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50년을 사시다가 은퇴 후 귀국해서 고국을 둘러보고 계신
지인 내외분과 아드님을 모시고 몇몇 분과 이웃 마을 투어를 다녔습니다.
원래는 손님들이 남이섬을 가시고 싶어 하셨는데 단풍이 다 지고 난 남이섬은
쓸쓸할 것 같고 일산 주변에도 보여드릴 곳이 많아서 이웃마을 투어를 나섰습니다.
나는 수하물 수준으로 차를 얻어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
아무 생각 없이 실려 다니기만 하는 사람이고
얌전하고 사유가 깊고 글 잘 쓰는 분인데 운전대를 잡으면
한 터프 하는 푸나무님의 큰 차로 푸나무님이 운전을 하고
수 십 년 무사고 운전자이긴 하지만 장롱 안에 면허를 곱게 모셔놓고
입으로 하는 운전의 달인이신 여인 한분
미국에서 오신 손님의 고등학교 후배이신 기사님 그리고 저 7명이
투어를 다녔습니다.
일산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출판문화단지가 있는데
그곳은 내리지는 않고 지나면서 차창으로만 구경했습니다.
김영사 앞을 지날 때는 김영사 사장님 이야기가 나와서
폭로전 후속이야기를 궁금해 하면서 헤이리로 갔습니다.
헤이리는 평일이라 한산하기 이를 대 없어서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예술인 촌이라 구경거리와 상설전시도 많은데 이런 공간이 텅텅 비는 것은 아깝다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를 하는 방안을 연구해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많은 전시 중에 오래 외국에서 사신 분들에게 토속적인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한향림 옹기 박물관을 찾아갔습니다.
옹기 소품과 대형항아리까지 지역별 형태별로 전시되어 있어서 볼만했습니다.
옹기는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오래된 문화유산이라
이런 박물관을 만든 분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습니다.
하얀 쌀이 담긴 옹기로 된 쌀함박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신기했습니다.
우리 어릴 때는 집집마나 빨래판처럼 홈이 파인 큰 그릇이 있어서 거기에다
쌀을 박박 문질러 여러 번 씻어서 밥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입니다.
요즘에는 물로 헹구는 정도로 쌀을 씻어서 밥을 하는데 오염이 없던 옛날에
왜 그렇게 쌀함박에 박박 문질러 씻었는지 이해가 좀 안 되는 부분입니다.
쌀을 일 때 돌을 고르기 위해 일렁거려 쌀은 내 보내고 돌멩이는 걸리게 하던
쌀 함박에 쌀 씻기가 이미 추억 속에만 있는 잊혀 진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황희(黃喜) 정승이 영의정을 사임하고 관직에서 물러난 후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냈다는 반구정에 들렸습니다.
문산의 임진강변에 자리하여 앞에는 널찍한 모래톱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반구정과 임진강 사이에 자동차도로가 생겼습니다.
반구정 아래 생긴 도로를 고속으로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가 시끄러워
옛날 황희정승이 누렸던 운치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맑은 날 정자에 오르면 멀리 개성의 송악산을 볼 수 있다는 곳이지만
맑은 날인데도 송악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화석정에도 들렸습니다.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가던 중 한밤중에 강을 건널 때
캄캄한 강을 건널 수 없어서 화석정을 태워 사위를 환하게 밝혀
강을 건넜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강폭이 좁아서 정자 한 채가 다 타는 동안 강을 건널 수 있어보였습니다.
반구정이나 화석정을 보면서 강을 끼고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2월 시작되어 본격적으로 겨울로 접어들어 추워야 당연한 데도
바람한 점 없이 햇살이 어찌나 포근하고 따스한지 날씨가 주는 행운이 대단했습니다.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니고 전날에 급조한 여행인데 기다렸다는 듯이 날씨가 좋았습니다.
임진각 평화누리광장에 도착해서 바람개비가 있는 언덕에도 가 봤습니다.
바람개비는 바람이 없으니 다들 조는 듯 미동도 없이 꽃처럼 서 있었습니다.
바람개비는 돌아야 바람개비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바람이 좀 불어주길
은근 기대하다가 바람이 없어서 추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으면서도
바람개비는 돌아가길 바라는 모순된 감정이라니요. ^^
겨울 해는 짧아서 부지런히 서둘러 다녔습니다만
임진각에 도착하니 해가 서쪽으로 긴 노을을 그리며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임진각에서 쳐다보는 하늘에는 유난히 기러기가 많았습니다.
시옷자나 일렬로 주~욱 하늘에 금을 그으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평화로웠습니다.
기러기 무리가 그룹을 지어 하늘에 많이 떠다녀서 그들을 바라보느라 자주 하늘을 봤습니다.
옛날부터 기러기에 대한 노래나 시들이 많아서 우리에게 친근한 새지만 도시에선
잘 볼 수 없는 기러기 때들이었습니다.
이북이 가까운 임진각에서는 더 갈수 없는 아픔의 역사를 가진 우리들이라서 그런지
일행 모두가 도심에서 보다 자주 하늘을 쳐다보게 되었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드는 상념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오신 손님들은 통일이 꼭 될 거라는 말씀을 자주하셨습니다.
해가 지는 중에 구름 한 점에 무지개도 보였습니다.
어떤 분이 하나님이 드시다 버린 사탕이라고 해서 보니 정말 그런 듯 했습니다.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우리 일행도 어느덧 저 황혼 길 같다고 했더니
미국에서 오신 손님은 우리에게 아직 중천에 걸린 해 라고 하시면서
얼마든지 새처럼 날 수 있다고 격려하시더군요.
어스름한 저녁에
자유로에서 만난 일몰시간은 행복했습니다.
순이
선화
2015-12-02 at 05:09
반구정 짱어구이집에서 점심드셨나요?
그나저나 푸님이 운전이 터프해요? ㅎㅎㅎ/ 원래 B형이 한터프하지요~ㅎ
임진강변의 철새들…지는 저녁놀.. 반구정..아무일없다는듯 철책사이로
유유히 댕기는 노루들 눈에 선한 그리움입니다
근데 ..자유로엔 귀신이 마이 출몰 하다고 하던데요? ㅋ~~~
데레사
2015-12-03 at 03:49
그쪽으로는 참 잘 안 가지는 곳이에요.
평촌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늘 남쪽으로만 다니거든요. ㅎ
반구정으로 나들이 가서 장어도 먹고 했던 이웃이 이제는
이세상에 없어요. 조블 10년에 많은걸 겪었지요.
순이님 이 포슽 보면서 그 이웃생각에 목이 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