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오래 사용했고 매일 사용하고 있기에
컴퓨터 사용이 제법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체재인 윈도우가 제 맘대로 하는 것을 지난밤에 경험했습니다.
어제 출근 전에 한글파일로 숙제를 하다가 저장해 놓고 퇴근해서 집에 와
늦은 밤에 다시 컴퓨터를 켰는데 장난처럼 컴퓨터 화면이 싹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보낸 알림이 있었습니다.
컴퓨터 화면 오른쪽 하단에 윈도우 10을 무료 보급하니
예약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왔습니다.
그래서 예약을 했고 설치하라는 알림이 있어서 꽤 긴 시간을 들여 설치했습니다.
윈도우 설치가 간단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집에 있으면 손자들과 놀아야하고 직장에도 나가야 하고 하니 짧은 시간에 짬짬이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샤워를 하는 시간에 업그레이드를 하면 되겠다고 시작한 것이
컴퓨터가 저절로 꺼졌다 켜졌다 하면서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그날에 하려던 컴퓨터 작업을 못했습니다.
윈도우10을 깔고 보니 그 전 화면이랑 많이 바뀌어서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하면서 낯선 화면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난밤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공포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습관대로 아침에 작업하다 둔 것을 하려고 컴퓨터를 켰더니 손자들이 있어야 할 화면이
창문으로 바뀌어 있고 바탕화면에 사용하던 바로가기 아이콘이 반으로 줄어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하면서 한글을 열어 아침에 작업하던 글을 찾았는데
내용이 하나도 없고 저장된 글도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파일 탐색기를 열어 사진도 찾아 봤더니 사진이 한 장도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국민은행 인터넷뱅킹을 시도하니 인증서가 사라졌습니다.
요즘 말로 맨붕이 오더군요.
집에 누가 있으면 물어보기라도 하겠는데 답답하고 화가 났습니다
식구들은 제주도로 늦은 휴가를 떠났고 나만 직장 때문에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집에 있는데 내가 없는 사이에 누가 컴퓨터를 건드릴 사람도 없습니다.
요즘엔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꼼짝을 못하는데
컴퓨터도 리셋이 되니 아무것도 못하겠더군요.
작업하다 둔 것을 찾아야 하는데 말끔하게 비어있고 인터넷의 즐겨찾기가
하나도 없어서 낯선 나라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부터 어디로 갈까요 ?
하는 화면이 뜨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인터넷뱅킹을 하려면 인증서까지 재발급 받아야 하고
사라진 사진은 어디서 찾고 글은 어디서부터 다시 써야하는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오늘까지 내야하는 숙제를 못 찾아 자정 넘게까지 컴퓨터랑 씨름했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다시 컴퓨터를 켰더니 무슨 이유인지 모든 게 원위치 되어 있어서
반갑고 감사하면서도 내 컴퓨터가 아웃 컨트롤되고 있는 것이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내 컴퓨터는 내가 설정하고 사용해야 내 것인데
어떻게 윈도우가 맘대로 정리해서 없앴다가 다시 원위치를 하고 그러는 걸까요?
지난밤에는 너무 황당하고 약이 올랐는데 지금도 역시 불쾌합니다.
내 컴퓨터에 든 것도 내 것이 아니고 어떤 특정회사에서 맘대로 지웠다
보였다 하는 것을 경험하니 끔찍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러다 내 머릿속도 아웃컨트롤 당하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지난밤 내 컴을 열었을 때 그 황당함이란
외출했다 돌아오니 집에 도둑이 들어 몽땅 털어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사라진 것들을 어디 가서 찾아오나 해서 잠이 다 안 오더군요.
그랬던 것이 어떻게 다시 원위치가 되었는지 이것도 기분이 나쁘고요.
새로 보급된 윈도우10이 내 컴퓨터를 마음대로 드나들고
설정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기조차 합니다.
귀신에게 홀린 것도 아니고 다시 멀쩡해 진 컴퓨터를 보자니
지난밤에 내가 꿈을 꾼 것 아닌가 스스로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파리는 안개에 젖어“ 라는 오래전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건망증이 있는 것으로
조작하는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지난밤에 벌어진 일은 혼자 있었기 때문에 누가 증명해 줄 사람도 없습니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오늘 아침 컴퓨터는 말짱합니다.
이런 경험 하신 분 계세요?
순이
선화
2015-11-06 at 02:12
ㅎㅎㅎ 아마도 컴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경험을 해봤을겁니다
거기다 우리( 저만인가요? ㅋ~)같이 약간 컴맹수준인 사람들은
더 황당하기만 합니다
저도 꺼덕하면 저기요~~~일루와봐봐요~~ㅎㅎㅎ
황당하죠..그리고 답답하고….암튼 새세상이 열려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