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경쟁력은 詩의 상상력이다.

평론가에서 언론인, 교수, 그리고 문화부 장관까지 했고
이 시대 지성을 대표하는 석학(碩學) 으로 불리는 이어령씨가 지은
"언어로 세운 집"을 올리뷰에서 리뷰 이벤트를하기에

망설임 없이 신청을 했습니다.
지성뿐 아니라 영성까지도 가지고 글을 쓰는 분인데 한국의 대표 시 32편을
기호학으로 해석한다니 안 볼 수 없는 책 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어령씨가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사실을 뒤집어,
새로운 눈으로 시를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여든 둘의(1934년생)나이가 무색하게 그의 지적 탐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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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세운집의 첫 시는 우리가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입니다.
시뿐 아니라 노래로도 익숙한 시라 이어령씨의 해석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마야 누나야는 여성공간이고 부재이고 생명이고 자연공간이고
아버지나 형은 남성 공간이고 현존이고 비생명 도시문명이다
액체와 고체의 경계 물질로서의 모래
강변 살자는 부재하는 욕망의 기호이고
강변 살자는 병렬 법으로 구축된 강변 공간,
이런 식으로 시를 해석이 아닌 해체를 해 놓고 보니
야채를 다지듯 난도질(!)한 느낌이 들어서 지성도
이정도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부감이 들어서 책을 덮고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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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지성이고 영성을 소유한 분이지만 시 언어를 해부 정도가 아니라 난도질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거부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생선이나 닭을 해부한 느낌이 그러할까요?
생선이나 닭의 원형을 보지 않고 비늘을 긁어내고 살을 바르고
내장을 들어내어 살은 살끼리 뼈는 뼈끼리 내장은 내장끼리 모아놓은
살벌함 마저 들어서 어떤 의미에서 질리고 읽기에 싫증이 났습니다.

그러나 리뷰를 써야한다는 숙제 때문에 다음 시로 넘어가고 또 다음 시로 넘어가고 하면서
읽다가 보니 이어령씨의 지성의 깊이나 넓이가 도저히 측정도 할 수 없는 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아 알아지는 것이었습니다.
노천명 시인의 사슴이라는 시도 소개되었는데
왜 목이 아니고 모가진가에 대한 설명이 와 닿았습니다.
나도 아는 이야긴데 대학입시에 노천명의 시 사슴이 출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의 시구가 무슨 짐승을 가리킨 것이냐의 물음에
대부부의 수험생들이 "기린" 이라고 대답했기 때문입니다.
그 충격은 젊은 세대들의 시적 독해력 부족에서 가 아니라
전통의 단절에서 오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시란 "말로 지은 집"이라고 표현 했습니다.
"벽돌집이나 언어의 집이나 다 같이 내부 공간을 얻기 위해서 지어진 것이면서도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그 외형밖에는 바라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숙명"이라고 말합니다.
이어령씨는 글을 통해 겉만 보이는 집을 넘어, 시의 집 내부로 들어가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집을 생각하면 벽과 지붕이 있는 정형화된 모양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집의 내부를 보면 저마다 다른 생활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시는 언어로 지은 집인데, 집이라는 것은 지붕, 외장재 등 외부 뿐 아니라 가구,
인테리어, 분위기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느껴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 설명은 아주 적절했고 매혹적이었습니다.
여태는 시를 읽을 때 참고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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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씨의 글로 지은 집을 올리뷰에서 리뷰어로 선정된 것은 맞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책이 오지 않아서 올리뷰 안부게시판에 글을 남겼더니
한꺼번에 세권이 도착하는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나는 한권이면 되는 두 권을 어찌 처리할까 하다가
같이 당첨된 부산에 사는 나그네님이라는 블로거가 책을 못 받았다고 해서
그분께 한권을 보내드리고도 또 한권이 남았습니다.
이런 것도 대박에 속할까요? ^^
어디로 반송해야 할지도 모르고 해서 한권은 내가 읽고, 한권은 나그네님을 드리고
한권은 그냥 가지고 있습니다.
리뷰를 10월 21일까지 올려야 하는데 책이 늦게 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리뷰를 위해 다른 책을 볼게 있었는데 미루고 이책을 먼저 읽었습니다.

이어령씨의 “언어로 세운 집”은 책장에 두고
여러 번 꺼내 봐도 좋을 것 같은 책입니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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