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함께하는 병원놀이 재미있어요.

"할머니 여기 아파요?"
내 무릎에 생긴 손톱만한 멍을 발견한 한이가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묻습니다.
어디 부딪쳤는지 기억에도 없지만 가끔 푸릇한 명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지나다니다 의자나 책상모서리에 나도 모르게 찧어서 그렇게 되었을 겁니다.)
아프거나 신경이 쓰이지 않으면 그냥 잊어버리고 넘어가는데
요즘 들어 역할놀이를 알아가는 우리 한이는 용케도 발견합니다.

“할머니 내가 치료해 줄까?”
하면서 병원놀이 가방을 가지고 와서 펼쳐놓습니다.
나는 기꺼이 성실한(!) 환자가 되어 의사선생님의 진료를 받게 됩니다.
의사선생님은 불이 반짝이는 체온계로 열을 재고 구강경(?)으로 입안을 살핍니다.
“할머니 아~~ 해 보세요.” 하면
나는 무슨 고난 받는 질병에서 구원해 줄 명의를 만난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심각하게 의사선생님을 바라봅니다.
귀안을 들여다보고 청진기를 가지고 다리 여기저기에 대 봅니다.
요즘 장난감 청진기는 "배탈이 났네요. 감기가 걸렸어요." 말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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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타진기는 구글에서 퍼옴, 요즘엔 병원에서도 보기 힘들어요.)

장난감 타진기(해머)로 여기 저기 나를 두드려 보기도 합니다.
정밀검사를 한 후에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약병을 뚜껑도 열지 않고
내 입에 쏟아 부어주면 나는 맛있게 냠냠 약을 받아먹는 시늉을 합니다.

주사도 여러방 찌릅니다.

아프다고 주사를 한방만 맞겠 다고 하면 또다시 한방을 놓습니다.
진찰을 끝내고 멍든 부위에 밴드를 붙여주는 것으로 진료를 마칩니다.
빨간색 똘똘이 안경을 쓰고 전화기를 들고 어디다 전화를 해 가면서
제법 진지하게 병원놀이를 끝내고 나면 의료용구를 챙겨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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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병원놀이를 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최근엔 이렇게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없는데
어디서 이런 역할놀이를 배웠을까 생각해 봤는데
아마 어린이집에서 하는 병원놀이를방법일 것 같습니다.
요즘 타진이나 청진, 촉진을 하는 의사가 잘 없습니다.
대강의 문진 끝에 진단을 위한 검사가 주를 이루지요.
혈액검사를 하면 간기능이 정확하게 수치로 나오는데 환자를 베드에 눞혀 놓고

손으로 배를 만져서 간의 크기나 통증 정도를 진찰할 필요가 없습니다.
청진기를 대서 심장박동을 보기 보다는 EKG (심전도검사)를 하면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엑스레이나 CT MRI 같은 고가의 의료장비를 갖추고 진료를 하니까
옛날보다 오진이 줄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요즘 타진기로 무릎을 통통 쳐 보는 진료를 받아 본 분은 없을 겁니다.
분명 무릎이 시큰거리는 것을 봐서 무슨 무릎질병이 있지 싶으면
병원에 가서 관절경 검사를 받아 보면 됩니다.

의료용 타진기로 무릎을 통통 쳐 보거나 발바닥을 긁어서

바빈스키 싸인을 보는 것은 이미 구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손자가 가지고 노는 병원놀이 기구는 오래된 병원 시스템을 본떠 만든 것이고
앞으로는 전자화된 병원놀이 장난감이 개발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미 로봇에 의한 외과적 시술이 보편화 되어 외과의사도 사양길이라는 뉴스도 있습니다.
사람의 스킬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닌 컴퓨터로 조종하는 로봇이 수술을 담당하고
모든 첨단장비를 동원한 검사의 데이터 결과를 보고 그 분석에 의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지금 유망한 직종이 10년 20년 후엔 사양길로 접어들고
새로운 직종이 우리 사회를 운용 할 것 같습니다.
은행원이나 회계사도 사라진다고 하는 군요.
실제로 요즘 들어 은행에 갈 일이 없어졌습니다.
급여도 내 통장에 들어오면 집에서 휴대전화비나 관리비 같은 공과금은
자동으로 빠져 나가고 모든 카드도 결제일이 맞춰 통장에서 나가게 됩니다.
장례식장에서도 카드로 조위금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다는데
아직 이용은 안 해 봤습니다.
그러니 나도 조위금이나 택시비 정도 현금을 쓰기에
지갑에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정말 돈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래도 지갑에 현찰이 두둑해야 기분이 좋은데
두둑한 지갑이 무겁기만 하고 아무 필요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요즘엔 그나마 카드도 필요 없고 휴대폰에 네이버페이나 삼성페이 같은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한 기능이 생겼습니다.
외출 시 휴대폰만 손에 들고 나가면 버스를 타고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는 등
모든 일상이 가능해 진 것입니다.

네 살짜리 손자와 오손 도손 소꿉놀이 하듯이 그렇게 사는 게 좋은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컴퓨터로 조종하는 기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에 모른 척 할 수가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빠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발전해 나갈지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그 변화를 따라가기도 숨이 찹니다.

그런데 손자랑 병원놀이 해 보셨어요?
진짜 재미있어요. ^^

순이

3 Comments

  1. 선화

    2015-09-06 at 00:21

    에고~ 예뻐라!!

    저 이쁜 손주들과 놀면 뭐든 안 재미있고
    안 신기하겠습니까?

    아들넘은 가끔 밉고 섭섭해도 손주들은 늘 예쁘다던데요
    짱구라서 더 귀엽네요 / 영리하게 생긴 손주들입니디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요~^^   

  2. 바위

    2015-09-06 at 05:47

    손주들이 예쁘고 귀엽습니다.

    저는 손주 넷 중 작은 외손주와 많이 놉니다.
    네 살인데 말도 곧잘하지요.
    저만 보면 달려와서 상채기난 팔을 내밀며
    "할아버지, 여기 까졌어요"하며 왜 상채기가 났는지 고해바칩니다.
    조잘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행복하단 생각이 듭니다.ㅎㅎ

    유익한 글,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3. 말그미

    2015-09-06 at 16:14

    앗!
    한이와 동생이 요렇게 동글동글 예쁜
    총각들이 되었네요.
    병원놀이… 눈에 보듯 선합니다.
    고 아기마음에 쏙 빠지면 재미가 있고 말고요.
    너무나 예쁩니다.

    늘 달콤한 행복에 둘러싸인 순이 님,
    조블이 아니면 어디 가서 이런 세상에서 젤로 아름다운
    광경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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