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백세시대에 부르는 노래

올해 70세가 되는 선배 분들을 모시고 동문들이 모였습니다.
유난히 똑똑한 분이 많았던 기라서 지금도 동문 모임을 주도합니다.
단풍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서 모임에 가면서 가을이 오는 구경도 하고
친구들과 여행 겸 다녀왔습니다.

60에서 ~70세까지의 동문들이 모이고 보니
“같이 늙어 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연회장에서 식사 중에 마주치는 분과 얼굴이 익어 인사를 하고보면 후배이고,
어쩌면 후배처럼 보이는 분이 한참 선배이고 그렇더군요.
이제는 외모를 가지고 나이를 알아보기는 어렵고 같이 늙어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직(!) 미혼인 분도 있지만 대게 자녀들을 다 키워서 결혼을 하고 손자까지 둔
할머니 들이라 마이크를 잡은 70세 선배님은 살다가 지금이 가장 평안하다고 하시더군요.
손자들에게도 마냥 예쁘다 소리만 하면 되니까 편하시데요.
누가 간섭하는 이도 없고 건강하기만 하면 자유로운데 아픈 분도 있고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그렇다고 합니다.
지난 기에 모임을 주도 하던 에너지 많은 언니는 돌아가셨다고 해서
분위기가 한참 숙연했습니다.
매번 동문 모임에 사회를 잘 보던 언니도 이제는 순서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서로 서로 공감을 하면서 웃었습니다.

식사 후에 노래방 기기를 가져다가 노래 부르고 노는데
주인공인 70세 언니들이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는 처음 들어본 노래인데 이상하게 가사가 들리고 노래에 끌렸습니다.

layout 2015-10-16 (1).jpg

<백세인생>
*육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또 넘어 간다

*팔십 세에 저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이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건데 또 왔냐고 전해라
*백세에 저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백오십 세에 저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 있다고 전해라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가사가 참 재미나지요?
밀양 아리랑 곡에 이런 가사를 붙여서 부르면서
우리에겐 후렴을 따라 부르라고 했습니다.
율동까지 곁들어 70세 언니들이 부르는데 마음 한 구석이 찡했습니다.
요양 병원에서 어르신들이 부르는 “내 나이가 어때서”도 합창으로 부르는데
우리 언니들은 하도 짱짱해서 노인들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그분들도 노인 대열에 계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나이는 어쩔 수 없나봅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는 요즘 국민가요가 되었다고 합니다.
40대도 50대도 80대도 다 즐겨 부른다고 하는데 그 노래와는 좀 다르게 들렸습니다.
저승에서 데리러 온다는 가사가 우습기도 하고 서글픈 느낌도 들었습니다.
좀 유치하기도 한 이 노래가 어찌 생각하면 죽지 않으려고 저승사자 앞에서
떼를 쓰는 노래 같아서 아리랑을 합창 하면서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언니들이 저 노래를 모여서 연습까지 했다니………

순이

4 Comments

  1. 데레사

    2015-10-16 at 03:38

    나도 카톡으로 이 노래 받고 따라 부르면서 약간 눈물도 찔끔
    했지요. ㅎㅎ

    언젠가 고두심 주연의 연극을 봤는데 고두심이 저승사자가 데릴러
    오니까 비가 오니까 장독덮어 놓고 따라가겠다, 빨래 걷어놓고
    가겠다 하다가 일 다 끝나니까 슬리퍼라서 신발 바꿔 신고
    오겠다 하면서 자꾸 따라가는걸 미루더라구요.
    그때도 이 노래 듣는 심정이었어요.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2. 벤자민

    2015-10-16 at 08:43

    요즘은 산에 가면은 90 먹은 분들도 많아요
    마누라가 할마버지!!! 그러니
    웃으며 화를 내시며 앞으로는 오빠 라고 부르라고 ㅎㅎ

    그래서 제가 당신 조심해라
    우리 유채밭 갓다 온지도 얼마 안되는데 ㅎㅎ   

  3. 좋은날

    2015-10-16 at 23:14

    아름답게
    보기좋게
    추함없이
    욕심조금
    베품많이

    그렇게 보기좋게 늙어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4. cecilia

    2015-10-17 at 08:39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 분들이 얼마나 재치 있는 분들인지를 잘 보여주는 노래네요.

    그런데 팔십세에 쓸만해서 못간다는 말, 그리고 또 팔십세에 자존심이 상해서 못간다는

    말은 설명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무엇이 쓸만하다는 건지? 왜 자존심이 상해서

    못간다는 건지… ㅎㅎ 부탁드립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