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도 맛이 있다는데 블로그를 담는 그릇도

요즘 대형교회에서는 예배 반주로 파이프오르간을 많이 사용합니다.
파이프오르간은 보이는 모습이 장엄하고 아름답습니다.
파이프 하나하나가 오랜 시간을 들여서 정성껏 만들어낸 예술적 창작품으로
각각 고유한 외모를 지니게 됩니다.
파이프오르간은 파이프가 바람에 의하여 직접 울려서 각기 다른 소리를 내어
음악을 연주하는, 살아 숨쉬는, 생명을 가진 악기입니다.
오래된 교회당에 울리는 오르간 소리는 얼마나 경건합니까?
그렇지만 파이프 오르간이 처음부터 교회 반주용으로쓰이진 안았답니다.
서양에서는 오르간이 마귀가 쓰던 것이라고 경멸해서 교회 안에 들어오기까지

뜯어내고 다시 설치하고 싸우는 등 많은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합니다.

시대와 분위기는 자꾸 변합니다.
우리는 블로그로 인해 글쓰기가 익숙해졌지만 또 다른 변화에 적응해 가야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보여 집니다.
조선블로그가 문을 닫는 다고해서 많은 블로거들이 디아스포라를 해서 타 커뮤니티를
가 보니 그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렵더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나는 다른 곳에 가서 정착을 해 볼까 시도해 보지도 못했지만 어느 곳은 너무 상업적이고
젊은 애들이 영혼 없는 댓글을 달아서 민망하고 공감형성이 안되더라는 것입니다.
낯선 것이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겠지 하고 버텨보지만 자극적이거나

아주 새롭거나 하지 않으면 아무도 봐주지 않더라고 합니다.
다음이나 네이버 블로그를 보면 많은 부분 상업화 되었습니다.
들고, 입고, 먹고, 여행가고 이런 것이 주류를 이루고 그것도 순수하기(?) 보다는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곳이 많습니다.
사실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으면 장사 자체가 어려워졌습니다.

우리 조선 블로그는 상업화 하진 않았고 그런 곳에 비해 조금 폐쇄된 분위기지만
조선블로거들은 대단한 분들이 많습니다.
책을 많이 읽고 독후감을 주로 쓰시는 분도 많고
참나무님처럼 직접 갤러리 순례를 하고 그 곳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보여주기도 하고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내 집 근처 이웃마을, 내나라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을
성실하게 보여주시는 데레사님,
음악이야기를 재미나게 해 주시는 분(바위님, 트리오님)
제주도 소식(선화님) 스페인 소식 (말그미님) 미국소식(신재동님) 호주소식(벤자민님) 등을
현지에서 실감나게 해 주시는 블로거도 많습니다.
평범한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를 잘하는 예원님
산행 소식을 해 주시는 분, 사진을 잘 찍는 분도 많습니다.
벤조님을 통해 가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는 비쉬켁이라는 나라에 있는
나른강 톡토굴 이야기도 읽을 수 있습니다.
노년의 삶을 보람 있고 아름답게 사는 이야기도,
가족 간에 일어나는 소소한 다툼을 읽는 일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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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단포 같은 생활에 금방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있는 곳도 우리 조선블로그입니다.
로빈님이 소개해 준 유단포를 저는그걸 읽는 즉시 인터넷으로 구입했습니다.
난방비가 겁나서 마음 놓고 난방을 못하는 대신에 겨울에는 전기담요를 침대위에 깔고 잤는데
그것도 전자파가 해롭다는 얘기를 듣고는 추운 겨울을 나야했습니다.
나는 고양이 띠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추운 것을 못 참고 따뜻한 것을 밝히는데
요즘엔 이불속에 조그만 유단포 하나만 넣어두면 아침까지 정말 따뜻하게 잘 수 있습니다.
로빈님 블로그에서 유단포 관련 글을 보지 못했다면 올 겨울도 춥게 지냈을 겁니다.
우리 딸이 잠잘 시간쯤 되면 주전자에 물을 끓여 담은 유단포를 내 침대 속에 넣어 놓곤 해서
유단포의 열기만큼이나 예쁘고 소중한 내 딸의 사랑을 느낍니다.
유단포를 이용할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로빈님 포스팅을 보다가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사소한 아이디어가 무척 요긴하게 쓰입니다.

