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고전읽기 대회였던 "자유교양경시대회"라는 것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삼국유사 구운몽 그리스로마신화 등을 읽게 하고 시험을 치는 교양경시대회입니다.
교양이라는 말도 요즘엔 이상하게 들리는데
교양경시대회라니요? ^^
학년별로 난이도를 조정한 고전도서목록이 선정돼 학교별·시도별·전국별로
교양과 지식을 겨룬 것으로 학교의 명예까지 드높이는 기회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 책깨나 읽는다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국민의 교양을 높이는 이 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 도서관에 모여 주어진 독서를 했고 시험을 봤습니다.
독서를 강제로 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정부에서 국민교양을 높인다는 취집니다
저는 그 덕에 동서양의 고전을 읽을 수 있었고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양을 시험으로 측정하는 일이라 강제적으로 교양을 쌓느라고 고생은 했지만
책읽기는 좋아하니까 어느 정도 기본소양이 쌓였다고 보여 집니다. ㅎ
그때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었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신기했던 것은
왜 로마의 귀신들은 이렇게 세련됐을까(?) 하는 점입니다.
같은 귀신이라도 우리나라 귀신은 부뚜막에도 있고 뒷간에도 있고 장독대에도 있는
우리와 아주 근접된 생활을 하는 우리와 같이 소박하고 생활 동반적인데 반해
그리스의 신들은 하늘의 불을 다스리고 전투를 하고 사랑도 하고 질투를 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살면서 끊임없이 로마를 배경으로 만든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성경에도 로마가 나오고 쿼바디스라는 소설 속에도
네로황제 이야기에서도 벤허라는 영화에도 그 배경은 로마입니다
"그리스는 조상이 남긴 돌무더기만 보여주고도 부자로 산다. 조상을 잘 만난 것도 복이다."
이런 이야기를 학교 다닐 때 어떤 선생님이 하셨습니다.
로마의 신전이나 원형경기장을 보러 전 세계 사람들이 로마로 몰려가니까요.
그래서 그리스가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이번 그리스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조상의 빛난 문화도 한 순간에빛을잃게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스는 이제 신화의 나라에서 빚쟁이의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이런 때에 로마 이야기가 무슨 매력이 있겠습니까만
저자인 콜린 매컬로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콜린 매컬로)
콜린 매컬로는 로마카톨릭 신부의 사랑과 파계를 다룬 소설 가시나무새로 알려진 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주제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해서 연속적으로 듣기도 했었습니다.
일생에 딱 한번만 운다는 가시나무새의 울음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전설의 새가
가시나무새 입니다.
이 소설은 500년간 이어진 로마의 공화정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기원전 110년부터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존엄자)” 칭호를 얻어
황제 시대를 열기까지의 80여년을 다룹니다.
체제 변혁기에 권력과 재산을 지키는 데만 혈안이 된 기득권 세력과
그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신진 세력 간의 모략과 암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현대의 거울 같은 2000년 전 로마 사회는 권력과·재물 탐하는 인간 속성은 그대로입니다.
그 당시 로마는 금권이 지배했습니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재산이 없으면 원로원에 진출할 수도, 집정관이 될 수도 없었고
노예를 소유할 수 없으면 극빈자로 치부되었습니다.
정략결혼은 혈통과 재력과 권력을 거래하는 흔한 수법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카이사르의 조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전통적인 귀족이지만 돈이 없었습니다.
그는 첫째 딸을 혈통이 보잘것없는 무장이자 대부호인 가이우스 마리우스에게 시집보내게 되고
귀족 혈통을 산 마리우스는 전장에서 승리하여 로마를 위기에서 구합니다.
2000여 년 전 로마는 정경유착과 권력형 비리, 빈부 격차로 기득권층과 하층민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사회였는데 지금에 로마와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때의 로마는 지금 현대사회의 거울처럼 보여 집니다.
(로마 중심가 지도. 책 앞에 펼쳐보도록 되어 있습니다.)
매컬로는 이 소설에서 유럽과 아프리카의 전체 지도는 물론 로마의 세밀한 골목까지
정밀하게 복원해내어 그려냅니다.
이 작품을 쓰기위해 자료 수집과 고증에만 1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맥컬로는 이 소설이 다루는 로마사의 11년을 속속들이 꿰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놀라운 문학적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대단한 소설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껏소설이나 역사,영화나오페라 등으로 접한로마 이야기 중에 최고입니다.
2편과 3편을 구입해 읽으려고 합니다.
한권이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부담스러운 책이지만 소설이라 잘 읽힙니다.
올 1월에 매컬로가 돌아가셨다는데 일생에 이런 역작을 남기고 가면
죽음이 좀 덜 쓸쓸할까요?
순이
참나무.
2015-09-01 at 04:01
진짜 부지런하시네요…전 아직 인데…
두꺼워 외출 중에도 못 들고 다니겠고…^^
노당큰형부
2015-09-01 at 10:13
로마는
세계 문화와 인류 역사의 근원이라 봅니다.
그렇게 생각 합니다.
선화
2015-09-01 at 12:03
역작을 남겨도
그 누구나의 죽음은 쓸쓸합니다
그러니… 다리에 힘있을때 많이 댕기세용~ㅎㅎㅎ
고운바다
2015-09-01 at 23:31
생각납니다, 순이님. 교양경시대회 있었습니다. 희미하게 생각나네요 참 ^^
나도 올리뷰에서 책을 읽어 본다고 되는 말 ,안되는 말 ,아는 말 ,모르는 말
끄적거려 본 사람입니다. 돌이켜보니 그 세월이 어언 6년이 넘었군요.
블로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다른 일에는 무관심하며
그저 때때로 이런 책 ,저런 책을 받아 읽기만 한 세월이었습니다.
나는 다른 블로거들처럼 큰 애착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앞으로 계속해서
책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은 남습니다.
다음 2차면담할 때도 1차 때처럼 꿋꿋하게 블로거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좋은 성과 있기를 …….
좋은날
2015-09-02 at 00:36
가을에 올려주신
좋은 책.
인문학의 실종으로
모든 분야에서 허물어져가는 정신세계를 봅니다.
몸이 아프면 요양하며 치유로 들면 되지만
정신세계의 실종은 무엇으로 치유한답디까.
너무 얕게
말초적인 것만 쫓아가는 세태에서 말입니다.
스스로 나부터라도 어지러운 세태에
휘둘려 살지 말고 반듯하게 바로잡아 살 일입니다.
睿元예원
2015-09-02 at 04:36
‘로마의 일인자’
저도 구입해 봐야 겠어요.
소개 고맙습니다.^.^
소리울
2015-09-02 at 13:41
자유교양경시대회 전국대회가 명지대학에서 열렸었지요.
제가 교육대학에 다니던 시절
그때 명동 어느 식당에서 메밀국수를 먹었었는데
지금도 메밀국수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만…
보기 좋게 낙방했지만 서양철학의 근본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같은
논리의 근본을 조금은 터득했었나?
보기 좋게 떨어졌지만 한국사상사를 전공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네요.
로마로 부터 시작되는 사상이나 학문들, 꼭 그것만이 고급이 아니라는 걸
억지로 밝히고 싶어서 동양학을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거기서도 정답은 없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