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머니에게 엄살을 ^^

어머니 생신이라 대구를 다녀왔습니다.
형제들이 모여 동생을 추억하며 다들 숙연해 하자 어머니께서”영이는 좋은데 가서 잘 산다. 그럴 필요 없다.”라시며 먼저 간 동생이야기를 길게 하지 못하게 자르셨습니다. 형제자매가 아무리 마음이 아픈들 자식을 앞세운 엄마 심정만 하겠습니까? 속으로는 더 큰 아픔을 느끼시지만 다른 자녀들이 근심하는 것이 싫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시는 거지요.

untitled (1)
가족들이 모이면 우리 가정은 기독교인이니까 기도하고 찬송합니다. 우리어머니께서 가장 즐겨 부르시는 찬송이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이 찬송가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회갑에도 이 찬송을 불렀고 칠순에도 팔순에도 이 찬송가를 부르셨습니다. 이번 생신에는 우리가 불러드렸습니다. 우리 딸이 “엄마는 더도 말고 외할머니만큼만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할 정도로 어머니는 깔끔하게 씻으시고 주변을 정돈하고 사십니다. 쓸데없는 잔소리나 감정소모로 자녀를 힘들게 하지도 않고 매정할 정도로 상황정리를 잘 하셔서 우리자녀들이 늘 놀랍니다.

우리 어머니는 과일을 좋아하시고 목욕을 즐기는 것이 건강의 비결 같습니다. 물론 연세가 있어서 예전의 총명하신 것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자녀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목욕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우리 딸들이 어머니를 뵈러 가면 꼭 온천탕을 모시고 갑니다. 올케와 조카와 어머니까지 대 부대가 단체로 목욕을 가서 서로 때를 밀어주고 온탕에 들어가서 더운물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보고 서로 예쁘다고 합니다. 어머니 등을 밀어드리면서 “우리 엄마는 100세도 넘게 사시겠네요. 등이 아직 팽팽하고 처녀 살결 같으시네요.” 했더니 “아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지금이라도 가야지.” 이러십니다.
나는 내 등을 어머니께로 돌려 대고 밀어달라고 했습니다. 함께 간 여동생이 두 명이나 있고 올케도 있고 조카도 있었지만 어머니께 등을 맞깁니다. 어머니께서 등을 밀어주는 그 맛을 아시려나요? 불효일까요? ^^ 지금도 아주 시골인 강원도 평창에 살던 어릴 때 집 옆으로 흐르는 도랑가에 저를 세워놓고 온몸을 벅벅 문질러 씻어 주시던 어린 날의 기분이 느껴집니다.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다가 엉덩이를 철석 맞기도 했었지요. 딸의 등을 밀어주는 우리 어머니의 손아귀엔 아직 힘센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머니께서 내 등을 밀어 줄 때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너는 먹는 게 다 때로 가나보다. 무슨 때가 이리 많으냐?” 이러셨는데 할머니가 된 딸의 등을 미시면서도 여전히 그 말씀을 하십니다. 등이 얼얼하도록 때밀이 수건으로 밀어 놓으시고 비누칠을 빡빡 한 후에 샤워기에 물을 시원하게 틀어 등을 씻어 주시면서 어머니는 흐뭇해하십니다. 나는 등이 다 벗겨진 것 같다고 여전히 엄살을 어머니께 부립니다. 큰딸 등을 밀어 주시고도 기운이 남으시는지 작은딸 등도 밀어주셨는데 막내 동생은 올케와 이미 씻었다며 거절해서 아쉬워하셨습니다. 90을 바라보는 노인에게서 팔 힘이 느껴지고 어머니의 매운 손 맛 살아있을 때 그 느낌은 감동과 평안입니다. 우리 어머니와 언제까지 목욕을 다닐 수 있을지…….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만 합니다.

순이

3 Comments

  1. 벤자민

    2016-01-04 at 19:34

    아직도 정정 하시니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과일 목욕 정말 건강 장수의 비결 입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 오석환

    2016-01-07 at 01:50

    여기 계셨군요.
    얼마간 인터넷 없는 세상에서 살다가 보니 조블이 없어졌네요.
    새 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건강하시구요.

  3. 소리울

    2016-01-12 at 00:29

    안녕하세요. 여전하신데 사람이 바보같아지는 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
    목매달지 않으려는데 기분 나쁜 묘한 기분
    행복하게 사십시요
    겨우 찾아와서 더욱 반갑습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