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살면 좋을까?

2011년 스티브잡스가 마지막 남긴 말이라며
카카오 톡에 돌아다니는 이야기 중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는 병상이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차를 운전해 주고 돈을 벌어줄 사람을 고용할 수는 있지만
병을 대신 앓아줄 사람은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지만,
잃고 나서 절대 되찾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면 마저 읽어야 할 책이 한 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건강한 삶에 관한 책"이랍니다.
우리가 지금 삶의 어떤 단계에 있든 결국 끝나는 날을 맞게 되는데
살아 있는 동안 가족. 배우자, 친구들에 대한 사랑을 귀하게 여기고
나 자신에게 잘하고 타인을 소중히 여기라는 충고도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실제로 스티브잡스가 남긴 말은 아니라고 합니다.
작자 미상으로 쓰인 것인데 마치 잡스가 숨을 거두기 전에 한 말처럼
허위로 나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말을 스티브잡스가 한 말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는 병상(病床)이다.) 이 말은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싼 침대로 꼽히는 에이스침대나 황토로 만든 침대,
대리석 침대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병원침상에 비하면 싼 편에 속합니다.
병들어 병원침대에 누워본 분들은 그 말을 실감하실 겁니다.
비싼 침대는 나름대로 수면의 질을 좋게 하고 안락하게 하지만
병원침대는 불편하기 이를 대 없고 평안히 잠들기도 어려운 환경입니다.
불편하고 괴롭게 하룻밤만 자고 나도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중환자실 침대는 사는 것도 아니고 빌려서 자는 것이지만
하루에 에이스침대 하나 값이 들기도 할 겁니다.
불편하고 무거운 침대를 지고 누워 있어보면 외롭고 슬프고 고독하고
저절로 우울증이 생길 정도이면서도 비싼 비용을 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도, 유명한 사람도, 대단한 권력자도
대신 아파줄 사람은 구하지 못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남자들이 결혼 전에 여자에게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해 주겠다”하는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는 삶이 어떨까요?
물론 아내를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말이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식사는 매끼니 마다 침상까지 가져와 침상에 달린 식탁위에 따끈한 밥이 차려지면
숟가락을 들어 먹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어려우면 떠 먹여 줍니다.
옷은 자주 갈아 입혀주기는 하지만 그 옷을 입고 외출은 못합니다.
손수 세탁할 필요도 없고 내의까지 청결하게 빨아서 관리해 줍니다.
세수와 양치까지 전적으로 침상에서 할 수 있습니다.
3일에 한번은 목욕을 시켜줍니다.
청소 같은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침저녁으로 깨끗이 쓸고 닦고 소독도 열심히 해 줍니다.
냉난방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더위나 추위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의식주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고 친척이나 사람들의 방문은
침상에 앉은 채로 맞이하면 됩니다.

누가 이러고 사느냐 구요?
요양 병원에 입원한 어르신들이 이러고 삽니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는 모습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염려해야합니다.
집이 없으면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이고
집이 있으면 관리와 세금 등을 염려해야 하고
무리해서 집을 사면 하우스푸어가 되어 걱정이 많습니다.
요즘엔 옷을 못 입을 정도로 헐벗은 사람들이 없습니다.
그래도 옷에 대한 걱정은 늘 합니다.
무얼 입을까어떤 가방을들까 등등…..
먹는 일도 요즘엔 음식이 없어서 못 먹지는 않지만 뭘 먹을까
하루 세끼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의식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건 요양병원 침상위에서
인지장애로 누워있는 경우일 겁니다.

의식주 때문에 발생하는 모든 활동이 삶의 내용이 됩니다.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우리가 의식주 걱정을 하고 사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 인가요?^^

순이

7 Comments

  1. 벤자민

    2015-11-29 at 13:27

    ㅎㅎ 손에 물한방울 안 묻이고 사는거 간단합니다
    손에 장갑 끼면 되겠죠 ^^
    옛날에는 남자들이 상습적으로 하던 소리 같은데
    요즘은 수영하고 골프치고 놀러 다니고 할라면
    손이 아니라 온 몸이 물에 젖겠지요 ㅎㅎ

    그래서 요즘은 결혼하면 온 몸이 땀나게 해줄께
    하는게 진짜라고요 ㅎㅎ   

  2. 데레사

    2015-11-30 at 00:02

    위의 벤자민님 댓글보면서 웃습니다.
    온 몸에 땀나게 해줄께 하는게 진짜라구요?
    ㅎㅎ

    요양병원에 누워 계시는 분들, 늘 보고 사니까 별별 마음이
    다 들겁니다. 그 과정 안 거치고 생을 마감하는것도 복일텐데
    마음대로 안되는게 사람의 일이라 늘 걱정만 됩니다.

    순이님
    새로운 한주간도 우리 화이팅 해요.   

  3. 睿元예원

    2015-11-30 at 12:00

    순이님,
    글을 다 보고나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네요.
    요양원에 누워지내는게 얼마나 힘들까 싶네요.
    따뜻하고 보호해주는 시설이라해도
    제가 아파보니 가족의 숨결을 느끼며 산다는게 얼마나
    건강에 소중한지 알겠더라고요.
    그간 잘 지내셨지요?^.^   

  4. 말그미

    2015-12-01 at 13:56

    손에 물 묻히고 나부대며 사는 게
    얼마나 복받은 생활이라구요.

    편한 것도 싫고
    그저 건강하기만 바랍니다.
    순이 님도 꼭 건강하셔야 합니다. ^^   

  5. 리나아

    2015-12-02 at 07:01

    건강해서 손에 물 묻히며 깨끗이 청소도. 빨래도. 설겆이도..
    깨끗이 몸도 손도 씻기도 하면서 사는게 얼마나 행복인지….
    그러고보면 물이 얼마나 감사하고 좋은거인데요~~~

       

  6. 고영욱

    2015-12-14 at 01:20

    수년 동안 순이님의 편안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엊그제 교교동창 송년회에서 퀴즈를 맞춰 선믈을 받는 행운이 제게 왔습니다.
    (가징비싼침대…) 고맙습니다. 그리고 조선블로그를 닫는다고 하니 무척 아쉽네요.
    조선일보 35년동안 구독하고 있는독자인데…    

  7. 막일꾼

    2016-01-01 at 11:39

    저 쪽에서 못 읽었던 글 여기서 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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