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버스중앙차로에서 버스를 타려고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으면 길 건너 마주보이는 건물에 성형외과가 있습니다.

2층 창문에 매달린 사인보드에 글자가 반짝이며 계속 흐르는데
담배방, 문신 지움 피부성형 이런 문구입니다.
문신 하는 것도 돈이 들고 흔적을 지우는데도 또 다른 노력과
치료와 비용이 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신을 할 때는 멋지다고 했지만 곧 후회를 하고 지우려고 합니다.
담배방이나 문신한 자리를 긁어내고 다른 곳 피부를 얇게 포를 떠서
피부 이식을 해서 상처를 덮는 형식의 성형인 듯한데
문신은 그야말로 문신이라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입니다.
피부에 깊이 새기고 나서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상처와 흔적이 남게 됩니다.

요즘 들어 더욱 젊은이들 사이에 문신이 유행을 해서 팔뚝 전체와 다리 등에
옷을 입은 것처럼 문신한 젊은이들을 많이 봅니다.
용이 꿈틀거리는 문신은 조폭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지만
요즘엔 조폭뿐만 아니라 연예인 운동선수 같은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해서
모방하기 쉬운 청소년들이 겁 없이 하고 다녀서 걱정이 됩니다.
작은 부위도 아니고 팔이나 다리 전체에 한 사람들도 보이는데
나중에 그 피부를 복원할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인한 화상이나 상처도 회복하려고 애를 쓰는데
왜 자신의 소중한 인체를 회손 할까요?
그게 멋져 보인다고 생각할까요?
나중에 틀림없이 후회를 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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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글에서 가져옴)

우리 병원에 입원하신 할머니들 중에서도 눈썹문신을 한 분이
안한 분보다 더 많습니다.
처음에는 좌우 대칭에 맞게 눈썹문신을 했겠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주름이 생기고 얼굴의 좌우 대칭이 달라지고
눈썹이 듬성한 자리에 남아 있는 문신자국은 보기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한쪽 눈썹은 쑥 올라가거나 쳐져 있고 창백한 얼굴에 문신만 뚜렷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문신이 무슨 이유에선지 붉은색으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오래전엔 반달같이 예쁜 눈썹이 미인의 조건이라 예쁘다고 하셨겠지만
지금은 주름 가득한 얼굴에 좌우대칭이 맞지 않은 눈썹문신만 선명합니다.

유행은 유행이라 지나고 나면 이상해보입니다.
몇 년 전에는 바지통이 넓었는데 차츰 좁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거의 스타킹 비슷한 바지들을 입고 다닙니다.
그런 중에 나 혼자 바지통을 헐렁하게 입고 나가면 어찌나 이상한지
점점 내 바지통도 좁아지기 시작해서 이제 겨우 좁은 바지통에 적응이
되었는데 요즘 다시 바지통이 넓어진다면서요?
유행을 앞장서 가기는커녕 뒷북을 치고 사는 것도 힘든 사람이라
유행이 자주 바뀌는 것이 불편하고 힘듭니다.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평균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야 맘이 편한 소시민의 비애지요.
아무리 유행에 무관심한 사람이라고 해도 남들은 다 쫄바지를 입고 다는데
혼자서 바지통이 넓어 헐렁거리면 이상하잖아요.
그러면 옷이야 바꿔 입으면 간단하지만 문신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문신도 우리 어르신들 세대에 남자 분들은 지금에 비하면 소극적이었습니다.
우정, 사랑, 일심(一心) 이니 하는 글자를 세긴 것을 가끔 봤습니다.
그것도 젊은 객기에 팔에 새겨 놓고는 나이 들어서는 창피하다고 지울 수 없겠냐고
문의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눈썹문신에 적극적인 할머니들이셨지만 몸에 문신이 있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친구와의 우정을 간직하기 위해 팔뚝에 먹물로 찍은 점하나 정도로
서로의 기억을 간직 하자고 하면서 18세 때 바늘로 찔러서 문신을 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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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구글에서 퍼옴)

지인 한분이 최근에 남편이 돌아가셨는데
21살 된 딸이 아버지 이름을 문신으로 세기겠다고 해서 못 말리겠는데
어떡해야 하느냐고 나에게 물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간이 좋지 않아 오래 투병하다 돌아가셨는데
큰딸을 유독 예뻐해서 딸이 아버지를 보내고 마음에 상실감이 너무 큰 것은 이해가 가는데
아버지 이름을 팔에 문신으로 남겨 잊지 않겠다는 발상은 좀 지나쳐 보였습니다.
아버지 이름을 문신한다고 해서 더 기억나는 일은 아닐 것이고
아버지는 돌아가셔도 영원한 아버진데 문신하지 않는 다고해서
잊어버릴 일이 아니니 그냥 기억하면 좋은 것 같습니다.
젊은 처자가 아버지 이름을 문신으로 몸에 세기겠다고 하는 것은
아이가 아버지를 보내고 상실감이 너무 큰 탓으로 보여서
차라리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천운영 소설가가 지은 바늘이라는 소설이 있는데
모공뿐 아니라 모공 깊숙한 곳까지 그려내는 글 솜씨에 소름이 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늘도 표절시비가 있더군요.
문신은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 소설은 대단히 매혹적이었습니다.
지울 수 없는 문신은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청소년에게 부추기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틀림없이 후회를 할 것이니까요.

순이

3 Comments

  1. 참나무.

    2015-09-09 at 05:56

    천운영 바늘까지요? 저도 가지고있는 소설인데…;;

    연인 이름 잊지않으려고 문신하는 외국 영화는 본 적있지만..아버지 이름을?
    좀 특이한 경우군요- 순이님 말씀처럼 정신과 분야인 것같기도 하고…

    예전에 팔뚝에 먹물새기는 건 본 적있네요
    바늘에 먹물을 드려 바느질 하듯 뜨더군요…;;
    -S언니 뭐 그런 게 있었지요 우리세대엔…^^
       

  2. 데레사

    2015-09-09 at 08:15

    바지가 다시 넓어지기 시작하네요.
    그래서 몇년전것 꺼내 입었드니 같은것 같으면서도
    다르네요. ㅎㅎ

    저는 눈썹 문신 안했습니다.
    그냥 연필로 그리면서 살려고요.   

  3. 푸나무

    2015-09-11 at 00:28

    성격이 좀…
    다를것 같은 아가씨네요.
    의외로 눈섭 문신은 많이 하더군요.
    전 아플까 봐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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