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방법은?

연세가 드신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든 분들이 치매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도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게 뭐더라?” 자기 머리를 갸웃 거리며
"나 이거 치매 아니야?" 이럽니다.
건망증 때문에 고생한 에피소드를 얘기하면 다들 각색의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져서 재미있습니다.
재미뿐 아니라 저의 경우 위로도 받게 됩니다.
왜 보편하다는 것에서 오는 위로 같은 것 있잖아요? ^^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한 것도 소용없고
젊을 때 잘 나가던 사람도 나이 앞엔 별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환자분이 있습니다.
요양병원이라고 해서 어르신들만 계신 것이 아니고
암이나 골절로 오래 입원한 분들은 젊고 인지가 정상인 분들이라
아무래도 더 많은 위로와 대화가 필요하게 되어 가깝게 지냅니다.
회복단계에 있는 암 환자분이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 할머니신데
고향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그분에게 고향이 어딘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해 하면서
"지난번에도 물어 봤잖아요. 나 얘기 안 해줄래." 이러는 겁니다.
그분의 고향이 어딘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물어보고 또 물어본 것이 어찌나 무안하고 무참한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분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가끔 어느 부분을 아주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머릿속에 생각한 것과 말하는 것이 다릅니다.
컵을 말한다는 것이 그릇이라고 말하고
휴대폰을 말한다는 것이 컴퓨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분명 머릿속에서는 컵을 생각했는데 말이 왜 그릇으로 말이 나가는지?
해 놓고 나서도 잘못 말 한지도 모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유행한 유머라는 군요.
중년 여인들이 친구들과 예술의 전당에 공연을 보러 가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전철역 근처에서 만났답니다.
예술의 전당까지는 지하철역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하니까
택시를 타고 가면 기본요금 거리라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답니다.
친구 네 명이서 택시를 타고 앞에 앉은 친구가
"기사님 전설의 고향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했답니다.
그 말을 들은 연세가 있으신 택시기사는 군말 없이 예술의 전당에 내려 주었답니다.
예술의 전당을 전설의 고향으로 말해도 알아들은 것입니다.
어떤 분은 친척 결혼식에 가려고 택시를 타서 강남에 있는 메리어트호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난닝구 호텔로 행선지를 말했는데 용케도 알아들은 기사분이
메리어트호텔로 대려다 주었답니다.
승객이 아무리 생각해도 알아들은 게 신기해서 기사 분께 “난닝구호텔하고 메리야스호텔이
같은 호텔이냐?“ 고 물었더니
“난닝구나 메리야스나 같은 속옷 종류가 아니냐?”고 하더라는 겁니다.

이런 에피소드 정도면 그냥 웃고 넘기고 말일이지만
생활에 장해가 되면 심각해집니다.
치매란 후천적으로 발생해 지속되는 지적 능력의 장애를 말하는 용어입니다.
지적 능력이란 기억력, 언어력, 시공간 지각력, 계산력, 집중력, 실행력 등을 말하고
복합인지기능이나 감정, 성격 등을 포함시킵니다.
계산력이 떨어져도 순발력이나 언어 구사능력 등이 밭쳐줄 수 있으면 좋고
기억력의 감퇴가 와도 메모를 하든가 다른 기억장치에(휴대폰 등) 의해 보완되면
큰 무리가 없기도 합니다.
저도 사실 적어놓지 않으면 기억되는 것이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전화번호도 외워서 하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 딸 전화번호 하나만 겨우 외웁니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애써 외우려는 시도도 이미 오래전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휴대폰 연락처에 입력되어 있어서 외울 필요성도 못 느끼잖아요.
그래서 디지털 치매라는 용어도 나왔습니다.
나이 먹으면서 집중력이나 실행력은 많이 떨어지는 대신에
변덕스럽거나 괴팍하거나 고집피우지 않고 감정이 급격하게 돌변하지 않으면
그 또한 평균은 되는 것입니다.
치매의 유병률은 65세 이상의 경우 10% 정도 된다고 하니
노인 인구 중 10명에 한 명 정도는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치매 예방약이나 치료약이 개발 된다고 하니
치매에 걸리지 않고 조금 더 버티면(!) 될 듯도 합니다.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은 친구들이나 연식이 오래된 분들끼리라도
서로서로 보완이 되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전설의 고향을 예술의 전당으로 알아듣고
난닝구호텔을 메리어스호텔로 알아들으면 혼란이 없지 않겠어요?

전설의 고향 얘기를 듣고 내가 너무 재미있어하니까
친구가 "그거 아주 오래된 농담인데 처음 들어? "그러는데
난 분명 처음 듣는 새로운 이야기거든요.

이거 아무래도 조짐이 좋지 않아요. ^^

순이

5 Comments

  1. 데레사

    2015-09-23 at 04:11

    나는 오래전에 들었어요.
    전설의 고향이나 란닝구 얘기 말입니다.
    스마트폰을 언제 가졌느냐에 따라서 들은 시기가 틀리는거에요.
    이게 카톡유행이었거든요.

    치매, 참 무서워요.
    제발 피해 가 주십시요 하는 마음으로 중국어도 배우고 운동도
    열심히 하지만 그게 예방이 될려는지도 모르겠고 암튼 걱정됩니다.   

  2. 다사랑

    2015-09-24 at 02:15

    요즘 친정엄마를 뵈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일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분이 되셨거든요.
    오늘 세브란스에서 퇴원하신다는데… 일년에 벌써 두번째 완전 정밀 검사를 하시는데…
    아기 달래듯 하라는 진리인 치매환자 돌보기가 정답이라는 결론을 다시 얻었을 뿐입니다.
    문제는 그 아기달래듯..을 요즘 시대에 누가 해드릴 수 있느냐지요.

    한때는 엄마처럼 부드럽고 우아하고 싶었는데…
    요즘은 엄마 닮기 두렵습니다. 에효~~!   

  3. 선화

    2015-09-24 at 02:26

    ㅎㅎㅎ 저도 오래전 들은 이야기입니다

    치매…그말이 맞아요 아기달래듯..윽박지르고 야단치고 그러면
    더 심해집니다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보약이지요

    저는 매일 잦아 뵙지는 몬하지만 목에 걸려있는 엄마 핸폰으로
    자주 전화를 겁니다 일부러….

    내가 뭐든 먼저 누구이야길 꺼내야 말이 이어지는…
    늘 토씨하나 안틀리는 옛날 이야기들이지만 그런대로 대화가
    가능하지요 돌아가시면 분명 땅을 치고 후회할것 같아
    조금이라도 덜 할려구요

    열심히 자판기 두드리고 블로그질하면 예방이 될텐데
    이것 또한 우리의 방향을 잘 모르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4. 산성

    2015-09-24 at 02:27

    가장 두려운게 치매인데
    두려워한다고 피해가지도 않을테니 더 두려워지지요.
    전설의 고향은 들은 적 있는데 난닝구 스토리는 처음이라
    저 역시 조짐이 좋지 않아요~

    안타까운 다사랑님 어머니…
    기도해 드립니다~

       

  5. 필코더

    2015-10-01 at 23:30

    메모 해 둔 것을 기억하지 못하면 메모도 무용지물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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