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에 관심하는 많은 분들이 그러하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매년 1월1일 새해 첫날에 의식을 치루 듯이 조간신문에 끼어 들어온 신춘문예 섹션을 따로 빼어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과연 조선일보 소설부분 당선작인 원재운의 “상식의 속도”는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을 읽는 내내 내가 우주선에 올라탄 듯 멀미가 느껴지기도 하고 내 생각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헤드기어를 낀 기분까지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내용에서는 “상식의 속도”가 아니라 “상식 밖의 속도”를 날아가는 그야말로 문제작입니다. 데이터, 인증, 호출, 헤드기어 등등의 디지털 용어를 삽입한 탄탄한 문장과, 삼국지, 아기공룡 둘리를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끌어들여 적절하게 응용 대입시키는 능력과 끝없는 상상력으로 독자를 설득하는 역량을 가진 작가입니다. 작가들이 늘 부딪치는 새롭게 하기의 문제를 벗어난 새로운 방식이었고 상식 밖의 이야기를 상식적인 이야기로 알게 하려는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문제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가정을 몰 개성한 집단으로 몰고 가는 것입니다. 제갈량이 학창의와 백우선 등 순백색 위주의 아이템들을 활용하며 한 마리 학과 같이 고고하고 신선 같은 이미지를 표방한 그의 선택이 철저한 계산이고 취향이라고 말하면서 제갈량을 동성애자의 표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갈량 아내의 외모가 추하기로 유명한데 첩을 거느리는 것이 그 시대에 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아내 한명과 끝까지 살았고 마흔 일곱에 첫 아이를 낳은 것이 동성애자의 증거라는 겁니다. 제갈량은 유비와 군주의 권위로 시작된 관계인 듯하나 제갈량으로서는 본인의 성향을 확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제갈량과 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같이하고 침상을 함께 쓰면서 한 시도 곁에서 멀리 두지 않았다는 것을 그 증거로 제시합니다. 제갈량과 애정을 나누었으리라 추정되는 인물은 그가 섬겼던 유비 외에도 마속과 강유라고 합니다. 작가가 설명한 유력한 행적에도 불구하고 제갈량이 동성애자임이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는 그가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탓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유비와 마속 생전에는 아이가 없다가, 마속이 죽고 일 년 만에 첫아들을 낳았다는 것 역시 유념할 부분이고 이런 행적들은 제갈량의 삶 후반부에 몰려 있는데, 본인에 대한 소문이 돌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러 벌인 일로(자녀를 낳은 일) 보인다고 합니다.
삼국지가 쓰여 진 당시는 소문을 겁내할 지금 같은 매체도 없었고 퍼져 봤자 입소문 정도이고 남자들이 하는 일에 관대한 시대였습니다. 특히 남자들만 몰려다니는 전쟁 중엔 동성애자인 것이 소문날 일도 없었고 소문이 두려운 시대가 아닌 것으로 보아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무서워서 늦게 아들을 낳았다는 것은 억지로 꿰어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작가는 우깁니다. 무결한 영웅으로 칭송받던 제갈량은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감추고 속여야 했다고 하지만 제갈량이 동성애자임이 밝혀진 뒤,
“다수의 동양 출신 노트 퀴어들이 각성하여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수천의 세대가 지난 지금까지도 제갈량의 삶에 울림이 있는 것은 오히려 그가 겪어야 했던 슬픈 고뇌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쓰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임을 떳떳하게 드러내고 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시대는 야만의 시대였고 그래서 고뇌하고 제갈량이 슬프게 살았다고 동정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과 나도 즐겨 읽던 보물섬 만화에 나오는 “아기공룡 둘리” 도 기존의 가정 질서를 파괴해야 하는 증거로 인용합니다. 아기공룡 둘리 속에 고길동이라는 아버지는 늘 조롱거리가 됩니다. 가부장의 권위는 파괴 되어야할 것으로 상징처럼 보여주는 것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소설의 형태를 빌려 동성애를 말하면서 배우자와 혈연관계에 근거하여 구성되는 사회적 단위인 가족이라는 형태를 무참하게 만들어버립니다. 20세기 이후 인류가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문제가 인구의 폭증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이성 간 생식행위를 벌여 과도한 번식을 일삼는 무리들이 오히려 반사회적이라고 주장하면서 가족주의 하의 개인은 허황된 감성에 이끌려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지난해엔 서울대학교에선 동성애자라고 밝힌 분이 표를 많이 얻어서 학생대표가 되기도 했고 서울 시청 광장 앞에서 많은 동성애자들이 모여 축제를 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의 가장 핵이 되는 가정이 해체해야 할 무익한 것이 되고 조롱거리가 되는 시대가 도래 하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앞섭니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올바른 사람이라고 배운 사람에게 교실에서 빗자루로 선생님을 때리는 학생을 보는 요즘엔 충격이 큽니다. 