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굼, 필리핀 북부 오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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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매년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가는 곳이 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차로 가면 10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필리핀 북부오지 마을입니다. 동생이 몇 년 전부터 한번 같이 가자고 하는데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마음으로만 그려보던 곳인데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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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에서 국내선 비행기 세부퍼시픽을 타고 한 시간 남짓 가서 내린 곳은 “뚜게가라오”라고 하는 제법 큰 도시였습니다. 동생은 학생들에게 강의가 있는 목적 있는 여행이었지만 난 배를 타고, 말을 타고 들어간다는 어떤 마을에 마음을 두고 갔습니다. 라굼이라고 하는 마을인데 그곳 언어로 라굼은 내지(內地 inside )라는 의미랍니다. 뚜게가라오에 있는 우리나라 선교사님이 하는 학교에서 동생은 강의를 했습니다. 나는 동생이 강의 하는 그 시간에 책도 보고 휴식도 하는 그야말로 꿈같은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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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특강을 마치고 드디어 라굼 가는 길!
뚜게가라오에서 출발해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북쪽으로 가서 배를 탔습니다. 물길을 따라가는 뱃길은 안정되고 오래 지속되는, 사람이 왕래하는 길이라고 볼 수 없는, 내지에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임시 루트였습니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라굼 사람들을 국민의 숫자에 넣지도 않았던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곳이었는데 우리나라 여선교사님이 30년 넘게 수고해서 선교 루트를 만든 것입니다.

라굼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가다가 말을 타고 가야하는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세상과 소통 없이 살아가는 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의료인들이 와서 백내장이 덥혀 시력을 잃은 분들에게 백내장을 수술해 주고 의료혜택을 주는 등 신뢰를 쌓아 지금은 많이 개화된 지역이 되었습니다.

배를 타고 가는데 어찌나 주변경관이 멋진지 모릅니다. 다녀와서 뚜게가라오에 사는 선교사님께 “팍상한 폭포보다 더 멋있어요.” 라고 했더니 “이곳을 팍상한 폭포와 비교하면 기분이 팍 상한다.”라며 웃으시더군요. 나루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언덕 아래에 배를 댈 수 있는 곳이 나루터가 됩니다. 요즘은 건기라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시원하고 좋은 날씨에 다녔지만 비가오거나 태풍이 지나 갈 때는 물길이 수시로 바뀌고 금방 흙이 있던 곳도 없어져서 길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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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많고 깊은 곳은 모터의 힘으로 가다가, 물이 낮아지면 노의 힘으로 가고 배가 바닥에 거의 달듯하면 배를 사람의 힘으로 밀어서 갑니다. 사공은 세 사람인데 앞에 두 사람은 노를 들고 있고 뒤에 모터를 작동하던 사람은 모터의 힘이 소용없어지면 모터를 끄고 배 앞머리로 와서 힘을 보탭니다.

가는 길에 박쥐동굴이 있어서 해질 무렵이면 수 만 마리 박쥐가 하늘을 가득 덮는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저는 박쥐를 못 만나 봤습니다.

라굼에서 만난 현지인들 이야기는 종교적인 얘기라 생략하고 아름답고 또한 위협이 되는 자연이야기만 합니다. 선교사님이 들어가기 전에는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고립된 마을입니다. 전에는 라굼에 사람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정부에서 관심하지 않는 오지 중에 오지마을이었는데 선교사님이 들어가서 마을주민에게 글을 가르치고 부지런히 드나들자 정치인들은 표밭이 될 듯하니 이제는 관심을 한답니다.
아직 세상에 덜 알려진 탓에 자연이 아름답고 경이롭게 보이기는 하지만 자연의 폭력 앞에는 사람이 너무 미미한 존재라 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사는 듯 보였습니다. 물도 무섭고 바람도 무섭고 태풍도 가난도 위협적이지 않은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미소는 아름답고 상냥했습니다. 문명의 혜택 없이 자연과 씨름하면서 살다가 가는 것이 행복인지 문명을 받아들여 개화된 삶을 사는 것이 좋은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필리핀 북부 라굼에 다녀온 이야기를 차차 풀어보겠습니다.

 
순이

 

7 Comments

  1. 참나무.

    2016-01-13 at 15:05

    귀한 경험하시며 잘 다녀오셨군요
    몇 편 더 기대해도되지요

    위블 관계자들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 것같더군요
    오늘은 [블로그 활용백서]에서 이웃 덕희 님 포스팅
    짧게 추려 올렸기 답글 달고 나왔습니다.

  2. 벤자민

    2016-01-13 at 16:22

    좋은 곳 잘 다녀오셧네요
    남을 위해 살아 가시는 분들이 잇어
    이 세상이 밝습니다
    다만 요즘 필리핀 그러면 좀 겁나요 ㅎㅎ
    무장 반군도 야기도 있고
    또 한국인 피해도 많고 해서요

    그러나 신앙을 가진 분들에게
    겁 먹을 일이 아니겟지요
    풀어야 보따리 너무 무거우면 도와 드릴까요? ㅎㅎ

  3. 데레사

    2016-01-13 at 17:00

    오늘 메일 왔지요?
    개선하는중이라고.
    차차 좋아질거라고 믿습니다.

    순이님 없으니 이 동네가 썰렁했어요.

  4. 벤조

    2016-01-13 at 18:49

    요즘은 어딜 가나 선교사들이 현지 개척자인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벌러 가지만, 그들은 돈과는 상관없는 영혼을 구하러 가는것이니 참 대단합니다.
    보따리를 푸신다니 기대가 됩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겠지요.

  5. 소리울

    2016-01-13 at 19:45

    메일은 왔지요.
    기다리라고
    성질이 급해서 들어가 만들어라는대로 만들어 보았는데 다사랑 시키는대로도 해 보았는데 보이지도 않고 글쓰기도 안되니 바보인가봅니다.
    댓글은 써지네요 그래도 ㅎㅎ

  6. 睿元예원

    2016-01-13 at 20:41

    잘 다녀 오셨군요!
    재미있는 글 기다렸답니다.
    사진이 작아서 아쉬워요.
    운영팀에서 노고가 많은 것 같더군요.
    좀 기다리면 원활하게 될듯합니다.
    ^.^

  7. 익명

    2016-01-14 at 02:32

    핀리핀다녀 오신 소식 반갑습니다.아름답게 섬기시는 귀한 동생을 두셨네요.저의 초등학교 동창도 핀리핀에 선교사로 나가 있기에 먼 곳이지만 가까운 이웃 같습니다.저도 조블이 그리워집니다.이곳서도 점점 익숙해지고 또 더 많은 분들을 뵐 수 있게 될 것이 기대됩니다.운영팀에서 여러모로 애쓰시는 중이시기에 하나씩 배워가면서 이웃 분들의 안내 속에서도서로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우선 뵐 수 있는 분들은 아이디만 뵈도 너무 반갑습니다.오랫만에 만나는 가족의 해후처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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