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10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한 후 부팅이 안 되어
본체를 빼 들고 컴퓨터 수리점을 가지고 가서
포맷을 하고 프로그램을 새로 깐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윈도우를 10에서 7로 다운 그레이드를 했으니 이젠 모든 문제가 없겠지 싶었는데
그렇지 못하고 소소하지만 번거롭고 짜증나는 일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내가 도대체 소통이 안 되는 겁니다.
나와 오랜 시간 함께한 컴퓨터지만 하드를 포맷하고 나니
컴퓨터는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길이 안 든 망아지 같기고 하고,
컴퓨터가 사람 말을 죽어라고 안 듣고 사사건건 엇박자를 놓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신혼부부가 허니문 때 서로 안 맞는 부분 때문에 몹시 다투듯
지금도 컴퓨터와의 전쟁은 진행 중입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컴퓨터 하드를 떼 내어 차에 싣고
온 식구가 다 컴퓨터 수리 센터를 갔을 때 내가 들어갔어야 하는데
비가 오고 있어서 잠든 아기를 안고 빗길에 내리기가 어렵고
젊은이들이 들어가서 뭐가 고장난지 알려 주면 수리가 바로 될 것 같기에
난 아기를 안고 차안에 그냥 있고 하드를 사위가 들고 딸이 함께 갔습니다.
수리 해 온 컴퓨터에 프로그램이 아무것도 안 깔린다고 딸에게 불평했더니
“엄마 아무래도 내가 말을 잘 못한 것 같아.”이럽니다.
윈도우 10을 업그레이드 한 후에 컴퓨터가 안 된다는 설명을 하고 수리를 부탁하자
기사분이 포맷을 새로 해야 하고 윈도우를 다운 그레이드 하면 된다고 하더랍니다.
컴퓨터 수리기사와 우리 딸이 이런 대화를 했답니다.
기사 : 컴퓨터를 누가 쓰세요?
딸 : 우리 어머니 컴퓨텁니다.
기사 : 그럼 할머니가 쓰시는 겁니까?
딸 : 네
기사 : 컴퓨터로 게임하시나요?
딸 : 아니요. 우리 어머닌 게임 안 해요.
기사 : 영화나 텔레비전 방송 보시나요?
딸 : 아니요.
기사 : 그럼 할머니가 컴퓨터로 뭐하세요?
딸 : 한컴오피스 한글 프로그램으로 글을 쓰세요.
기사 : 그럼 한글 깔아드려야겠네요.
딸 : 네 주로 글 쓰는데 사용하시니까 한글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세요."
기사 :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으니 자동 업그레이드는 차단할까요?“
딸 : 네~
몇 시간 후에 찾아 온 컴퓨터는 바탕화면에 한글프로그램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몇 개의 아이콘만 남아 있습니다.
며칠 속을 썩다가 포맷을 한 컴퓨터를 마주하니 새로 산 듯 했습니다.
바탕화면이 깨끗한 것 까지는 좋은데
연말에 친구들이랑 공연을 볼게 있어서 예약을 하려니
플러그인이나 액티브 엑스 이런 게 설치가 되질 않습니다.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려고 해도 사진 툴이 하나도 없습니다.
보통 휴대폰 사진이 3000px 넘어서 블로그에는 사진을 500px 정도로 줄여서
사용하는데 그걸 줄일 포토뷰어 조차 설치가 안 됩니다.
인터넷 옵션에 들어가 이것저것 아무리 만져 봐도
해결할 수 없어서 컴퓨터를 수리한 기사를 내가 어제 다시 찾아갔습니다.
토요일에 포맷해간 컴퓨터를 기억하냐고물었더니
수리를 맡긴 사람이름을 대라고 해서 사위 이름을 댔습니다.
컴퓨터에서 이름을 찾아보더니 수리기사는 나에게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을 설치하면 처음에 그런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들어가서 인터넷 아이콘은 찾으세요."
이러며 알파벳 소문자 e를 손가락으로 탁자위에 여러 번 썼습니다.
