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된 손자 까꿍이가 6개월 때부터
백화점 문화센터에 다녔습니다.
유아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뭐 별게 있나요.
유아전문 놀이 선생님이랑 일주일에 한 시간 노는 것이지요.
비눗방울 놀이나, 뭘 붙였다 떼었다 하거나, 딸랑이를 흔들고
장난감을 두드려서 소리 나는 것을 들어보는 정도의 수업입니다.
병원에서 가까운 백화점 문화센터이고 점심시간에 수업이 있어서 시간을 내어
까꿍이의 귀여운 모습도 보고 사진도 찍고 하느라 몇 번 참여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종강이라고 해서 가 봤습니다.
7~9개월 된 아가들이 엄마와 같이 노는 모습을 보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종강 기념으로 선생님이 선물을 하나씩 주었습니다.
옆에 아기도 받아 오기에 나도 우리 까꿍이를 안고 나갔더니 선생님께서
“까꿍이는 결석이 한번 있네요.” 하면서 선물을 안주셨어요.
아마 개근한 아기만 주는 것이었나 봐요
내가 선물을 못 받고 자리로 돌아오자 까꿍이 엄마가
엄마 왜?~ 하는 눈길로 바라보기에
“우리 까꿍이는 전에 감기로 한번 결석한 적이 있잖아.”
자리에 앉으면서 작은 소리로 얘기했습니다.
"개근한 아기만 주나봐" 라고 덧붙여 말했더니
"옆에 애기는 결석을 많이 했는데? " 하면서 딸이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집에 와서 까꿍이 엄마가 서운한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까꿍이가 선물을 못 받아 온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지요.
다른 아기는 결석을 많이 했는데도 선물을 주면서 우리 까꿍이는 빼먹다니,
엄마랑 할머니 두 사람이나 가서 그걸 하나 못 받아 온 것이 나도 서운했습니다.
선생님께 "결석을 많이 한 사람도 주면서 우리 까꿍이는 왜 빼느냐?" 고
말하지 못한 것이 새삼 억울했습니다.
유순한 성품의 우리 딸은 말을 못한다고 해도
할머니인 나도 바보같이 아무 말 못하고 오다니……
조그만 서운함에서 시작해서억울함으로 증폭되고 치사해졌습니다.
이삼천 원하는 조그만 딸랑이가 뭐라고 옹졸해지는지!
선생님께 가서 다른 아기는 결석을 많이 했는데도 주셨는데
우리 까꿍이는 결석을 한번밖에 안했는데 왜 선물을 안 주냐고 물어보던지
아니면 그런 선물 안 받으면 뭐 어때?
이젠 딸랑이 가지고 놀 나이도 아니고
집에 딸랑이는 얼마든지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일인데
뭐가 그리 억울하니 서운하니 그러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딸랑이가 영원히 두고 봐야할 기념되는 물건도 아니고
살림에 보탬이 될 정도로 비싼 것도 아니고
없으면 당장 불편을 느낄 정도로 요긴한 것도 아니고
그게 있으면 내 인생이 빛나는 물건도 아닌데
고작 딸랑이 하나를 가지고………
그 기분은 점점 증폭됩니다.
선생님이 우리를 좋아하지 않나보다.
우리가 우습게 보였나?
할머니가 자주 가서 싫었나?
까꿍이 엄마가 너무 순해 보이니까 만만한가?
그러니까 너무 사람이 유순해 보이면 안 된다니까.
깍쟁이 같아 보이고 따지고 덤빌 것 같으면 상대방이 알아서 하는데
우리 모녀가 너무 물러 보인 탓 일거야 ~~~~
그런 생각까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할머니가 까꿍이를 안고 선생님 앞에까지 갔는데
결석이 있어서 안 된다고 했으면
우리 까꿍이보다 결석이 많았던 아기는 왜 주는 거냐 구요?
선생님도 실수였겠지만 공평하지 못했던 처사로 인한 섭섭함이 증폭된 결과로
우리 모녀는 아주 소심한 복수를 결심하게 되었는데
까꿍이가 그와 연관된 수업을 다음 학기엔 안 듣기로 한 것입니다.
다른 백화점 문화센터도 좋은 유아프로그램이 많은데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이어지는 그 수업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까짓 딸랑이 하나 가지고 웃기지요?
사실 딸랑이 하나 못 받은 것 뭐가 그리 서운하겠습니까?
공평하지 못한 것에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이지요.
거기가 어디냐 구요?
일산에 있는 H백화점 G백화점은 아닙니다.
사실 L백화점이라고 밝혀도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여기는 개인 블로그이고 웃자고 하는 얘기니까요. ^^
(흉 보면서 배운다고 하는 군요. ㅎ)
순이
데레사
2015-12-07 at 08:16
ㅋㅋ
별것 아니지만 그런것에 화 나는것 맞아요.
그런데 끝맺음은 간장 한종지를 패러디
했나봐요.
노당큰형부
2015-12-07 at 09:06
그거요?
치사하다고 생각 할지 모르지만
되게 약 올릅니다.
당해 봐서 압니다.
봉쥬르
2015-12-07 at 09:16
정말그러네요..ㅎㅎ
글세 그런게 짱나지요^^
간장 한종지도 유분수!!^^
睿元예원
2015-12-08 at 01:10
그렇죠!
딸랑이가 문제가 아니라
‘공평’ 기준으로 봐서 바르지않은 답이었다는게
걸렸죠. 답은 공평해야하는데 말입니다.
간장 한종지는 간장이 아니라 위생문제에 걸린거라 보여요.
푸나무
2015-12-08 at 01:18
딸랑이로 한현우 기자가 이해되셧나요? ㅋㅋ
그래도 부당하긴 하네요. ㅎㅎ
말그미
2015-12-10 at 16:40
순이님, 그리고 까꿍이 엄마 심정
충분히 이해를 하고도 남습니다.
까꿍이네 학교 선생님 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까꿍이보다 결석이 더 많은 아기한테 준 딸랑이 선물도
불공평하고…
까꿍이를 안고 선생님 앞에까지 갔는데도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안 주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