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을 나와서 9급 공무원을 한다구요?

"까꿍이 여동생 한명 더 낳아라"
"에이~ 엄마는 아기가 예쁜 거 생각하면 딸 한명 더 낳아도 좋겠지만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요."
"아기가 세 명 이상인 다둥이네 가정은 정부에서 주는 혜택도 많더라."
"엄마는~ 혜택이 문제야? 잘 키우는 게 문제지"
"2018년인가 부터는 산부인과 분만 비용이 무료래."
"아무리 그래도 난 기본은 했으니 그만 낳을래."
“ 넌 육아에 소질이 있으니까 한 명 더 시도해 봐 ”
“ 엄마~ 요즘엔 결혼을 안 하는 사람도 많고 아이를 안 낳는 가정도 많은데
두 명이나 낳았으면 난 잘 한 거지. ^^ ”
“그래 잘 했다. 두 명이나 낳았으니 장하지. ^^”

우리 딸과 나눈 대화입니다.
아기가 예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지만 양육은 정말 어렵습니다.
젖니가 아래위로 난 우리 까꿍이는 제 엄마 젖을 물어서 젖꼭지에서 피가 나는데도
젖을 계속 물릴 수밖에 없는 딸을 보면서 우리 까꿍이에게 한마디 합니다.
"까꿍아 너에겐 엄마지만 나에겐 딸이란다. 할머니가 얼마나 애쓰고 키운 딸인데
넌 엄마를 물고 그러냐. 할머니는 네 엄마가 너무 아깝단다. "
그 말을 들은 딸은 옆에서 호호 거리며 웃습니다.
새 이가 나느라 잇몸이 간지러운 까꿍이는 어깨에 걸쳐서 안으면 어깨를 물고
앞으로 안으면 팔을 잡아다 입에 넣고 물려고 합니다.
아기 젖을 먹이다가 딸이 조그맣게 비명을 질러서 보면
아기는 엄마 젖꼭지를 물고 말갛게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합니다.
그 맑고 검은 눈동자를 보면 아픔도 잊고 우리 딸 입가엔 행복한 미소가 번집니다.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본가에를 가거나 주일에 교회를 갈 때 등

온 식구가 외출하는 모습을 보면 사위가 아기 둘을 전적으로 챙깁니다.
아이를 세수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 가방에 필요한 물품을 넣고
이유식을 담고 간식거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
남자들에게 꼭 필요한 모습이 그런 자상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자는 아무래도 화장하고 머리 만지는 시간이 걸리니까 그 시간에
아빠는 아이들과 짐을 챙기면 외출시간에 맞춰 나갈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서 남편의 무심함 때문에
사소한 것으로 싸우는 분들도 많습니다.
우리 사위가 아내를 돕고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보면 참 예쁩니다.
회사에 다녀와 식탁에 앉아서는 아내가 차린 밥상에 대해 감탄을 하면서 먹습니다.
"야~ 맛있다. 아기 데리고 언제 이런 걸 했어. 대강 먹어도 되는데…." 이러면서요.
회사에 가서도 점심식사를 마치면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점심 먹었느냐고, 많이 먹으라고
그러고도 한이가 어린이집 다녀올 시간이 되면 한이 왔냐고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보냅니다.
퇴근하면서도 회사에서 출발한다고 알리고 전철역에 내려서도 카톡을 보냅니다.
일산전철역에 내리면서 연락을 하면 우리 딸은 남편 도착시간에 맞춰 엘리베이터에 앞에
한이를 앞세우고 아기를 안고 기다립니다.
엘리베이터가 땡 하는 소리를 내고 멈추어 서고, 한이 아빠가 내리면
네 식구가 서로 얼싸안고 반가워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래 헤어져 있다가 만난 가족 같지만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는 일인데, 식구들이 만나면 그렇게 좋아합니다.
주말을 끼고 금요일이나 월요일을 월차를 써서 2박3일 여행도 잘 떠나고
올 여름엔 까꿍이가 어리니까 여름휴가를 보류하고 있다가 11월초에 길게 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육아의 어려움은 크지만 아이들이 자라듯이 가정이 자라고

그 가정을 지켜 나가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신문에 서울대학에서 어떤 여학생이 졸업 후에
9급 공무원을 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는 것을 봤습니다.
왜 서울대학을 나와서 9급 공무원을 하느냐 맹렬하게 비난하는 쪽과
공무원이 여자가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어서 선택했다는 주인공을
옹호하는 쪽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양상이었습니다.
우리 때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공무원이 될 수 있었는데
서울대학을 졸업하고 얻은 직장이 9급 공무원이면
우리의 시선으로는 학벌의 과잉이 낳은 결과라고 보여 집니다.

