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할아버지,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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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아람누리에서 “인문학 축제”를 하는 기간에
이순원소설교실반에서 초청한 김숨작가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김숨 작가는 올해 이상 문학상 수상을 한 분입니다.
책표지에 실린 사진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40줄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글쓰기를 해 보면 쓰는 것에 대한 황홀감이 있다고 하는 말에 놀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쓰는 일이 황홀할까요?

부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말로는 하겠는데 글 쓰는 것은 어렵습니다.
쓰려고 앉으면 어디서부터 써야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에 생각을 문장으로 풀어내기가 어렵고 힘든데

글쓰기가 지난 한 것이 아니라황홀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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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작가는
문학상을 여러 개 수상하고 장편도 많고 단편도 많이 쓴 다작을 하는 분입니다.
저는 이분의 작품 중에 간과 쓸개를 가장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김숨 작가는 보기에도 예민하고 연약해 보이는 외모인데
본인 스스로도 활동적이지도 않고 수줍은 사람이라고 말하더군요.
김숨작가는 노인 특히 할머니들의 삶에 관심이 많아서
앞으로 위안부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합니다.
치매 어르신과는 무장해제를 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한답니다.

소설은 인간을 위한 것이고
인간을 쓰는 것이라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하고 세심한 관찰을 한답니다.
나에 대한 연민들도 승화되어 나타날 때 그것이 소설이라는 겁니다.
김숨 작가는 그냥 무조건 썼다고 합니다.
글 쓰는 것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아서 그냥 쓰고 완성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여기를 파서 물이 나와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 쓰기 어렵고 힘들지만
물이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듯이 깊게 더 깊게 쓴다고 했습니다.

작가는 지나온 세월이 다 소설 속에 녹아 나오기 때문에
어려웠던 시절이 오히려 글 쓰는데 자양분이 된다고 했습니다.
김숨 작가의 아버지는 그 세대의 남자 분들이 그랬듯이
월남전도 참여했고 중동 건설 현장에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생활력이 강해서 구멍가게를 했는데
개인 생활이 온 동네에 오픈되어 있어서 사춘기 시절 힘들었는데
한편으론 내 집이 열려있는 만큼 동네 소식도 드나드는 곳이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일들이 그 당시는 너무 싫었는데 지나놓고 보니
소설을 쓰는데 좋은 소재가 된다고 했습니다.
힘든 시기에 보았거나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글을 쓸 때 영감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빙의가 잘 되는 작가라 불행한 경험이나 그렇게 지나온 과정들이
승화되어 축복이 된다고 하는 군요,
이번에 이상문학상을 받은 “뿌리이야기”도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라면서 들에서
나물을 캔 경험이 있는데 그때 본 냉이뿌리도 글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분이
"작가의 작품이 그로테스크한데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질문했더니

이런저런 대답 끝에 ‘굳이 낙천적이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나무와 개’를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나무’는 공감하는데 ‘개’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누가또 물었습니다.
작가는 사람이 개에게 무언가 준다고 생각하지만

개가 사람에게 사랑을 준다고 하는 군요.

김숨 작가는 글을 쓰다가 산책을 자주 나가는데
달리기를 하면서는 생각을 할 수 없지만
산책을 하면서는 머릿속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마음을 정리하는 대는 산책이 최고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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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순원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새 일본에서 회자되고 있는 오사카 어느 동네 상점가에 열린
시니어 하이쿠대회의 대상작품은 92세의 할아버지가 쓰신 것으로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하이쿠는 일본전통의 짧은 시로 5.7.5 총 17음으로 이루어지는 형식입니다.)
–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젠 없어-
92세에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연상이면 100세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그렇게 흔하지는 않겠지요? ^^
이 하이쿠를 소개하면서 글 쓰는 일에는 은퇴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소설가를 하다가 의사나 변호사를 할 수는 없지만
의사나 변호사 정치인 누구든지 쓰고자 하면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운동선수중 수영이나 피겨 같은 것은 그 수명이 더 짧고
대게의 운동선수들이나 직장에는 은퇴의 시기가 정해져 있지만
글 쓰는 일에는 은퇴가 없는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경험은 글 쓰는데 자료가 될 수 있고
은퇴가 없는 글쓰기라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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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단히 유명한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사인 같은 것을 받지 않는데
김숨 작가의 것은 받았습니다.
글 쓰는 사람에 대한, 특히 소설가에 대한 경외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려고 하는 분들이 많아서
김숨 소설가를 보러 많은 분들이 왔는데

우리 이순원 선생님께서 사회를 정말 잘 보시더군요.

말씀도 잘하시고 초대 작가를 편안하게 하면서도

청중이 알아듣기 좋게 정리까지 해서 들려주셨습니다.

유익한 시간 이었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고운 바다

    2015-11-10 at 14:07

    깊어 가는 가을 낙엽은 지는데 요즘 뜨는 작가의 소설집을 손에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읽어 보는 그런 낭만이 떠오릅니다.

    김숨이란 이름은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것 같군요. 현대문학상을
    받은 작가라는데 현대문학잡지가 년도별로 켜켜히 쌓여 있던 옛날 마포
    신수동 집이 문득 생각나는군요.한 번 읽어 보고 싶습니다.   

  2. 말그미

    2015-11-11 at 13:03

    소개하신 시니어 하이쿠대회에서 대상을 타신
    할아버지의 글이 가슴에 찡~하게 와 닿습니다.
    그러면서도 유모어가 많으신 분같기도 하군요.

    김숨 작가가 가냘프고 아름다운데
    글까지 잘 쓰니 정말 부럽습니다.

    안그래도 바쁘실 텐데 이순원소설교실반에도 꾸준히 나가시는군요?
    언제나 타의 모범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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