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아들보다 남의 결혼한 아들이 더 훌륭해 보여

외가 쪽 남동생이 며느리를 본다고 해서
잠실교통회관에 있는 결혼식장엘 다녀왔습니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외사촌 들은 결혼식장에서 만나는 일이 반갑습니다.
따로 만날 일이 잘 없어서 못 보고 살다가 집안 장례나
결혼식에 모여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합니다.

나이 드니까 집안 대소사에 가야할 일이 많습니다.
봄가을엔 결혼식 참석하는 일로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고
중간 중간 장례가 나는 일도 있습니다.
요즘엔 아기들이 태어나면 백일 이나 돌도 옛날 어른들 회갑 하는 것처럼
장소를 빌려서 정식으로 초대하니 그런 모임에 가야합니다.
주말에 거리에 나서보면 예식장을 찾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오고가는 시간과 결혼예식 시간, 그리고 식사까지 하고 나면
휴일 하루는 몽땅 소모가 됩니다.
평소 사촌들도 결혼식이나 가야 보는데 혼주는 나와 6촌간이고
그 아래대야 더 만나 볼 일이 없습니다.
6촌 동생이 며느리를 본다니 참석하는 것이지 사실 그 아이들은 잘 알지도 못합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사촌오라버니와 사촌 남동생들을 만나서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사촌오라버니는 38살 된 아들이 결혼할 생각을 안 해서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사촌 오라버니는 지난 3일 연휴동안 매일 결혼식장엘 다녔답니다.
9일 한글날에는 대전으로, 10일 토요일에는 춘천으로 일요일은 잠실로 왔는데
집이 개포동이라 연휴 마지막엔 그래도 오가는 길이 짧아서 다행이라고 하면서
주말은 결혼식 다니느라 바쁘다고 합니다.
결혼식장엘 갈 때마다 집에 있는 아들을 보면 더 화가 치밀어서
"준아 나 오늘도 결혼식에 간다."라며 아들에게 시위를 해도
아들은 싱글싱글 웃으면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 답니다.
건축사라 돈도 잘 버는 가 본데 박사과정을 하고 있고
딸도 유명하지는 않지만 피아니스트인데 석사과정 중에 있다고 해서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하네요." 라고 말했더니
“그 놈에 공부” 라면서 공부를 지긋지긋해하더군요.
38살 아들 뿐 아니라 딸도 34살이라 애가 탄다고 합니다.

쿨하게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니 맘대로 해라 이러다가도

남의 결혼식에 가면 부럽기가 한량없다는 겁니다.

남매가 다 어릴 때 공부를 잘해서 주목받던 아이들이고 잘 커서 큰일을
할 것 같았는데 큰일은커녕 결혼이라도 해서 집을 나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우리 나이의 사람들은 공부 잘하면 출세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엔 그렇지도 않습니다.
여북하면 "그놈에 공부“라고 하겠어요?

"난 박사 아들도 싫고 제발 결혼해서 분가해 나갔으면 소원이 없겠다.

34살 된 딸에게도 결혼하라고 하니 오빠 먼저 가면 간다고 하면서

말도 못 꺼내게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러는 군요.

공부 잘하면 여러모로 좋기는 하지만 마흔이 되도록 하는 공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동생이 교수로 있는 대학 이야기도 들어보면 참 답답하더군요.
시간 강사나 겸임교수들 중 일부는 4000원짜리 학교 식당 밥을 못 사먹고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는 모습을 본다고 합니다.
그분들이 독일이나 미국 유학을 다녀온 박사들인데 연봉이 2천이 안된다고 해서
설마 그럴까 하지만 동생이 거짓말을 나에게 할 리는 없고 현실이 그런 가 봅니다.
한편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기술직에 있는 사람은 연봉이 7~8천이라고 합니다.
대학교수와 기술직이 확실히 자리바꿈을 했습니다.
돈 잘 버는 직업이 꼭 좋은 직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애쓰고 공부한 끝이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워야 하는 사정이라면 이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학벌의 과잉이 낳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떤 박사가 생계가 어려워서 구청 환경미화원에 응시했는데 체력시험에 떨어져서
그도 못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공부하는 자녀를 둔 부모는 속이 썩어서
“우리아들 박사”라는 말 보다 “우리아들 결혼 했어” 라는 말을 하고 싶다는 군요.
남의 결혼식에 갔다가 집에 들어가서 아들을 보면 더 울화가 치민다며
소주를 마시는 사촌 오라버니의 얼굴이 더 늙어 보였습니다.

순이

4 Comments

  1. 필코더

    2015-10-12 at 05:17

    요즘 세태를 잘 표현하셨습니다. 저희 집안도 44, 42세의 M과 37, 35세의 F가 있습니다만
    저를 포함해서 형 동생 모두가 글 속의 사촌오라버니 꼴입니다.ㅎㅎ    

  2. 데레사

    2015-10-12 at 10:02

    저는 이제 그런 기분도 안 들어요.
    포기 해 버리고 나니 마음이 덤덤해져요.
    니 인생 니가 살아라 하고 내던진지 오랩니다. ㅎ   

  3. mutter

    2015-10-12 at 16:06

    결혼해서 자식낳고 살다가 어느날 손자손을 잡고
    아들이 집에 들어옵니다.
    "어머니 살던 집은 아내에게 주고 이혼했어요"
    그러고 들어와서는 부모집에서 사는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3살손자가 아침에 눈을 뜨며 이불을 머리위로 올리고
    한없이 우는 모습은 어떻겠습니까?
    시원찮은 결혼 하는것 보다 차라리 결혼안하는게 낫습니다.
    조건이 안맞으면 결혼안하는게 백배나은거라고 생각합니다.

    70이 넘으니 결혼식은 거의 없고, 장례식과 병문안을
    가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좋은 일에 쫓아 다닐때가 ㅎㅎ 그래도 좋은때입니다.    

  4. 아름다운 석양

    2015-10-15 at 00:32

    여려 사연이 이가을 아침을 우울 하게 만드네요
    저는 다행스럽게 알들,딸 모두 출가를 시켰는데
    친구는 아직 입니다 딸 아이 36, 아들 34 그친구 니가 부럽다 했습니다
    그마음 잘 알기에 손자를 보고도 말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MUTTER님의 말씀데로 하도 이혼이 많으니까 결혼을 시켜도 걱정이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 가장 실례되는 안부가 자식 안부고 가장 밉상이 자식 자랑 손주 자랑 하는 사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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