손가락으로 쓴 e자 위에 마우스를 작동하는 손 모양을 하면서
"아이콘 위에 마우스를 갔다가 놓고 오른쪽마우스를 클릭하면
사용자 정의가 나오는데 관리자 권한을 클릭 하세요“ 라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설명하고 나서도 내가 못미더운지 친절하게 종이에 써서 줍니다.
설명을 들은 할머니가 집으로 가다가 보면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알파벳 e 자처럼 생긴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못 찾을 것 같고
뭘 클릭 하라는 지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릴 것 같은 생각을 기사분이 한 것 같습니다.
그 메모지를 받아들고 컴퓨터 수리 점을 나오는데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결과적으로 보면 이 기사 분은 바탕화면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그려주지 않으면 못 찾을 할머니가쓸 정도로 컴퓨터 수준을 정했습니다.
업그레이드 같은 것을 해서 괜한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게 차단 해 놓았고
워드를 사용한다니 컴퓨터로 한글만 쓰라고 세팅해 놓았던 것입니다.
우리 딸은 자기가 잘 못 말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아무리할머니라도인터넷 사용은 기본이 아닌가요?
할머니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이콘도 모를까요?^^
아직 업그레이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남의 일이라 읽으니 재미있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심각합니다. ^^
순이
참나무.
2015-11-18 at 14:45
아이고 참…웃지마라 하시는데도 웃음이 나니 이노릇을 어쩔까요…^^
그 기사에게 순이님 블로그를 한 번 보여주시지그랬어요…ㅋㅋ
데레사
2015-11-18 at 19:37
나이 들면 제일 서러운게 주변으로 부터 무시당하는 겁니다.
할머니는 무조건 학교도 안 다녔어야 하고 할머니는 컴퓨터는
커녕 휴대폰도 쓸줄 몰라야 하는데 그걸 아는척이라도 하면
괴물로 보지요.
수영마치고 스마트폰 꺼내서 확인 할라치면 젊은 엄마들이
날 보고 "어머나 멋쟁이시네 스마트폰 쓰시네요. 딸이 가르쳐 줘요?"
머리에 드라이를 하고 있으면 "드라이도 예쁘게 할줄 아네요"
순이님 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은 내가 무시 당하는 일은 너무 많아서
여기다 쓰지도 못해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 있는 곳에 가면 절대로
무식한척, 모르는척 그렇게 합니다. ㅎㅎ
벤조
2015-11-20 at 15:20
에구, 왕짜증 나는 시간! 제가 그 심정 잘 알지요.
참나무님 말씀대로 , 나, 조블 출신이야! 해주지 그러셨어요. ㅎㅎㅎ
저도 여기 와서 윈도우가 안 열려서 (어느날 갑자기) 한참 못 쓰다가
(제 특기가 전원을 껏다 켜는거라서 그것만 되풀이…ㅎㅎ)
이 동네 컴퓨터 만질 줄 아는 한인에게 가져가 리셋했는데
깔려있던 소프트웨어랑 데이타가 다 날라가 버렸어요. 그래서
오피스도 다시 깔고 이것저것…남편이랑 미국에 있는 아이들이 수고했죠.
다시 깔려니 무슨 영수증 번호 달라는 것도 많고, 아이구…골치…보기만해도 골아픔.
데레사님 말씀처럼 요즘 젊은이들 턱없이 노인들을 무시하죠.
그런 애들은 아마 자기 부모에게도 그럴겁니다.
우리 아이들은 저에게 절대 그러지 않아요. 컴퓨터에 대해 뭘 물어봐도 항상
‘엄마, 참 대단해, 아빠보다 컴퓨터 더 잘만져…" 그럽니다. 기분좋은 거짓말 ㅎㅎ
내 자식들이 이렇게 격려해 주니까 건방진 것들 한테 무시당해도 속으로
‘웃기지 마라!’ 합니다. 데레사님도 그러시죠?
남의 방에 와서 수다가 늘어졌네요. 주인장, 봐주세요. ㅎ
말그미
2015-12-01 at 13:38
참나무 님, 말씀마따나 순이 님, 블로그를
한 번 봤어야 했어요, 그 기사…
위 종이에 써 준 기사의 글이 더욱 웃깁니다.
아줌마들은 무조건 컴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를 것이라는
선입견…
웃음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