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엔 아람누리가 있어서 고급한 문화를 누리고 삽니다.

아람누리 마티네 콘서트가 있는 아침이 즐겁습니다.
일산에 사는 여인들은 (남자 분들도 있기는 한데 1% 정도?)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음악회에 누가 오랴 싶지만
아람누리 하이든 홀이 일산 사는 여인들로 가득 찹니다.
년 초에 팩키지로 5회분을 예약하면 두 달에 한 번
마지막 목요일에 공연을 보게 됩니다.
지난 6월 공연은 메르스 때문에 연기되어 올 12월에 볼 공연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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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클라리넷협주곡A장조는
영화 아웃오브아프리카에 삽입된 곡으로 아주 익숙한 느낌입니다.
배경으로 로버트레드포드가 나오는데 다시 봐도
마음이 설렐 정도로 잘 생겼더군요. ^^
오래전 영화라 잊어버려서 새로 보는 것같은 느낌도 들고
영상을 보면서 음악을 듣자 그 아름다움에 매혹 당했던
그때의 느낌이 살아나기도 했습니다.
잠자리처럼 생긴 경비행기를 타고 땅에서 가까운 하늘을 날면서
내려다보는 풍경들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내가 하늘을 나는 것 같았습니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던 거라
무슨 퀴즈를 풀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절로 들었습니다.
알토 트롬본의 연주도 듣고 중후한 클래식이 아닌 가벼운 음악들로
절로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음악회를 마치고 아람누리에서 롯데 백화점 방향의 건널목을 건넙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낙엽이 수북이 떨어진 가을바람을 느끼며
바바리를 입고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걷는 맛이 좋습니다.
버스를 타고 일산동구청 정류장에서 내려 아람누리 까지 걷는
그 길은 매주 다니는 길이지만 매번 새롭고 아름답습니다.
우측은 동구청 그 뒤가 정발산이고 인공폭포까지 있습니다.
꽃의 도시답게 구청 앞은 늘 정갈하게 가꾼 꽃밭이 보기 좋습니다.

시간이 넉넉하여 알라딘 서적에 가서 둘러보다가
3100원을 주고 2006년도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하나 샀습니다.
매년 이상 문학상을 사서 모아놓고 보는데 중간 중간 빠진 것이 있습니다.
나는 매년 사 모은 것 같은데 누가 빌려갔는지 없어졌습니다.
9년 전에 분명히 읽은 내용일 건데도 새로 읽는 듯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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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대상 수상작인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 를 단숨에 읽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로 참 고급진 글이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는데 마음처럼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능을 가진 소설가가 부럽기만 합니다.

이번 주에는 아람누리에서 인문학 축제가 열립니다.
4~50년 전 쯤에는 이발소나 미용실 어지간한 가정에서도 하나씩
걸어 두었을 법한 푸슈킨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이렇게 시작한 신데. 삶이 그대를 속인다는 말에 혹했던지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말에 끌렸던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좋아하는 시 입니다.

알렉산드를 푸슈킨은(1799~ 1837) 러시아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린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는 푸슈킨 동화를 읽고
청년기에는 그의 시와 소설을 읽으며
나이가 들어서는 그의 철학을 읽는 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러시아 사람들의 정서를 책임지는 작가가
바로 푸슈킨이라는 겁니다.
이런 고급진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아람누리가 있어서
나에겐 대단한 행운입니다.

내가 아는 분은 남편이 직업도 없이 인문학 서적만 읽는다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인문학을 그렇게 병적으로 탐닉하지만 않는다면
인문학은 우리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살게 합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보편한 인간에 대한 공부를
인문학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삶의 질을 좋게 할 뿐 아니라
인문학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르게 합니다.

점심 한 끼에 4500원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아람 뷔페도 있습니다.
반찬도 맛있고 나물 반찬이 골고루 나오는 식단은 한 번 와 본 사람들은
반해서 계속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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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인문학 축제는 계속됩니다.
화요일엔 유형종 선생의 오페라 강의가 있고
수요일엔 대중문화에 대한 최신 분석도 있고
목요일엔 제주 박물관에 관한 강의가 있습니다.
금요일엔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김숨소설가의 강의가 이어집니다.

순이

2 Comments

  1. 데레사

    2015-11-03 at 00:02

    아람누리, 딱 한번 가 봤습니다만
    안도 바깥도 다 좋더군요. 더구나 점심이 그렇게 싸다니
    일산 사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순이님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 睿元예원

    2015-11-03 at 00:16

    순이님은 이미 행복하신 것 같은데요.
    가을날 바바리에 머플러를 두르고
    걷는 기분은 누구나 누리는게 아니거든요.
    글을 잘쓰시니 읽는 느낌이 좋습니다.
    좋은 경험 쌓으셔서 글감을 만드시면
    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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