뭐든 강요된 일을 하거나 억지로 하는 일은 평강이 아닙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을 누가 강제로 하라고 하면 얼마나 고통스럽고 하기 싫겠습니까?
내가 하고 싶으니까, 쓰고 싶으니까 하는 일이라 거의 중독성을 가지고 블로그를 합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듣거나 보거나 경험하면 "이건 블로그에 써야지."하면서 챙기게 됩니다.
그러노라면 더 진지하고 더 열심히 보고 듣고 관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블로그를 하는 행복과 기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조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활에 이미 주어진 것 속에서 이야기를 건지고 사랑하고 쓰는 일입니다.

포스팅을 하려면 적어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아야 하니까 삶을 음미해 보는 시간도 됩니다.
이렇게 씀으로서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내 목소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내가 포스팅 한 글을 읽어보면 벌써 역사가 되어있습니다.
누군가가 기록을 남긴 자가 이긴다. 고 말하더군요.
기록을 남겨서 누구에게 이긴다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블로그 개인 글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자기에 대한 변명이 많을 수도 있고 그 변명은 자기를 변호하는 것도 되고
보호하는 것도 되고 유치한 자랑질도 되고 즐거운 일이 되기도 하고 개인의 기록이지만
나중에 보면 사회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고 합니다.
유리그릇이나 스텐그릇 오지그릇……..그릇에 무슨 맛이 있겠습니까?
음식을 담는 그릇이 중요하다는 얘기겠지요.
블로거를 품는 조선닷컴이 우리 조선블로거 들에게 좋은 그릇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자발적으로, 자신의 흥으로, 자신의 재능으로 노력으로 꾸려 가는 블로거들을
조선 닷컴 측에서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배려하는 면도 있어야 합니다.
시사성이 강한 뉴스나 기사도 중요하지만 블로거의 소소한 이야기들도 필요한 것입니다.
파이프 오르간은 수많은 파이프가 각기 다른 소리와 음정을 내는 독자적인 악기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들이 혼자서, 혹은 여러 가지 형태로 서로 합하여 매우 다양한 소리를 내어 화음을 이루는 것처럼,
블로거들을 좋은 그릇에 담아내는 조선닷컴의 배려에 따라
블로거들이 내는 다양한 목소리는 아름답게 많은 사람들에게 스며들 것입니다.

그릇에도 특유의 맛이 있습니다.

순이

5 Comments

  1. 선화

    2015-12-10 at 03:52

    공감가는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늘 느끼는거지만 블로그를 하면서 배우는게 더 많습니다
    대단한분들 참 많습니다 그중에 순이님도 한몫을 하지요~ㅎ
    늘 쉽게 풀어나가면서 공감 가는글들 아무나 몬쓰거든요
    이런저런 다른 개성이 뭉쳐 우리 조블이 단단하게 형성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근데…정말 좋은소식은 맞는건가요?

    제주는 비가 많이 옵니다
    내일이면 이 비가 그곳으로 가겠지요 / 늘 건강도 잘 채기시면서요~^^
       

  2. 데레사

    2015-12-10 at 04:06

    나도 블로그 하면서 아주 많은걸 버웁니다.
    포스팅 하면서 스스로도 놀랄때가 있거든요.

    부디 조선측에서 다양한 우리네 삶도 진지하게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3. 睿元예원

    2015-12-10 at 11:58

    아마도
    조선일보의 새로운 그릇에
    이전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개성있는 요리를 담게 되리라 믿어요.
    모든 블로거께서 새로운 다짐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으실까요?
    다양한 문화를 나누고 보여주고 해 왔듯이
    하지만 더 다듬어진 표현이 되리라 믿어봅니다.
    정말이지 된장찌개도 서툴던 제가 된장 간장, 고추장까지
    담글 수있게 된것은 조블 덕분이었지요.
    이곳에서 순이님도 알게 되고 데레사님, 선화님 외 모두 정겨운
    동창생들 같답니다.^.^   

  4. 말그미

    2015-12-11 at 13:29

    가지각색의 재미있는 글을 쓰는 조선블로거들,
    음악으로 치면 아름다운 화음의 중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늘 게시물을 올리면서 배우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부끄러운 것도 많이 있지만,
    콩나물이 물을 주면 조금씩 자라듯이
    조금씩 우리는 성장도 하리라 생각합니다.   

  5. 소리울

    2015-12-13 at 11:43

    늘 수고가 많으셨네요
    사랑 많으신 순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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