올리지도 않았고
또 바쁘면 한 보름씩도 안나타나고 한적도 있었지만
막상 이런 사태가 오니 그동안 이런 놀이터? 가 있었다는 게
새삼 행복으로 느껴지는군요
이건 그냥 농담으로 ^^
이번 일을 보면은 그냥 소리 없이 떠나 가는분이야 어쩌겠어요
다소 서운하지만 우리가 욕 할 입장은 사실 못되죠
그런데 평소에 엄청 활약을 하시던 몇 분들은 이해 할 수없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래서 순간 혹 조불 위장 불로거 ㅋㅋ 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ㅎㅎ
왜냐하면 평소에 글도 조리있게 논리적으로 잘 적던 분들이고
또 조회수도 상대적으로 엄청 많고 또 어떤 분들은 주위와 싸워가메
조불에서 자기 주장을 못 펼쳐 안달이더만 그런 분들은 다 지금 어디로 갔는지
모르겟어요ㅎㅎ 이상 하지요
전 첨에 조불 협상단을 모집한다고 참여를 요청 할 때
그런 분이 상당히 많이 참여하여 평소 같이 논리적으로 따지고 그럴줄 알았거던요
왜냐하면 그런 분들은 조불이란 불로그 덕을 사실 많이 본셈이고
자기 텃밭이 없어진다는데 남보다 엄청 저항을 해야 당연 한거 아닐까요
제가 참 이해 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분이 한 5~6 분 정도 되요
그래서 전 이분들 혹 위장 취업 하신분들 아닌가 하고 ㅎㅎㅎ
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기서 최소한 포스팅 100 번 이상을 하신 분들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봅니다
얼마나 중요한 자기 텃밭이고 놀이터 였읍니까
만약 자기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 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그냥 나가라면 요즘 한국사회에서 가만 있겟어요
뭐 평소 별 글도 없고 참여도 안하던 이름 뿐이던 불로거들이야 그렇다치고
그래도 한 100번 정도라도 포스팅을 하신 분들 정도 라면
최소한 존치운동에 발이라도 걸치고 참여를 해야 도리가 아닐까요
이일이 정당하던 안 하던 말이죠
말을 할라면 또 끝이 없을 것 같아 ㅎㅎ 너무 길었죠 이만 하고요
늦은 밤 잘 읽고 갑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데레사
2015-08-29 at 16:04
정말 말도 많고 탈도 없고 어디서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난
자칭 칼럼니스트들도 그리 많은지 모르겠어요.
이래도 트집, 저래도 트집….
그래도 순이님 힘 냅시다.
경영진 만나는것 까지는 마무리 해야지요.
노당큰형부
2015-08-30 at 05:44
만약에
이러다 조블이 정상화 되면
그땐 이분들이 또 뭐라고 할지…
아마도 보지도 않았던 사건현장의
주인공인 남자를 성 추행범으로 몰아 가지는 않을지…
그생각에 실소를 합니다.
ㅎㅎㅎ
양송이
2015-08-30 at 09:06
너무 오래 생각할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
非道가 如一하니
正道를 論하면 안 걸리는 사람이 없어서… 아닐까요? ^^
최소한 열 번 정도는 코피 터지도록 싸워봐야 상대방의 진짜 속내를 알 수 있습니다 .
닭싸움처럼 한 두 번 싸워보고 뭘 알겠다고 생각하는 건 속단이죠.
가을비 한 번 내릴 때 마다 겨울이 다가오듯
한 번 싸울 때 마다 속속 드러나는 것이 사람의 인격이란 물건이 아닐까요? ㅎㅎ
주은택
2015-08-30 at 22:09
아! 일산에 사신다고 알고있엇는데..
지난 30년 동안 한국에 나가면 꼭 일산 형님댁에
머물고 있었거든요..약국을 하시다면 한번쯤 슬그머니
가볼 수도 있었을텐데..하긴 뭐, 일산 전체에 약국이
최소한 백개? 는 될텐데..ㅎㅎㅎ 무슨 백화점이던가,
바로 뒤의 코오롱 아파트 였거든요..괜히 실없는 소리한건가?..죄송..
소리울
2015-08-31 at 09:49
네 동감입니다.
저도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보태겠습니다.
그러나 그도 저도 다 맞는 말이 아닙니까?
진인사 후 대천명이란 말을 저는 철저히 믿는 사람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순이님과 여러 블로거 님에게 찬사를 보내며..
요즘 뜨는 유행어 "가다가 못 가면 간 것만큼 이익이다."
저도 조블에서 놀고 싶습니다.
순이님과 함께요
좋은날
2015-09-01 at 02:55
손폰이 버벅대면 저도 그리합니다.
모든 기계는 기계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사람도
조블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에이그… 이노무 조선일보의 작금의 사태.
공수래 공수표.
갈적에 수표 끊어 저승길 노자로 쓴답디까?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가면 되얏지.
천년 만년 살줄로 저리 욕심을 한껏 부려 이문을 따져 사니… 원.
남에게 피해를 끼쳐가며 이문남겨 잘살고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