가정도 무익한 집단이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권위도 다 무위로 돌리고 몸이 요구하는 대로 살면 된다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이성간의 사랑은 무분별한 생식행위이고 동성 간의 사랑은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는 것입니다. 몇 천 년 전에 살았던 제갈량이 동성애자로 우리에게 재조명 되는 일이 과연 괜찮은 일인지 이런 소설이 나오는 시대가 올바른 시대인지 마음이 서늘해지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읽던 신문을 두고 거실로 나오자 손자 둘이서 거실에 장난감을 잔뜩 펴 놓고 놀고 있었습니다. 어린 두 형제가 국민문짝이라고 부르는 장난감 집을 드나들며 벨을 눌러 초인종 소리를 내고 현관에 불을 켜고 하면서 삶의 기본적인 형태를 놀이로 익혀가는 손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놀이에 열중한 아기들은 내가 옆에 가도 모르고 놉니다. 불현 듯 사진을 남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휴대폰을 들고 나가 찍었습니다. 겨울 아침햇살이 거실 깊숙하게 들어와, 아기들의 따스하게 비치고 있어서 조금 전 무거운 감정을 떨쳐냈습니다. 부엌에선 젊은 내외가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를 내고 있어서 깊은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가정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지켜져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신춘문예를 통해 걸출한 작가가 배출 된 것은 맞지만 기분은 그다지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인간의 비의는 충분히 느껴지지만 인류의 존속에 위협이 되는 소설을 과연 좋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은 무한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상식의 속도”는 상식의 속도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속도가 느껴져서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순이
ohokja1940
2016-01-03 at 11:56
댓글 한번 달아 봅니다.
이것도 연습이에요. ㅎ
睿元예원
2016-01-03 at 13:39
저도 이글을 읽었지요.
문학에 대해 문외한이니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하는정도의 감동이었고
읽기가 나름 재미있고 수월하더라고요.
한이와 아기가 노는 모습이 사진속을 넘어 종알거리는 소리도 들리는듯하네요.
아주 밝은 아침 모습이군요.
저는 언제 손주들 노는 모습을 보며 아침을 맞으려나요…^.^
벤조
2016-01-04 at 01:00
순이님 포스팅을 보고 나서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뭔 소린지. . .순이님 말씀대로 상식 밖의 속도…ㅎㅎㅎ
아마도 대한민국 최초의 사이언스 픽션 소설가를 발굴 해 내려고 뽑은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만, 제갈량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참나무.
2016-01-06 at 21:49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큰 이름 남긴 천재 예술가들
대부분이 왜 동성연애자들이 많은걸까요
언제나 그것이 궁금하답니다 저는…
어떤이는 동성애지가 아니어서 천재예술가로 역사에 남을 일은 없겠다
이렇게 비꼬기도 하데요…
저도 제3의 성 내내 이해불가였다가
‘나쁜피’브로크백 마운틴…이런 영화보고 저럴수도 있겠네
좀은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하며
제 자손 중에 저런사람 없는 갈 다행으로 여기기도 했지요
긴 답글 올리는 이유는 벤조님 답글이 잘 올려졌는지
궁금해 하시길래 저도 test 해보느라고…
여행 잘 다녀오시고 여행기 기대해도 되겠지요?
참나무.
2016-01-06 at 21:50
음…역시 답글 승인을 해야 뜨나봅니다
Your comment is awaiting moderation.
주은택
2016-01-08 at 02:23
안녕들하십니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당최 알 수가없어서
우왕좌왕 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아는 이름만 반가워서..
어떻게 글을 올리는 건지도 모르겠고..답답하고..글쎄 여기 이렇게
굴욕적으로 남아서 우왕좌왕 언제까지 해야하는지..쯧..
mutter999
2016-01-11 at 15:01
저도 답글 달아봅니다.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요?
동성은 이해하기가 쉽고,이성은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일까요?
그네들도 질투하고 똑같다던데요.
익명
2016-01-15 at 12:01
제갈량의 동성애 코드가 소설에 꼭.필요항 장치였는지… 의아햇어요. 소설주제가 관습을 해체시키는 무언가(그것이 외계생물체)가 꼭 필요하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는…
저는 상식의 속도가 아주 별로였어요. 눅진한 공갈빵을 먹는 느낌이랄까…
평범한 소재를 건조하고 지적으로 풀어내려한 거 같은데… 그냥 눅진눅진해요.
주제의식을 느낄 수 없었고 가슴을 스치는 서늘함도 느낄 수 없어서… 이젠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스킵하려고요. 작년 수족관도 ㅜ.ㅜ 대실망이엇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