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근무하는 분이 중 2짜리 학부형인데
착하고 사근사근하던 아들이 사춘기에 들어 어찌나 말을 안 듣고 화를 내는지
아들과 거의 전쟁수준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도 시험이 끝나서 집에 오더니 휴대폰을 가지고 게임을 4시간이나 계속 하더랍니다.
그만 하겠지 하면서 참고 보고 있다가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그만 하라고 휴대폰을 뺐었더니
엄마에게 책을 집어 던지고 자기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씩씩 거리더랍니다.
그 순간 엄마로서 체면도못지키겠고 아들이 무섭더라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전화해서 그런 사실을 얘기했더니 남편이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야단치자 엄마가 아빠에게 일렀다고 또 한바탕 난리를 피더라는 겁니다.
아들은 "시험도 끝났는데 게임 좀 하면 어떠냐?"고 반항하는 것이고
엄마는 아무리 시험이 끝났다고 해도 4시간씩 게임을 하면 눈도 나빠지고 건강에 해로운데
그렇게 계속하는 것이 어디 있냐고 해서 다투는 것입니다.
게임이라는 것이 무기로 찌르고 빼앗고 죽이는 일이 다반사라
몇 시간씩 몰두하고 나면 아이가 저절로 사나워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내 친구는 딸 두 명과 아들 한명 삼남매를 아주 잘 키웠습니다.
친구가 워낙 착하고 모범생인데 딸들도 잘 자라 주어서 큰딸은 세브란스병원 의사이고
작은 딸은 MBC 방송국 기자입니다.
결혼 한 딸이 직업상 바쁘다 보니 두 딸이 낳은 손자 손녀를 대신 키웠습니다.
친구도 본인이 일 할 수 있는 전문직인데 포기하고 손자 육아에만 전념을 했습니다.
의사인 딸의 직장에서 싱글인 줄 알 정도로, 아기 때문에 조퇴를 하거나 가정일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는 일이 없도록 친구는 딸이 신경 쓰이지 않게 뒷바라지를 잘합니다.
신생아를 받아서 키운 큰딸의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친구랑은 자주 만나니까 서로의 손자 키우는 일에 대해 묻고 무슨 공부를 시키는지
뭘 먹이는지 유심히 듣게 됩니다.
나보다 먼저 손자를 키웠으니 배울게 많거든요.
몇 달 전에는 손자에게 게임과외를 시킨다고 해서 의아했습니다.
영어나 수학 뭐 이런 걸 과외선생을 두고 시킨다면 이해가 되지만
아이들이 할까봐 겁을 내는 게임을 선생까지 두고 배운다니
좀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손자에게 게임과외를 시키는 친구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특히 남자아이가 인터넷 게임에 빠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고
언제라도 하게 될 터인데 처음부터 단계를 밟아 게임을 정복해 나가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게임중독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게임의 원리를 가르치고 게임의 맥을 짚어서 어디쯤에선
이렇게 하면 된다고 배우고 나면 게임중독까지 갈 일이 없다는 이론입니다.
정말 그렇지 않겠습니까?
술이나 담배 도박 등 뭐든지 호기심으로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하고 깊이 들어가게 되지만
분석해 보고 원리를 알면 그게 시시할 수도 있습니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고 게임의 원리를 따져서 알고 접근하면
밤을 새 가며 몰두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니까요.
우리아이들이 어릴 때는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고해서
지탄의 대상이었고, 아이들 TV 시청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했지만
조그만 휴대폰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면 텔레비전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지하철에서도 보면 어른들도 게임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버스 손잡이에 매달려 서서도 한손으로 게임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인터넷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차라리 게임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20년 전 쯤 처음으로 인터넷을 시작하고 나라에서도 전자정부를 시작하고
의약분업 때문에 컴퓨터를 배워야 해서 여럿이 모여서 그야말로 컴퓨터 과외를 받을 땐데
저는 손이 둔하고 기계치라 마우스 더블클릭이 잘 안 되는 겁니다.
더블클릭을 해야 뭐가 넘어 가는데, 빠르게 따닥 하는 게 안 되니까 컴퓨터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지뢰게임을 하라고 했습니다.
(네모난 칸에 지뢰가 숨어있는데 그걸 클릭하면 폭발하는 게임 다 해 보셨을 겁니다.)
그렇게 마우스를 익혀서 지금은 컴퓨터 더블클릭이 어렵지 않은 것을 보면
게임이 아주 무용한 것은 아닙니다. ^^
텔레비전은 볼 시간도 없지만 어쩌다 보게 되는 것은
어린 손자가 보는 유아 프로그램입니다.
옥토넷, 번개파워, 미니특공대. 딩동뎅 유치원 이런 것을요.
그런 것도 보면 재미있고 배울 것도 있어요.
그러니 게임을 못하게 말리면서 싸울 것이 아니라 게임을 잘하는 삼촌이나
친척 조카라도 불러서 우리 손자들에게 게임과외를 시켜야 하겠어요.
자녀가 게임 하는 것 때문에 속이 썩는 사람이 있으면
내 친구가 손자에게 게임 과외를 시킨 이야기를 해 줍니다.
게임에 빠져 길게 시간을 빼앗길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이 알고 원리를 따져 가면서 공부하듯 하게 하면
실증도 금방 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인터넷 게임 선생님이 신종 직업으로 떠오를 것 같네요.
이미 게임 선생님이 많이 있을까요?
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