나도 우리 딸이 외국에서 MBA 까지 한 사람인데 전업주부를 하고 있는 것에
아쉬움이 있는 사람입니다.
서울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MBA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가 있는데
공부하느라 애쓴 세월이 아깝고 들인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공부를 위한 공부는 하지 말고 실용적인 공부가 되도록 제도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모적인 공부를 우리 사회가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 잘하는 딸을 키우면서 엄마로서 거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국민교육헌장 탓이었는지 똑똑한 딸이 인류공영에 까지 이바지 하지는 않더라도
공적인(!) 삶을 살 줄 기대를 했었나 봅니다.
그러나 가정이라는 사적인 영역에서 행복해 하고 즐겁게 살면서
기본을(!) 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우리 딸이 사실은 바라보기 좋습니다.

잠을 못자고 기침 때문에한 밤중에 깨어나서 우는 아들을 안아서 달래는 일이나
남편이 아내를 도와 육아를 분담하는 일이 그렇게 많은 학벌이 필요하지 않잖아요.
서로 상대를 기뻐하며 행복하게 사는 일은 공부가 아니라 인성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9급 공무원의 길을 간다는 소신있는 여학생에게

저는 응원을 보냅니다.

그래도 기본은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

순이

5 Comments

  1. 필코더

    2015-10-21 at 04:54

    고난도의 연구직이나 기타 특별한 분야를 제외하곤 중학과정만 제대로 소화한 사람이라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력과잉, 학력낭비의 폐해에 대해서 누구나 말하지만 현실에선 그게 쉽진 않을겁니다. 마치 뛰지 않기로 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뛰면 모두가 뛸 수밖에 없는 것처럼.
    ‘뛰지 않기로 했는데 왜 뛰는거야’라고 툴툴거리면서 결사적으로 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자 자화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 데레사

    2015-10-21 at 09:06

    서울대 나왔다고 공무원 하지 말라는 법 있어요?
    나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합니다.
    서울대 나와서 밥벌이도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자기 소신가지고
    일하는걸 왜 말려요?
    그리고 들어갈 때는 9급이지만 계속 승진하면 사무관도 될수 있고
    서기관도 될수 있는데….

    절대로 자기 잣대로 남의 인생을 재단하지 말았으면 싶어요.

    우리 딸 둘도 다 공부할만큼 했지만 전업주부에요.
    아이들 잘 키우는것도 직장일 못지않게 중요해요. 저는 딸들에게
    박수 쳐주고 싶어요.   

  3. 벤조

    2015-10-21 at 10:31

    저는 순이님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여자는 제 때 시집가서 아이 잘 낳고 남편 잘 받들고…아이구,
    제가 이런데도 우리 딸들이 아직 시집을 못 갔어요.
       

  4. 벤자민

    2015-10-21 at 11:04

    그럼요

    서울대학 나왔다고 9 급 공무원 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
    데레사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꼭 서울대학 나왓으니 고급일을 하라는 건~
    그런 일을 하면 좋겠지만 자기 처지에 맞는 일을 하면 되겠지요
    생각 같아서는 그것 보다 좀 급수가 높은 직급을 시험을 봐서
    합격할 수도 있엇겠지만 그 정도로 만으로 만족 한다면 그게 뭐 어때요
    거기서 자기 능력 발휘하면 가만 있어도 자꾸 승진 될겁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한국 있을 때 제 친구 회사의 지방공단에 있는 공장에
    2 명의 중국인이 있었어요 조선족도 아니고요
    그런데 3 개월만 일을 하고 중국으로 가겠다고 했데요
    나이도 제법 먹었는데 일도 열심히 하고 동남아 노무자들과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똑같이 햇었어요
    책도 열심히 보고 나중엔 회사의 이런 저런 경영에 아이디어도 주고 하길래
    친구가 어느 날 쉬는 날 통닭에 생맥주 사주면서
    도대체 너네들 정체가 뭐냐? 하니
    사징님만 알고 계시라고 하면서
    현역 북경 대학 교수라고 물론 자기들 북경 대학 나오고요
    한국에 뭔 6개월 연수 겸 연구코스로 왔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
    여기서 3 개월 정도 일도 하고 돈도 좀 벌고 가겟다고 했데요
    그래 놀란 친구가 너네들 높은 타이틀도 주고 돈도 많이 줄테니
    좀 더 있다 가라고 했는데 3 개월후 돌아 갔다네요
    물론 당시 중국 경제가 자금 같지않고 힘들 때이지만
    그래도 북경대학 자존심 생각하면 우리 같으면 그러겠어요

    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5. 비풍초

    2015-10-28 at 03:01

    9급으로 정년퇴직하기가 매우 힘들겁니다. 그러니까.. 칼퇴근이 가능하다고 9급갔다가는 아마도 몇년 못가서 어디 산간벽지로 발령날 겁니다.. ㅋㅋㅋ 내 아는 서울시 공무원 중에 승진 시험 거부하고 7급에 계속 머무르는 사람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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