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 자세히 좀 말해 주겠니!

우리 한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입학하기 까지 열흘정도 집안에서 뒹굴 거리고 놀았습니다. 형이 집에서 노니까 까꿍이도 덩달아 낮잠도 한숨 안 자서 그 치다꺼리가 보통 에너지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그러니 시간을 보내기 위해 텔레비전 어린이 만화를 보게 하는데 우리 한이는 ‘로보카 폴리’ 바다 탐험대 ‘옥토넛’을 즐겨 봅니다. 그런 걸 보고 난 다음엔 온 가족에게 역할을 맡깁니다. 로보카 폴리를 보고 나면 한이 아빠는 폴리 엄마는 엠버, 까꿍이는 헬리, 한이는 로이가 됩니다.

3 (1)
폴리(아빠)는 경찰차고 엠버(엄마)는 병원구급차, 헬리(까꿍이)는 헬리곱터, 로이(한이)는 소방차입니다. 가끔 할머니는 로보카 중에 유일한 사람인 구조본부의 진이가 됩니다.
바다탐험대 옥토넛에서는 한이 아빠는 백곰인 바나클대장 엄마는 팽귄인 페이소, 할머니는 문어인 잉클링교수가 됩니다.  한이는 셀링턴 까꿍이는 트윅입니다. 항상 씩씩한 대장은 아빠고 예쁜 것은 엄마입니다. 어린이 만화 텔레비전을 볼 일이 없는 분들은 무슨 말인가 이해가 잘 안되실 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손자를 키우다 보니 나도 어린이 만화 텔레비전의 세계에 입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이와 까꿍이가 놀고 있는 사이에 한이 엄마가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이런 광경이 펼쳐집니다.
한이 : 엠버 무슨  일이야? (화장실 문 닫는 소리를 들음 )
엄마 : 엄마 쉬해요. (목소리 밝음)
한이 : 엄마 그렇게 하면 안 돼 다시~ 엠버 무슨 일이야~
엄마 : 엠버 쉬해요~ (다정하게)
한이 : 엠버 무슨 일이야, 자세히 좀 말해 주겠니?
엄마 : 엠버 쉬하는 중입니다. (씩씩하게)
한이 : 네~ 네~ 알겠습니다. 출동하겠습니다.(문을 두드린다.)
엄마 : 무슨 출동? 엄마 쉬 한다고~(한숨)
한이 : 네~ 네~ 알겠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우렁차게)
엄마 : 엠버 나갑니다.~(풀이 죽어 작은 소리로 ‘하이고~ 엄마 쉬 좀 하자~’)

로보카폴리_캐릭터

엠버, 로이, 폴리, 헬리, 진이

헬리는 정말 헬리곱터 날아다니는 속도로 다니면서 저지레를 합니다.
무엇이듯 잡고 일어서 책꽂이에 있는 책은 모조리 꺼내어 바닥에 흩어놓고 형이 가지고 노는 것은 무엇이든 잡아당겨보고 빼앗고 자기가 한다고 합니다. 형은 당연히 안 빼앗기려고 소리 지르고, 못 빼앗은 동생은 울고. 헬리가 이쪽에서 저쪽까지 기어가는 모습이 빠르기도 합니다. 로이가 어린이집에 가서 몇 시간이라도 놀다 오면, 헬리 낮잠도 재우고 화장실도 편히 다녀오지만 로이가 있으면 헬리가 낮잠도 안잡니다. 엠버는 거의 멘붕입니다. 저녁이 되면 엠버는 녹초가 되지만 아이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지치지도 않습니다.

한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어제 유치원에 입학했습니다. 유치원 예비소집을 할 때 나도 까꿍이를 안고 따라갔는데 한이가 제 엄마 손을 잡고 놓지를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은 같은 동에 있어서 엄마를 떨어져 간다는 두려움이 없었는데, 어린이집에 비해 유치원은 친구들도 많고 일단은 집과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낯설어서 힘들어했습니다. 유치원 다녀오면 폴리를 5편이나 보여주고 서프라이즈애그(초콜릿과자)도 주겠다고 달래고 달래서 스쿨버스에 태워 보냈습니다. 우는 아이를 선생님 품에 안겨서 차를 태워 보내고 났더니 종일 가슴이 싸~하니 아팠습니다. 혹시 아이가 계속 울어서 안 되겠다고, 와서 데려가라고 할 것 같아 가슴을 졸였는데 집에 돌아올 때는 씩씩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리더라고해서 마음이 놓입니다.

 

1 (1)

 

버스에 태우고 돌아서면서 후회를 했습니다. 어린 것을 뭐한다고 싫어하는 환경에 밀어 넣을까 하면서요. 그러나 어찌 되었든 앞으로 사회일원이 되어 살아가려면 교육을 받아야 하고 단체생활을 배워야 하니까 집에서 마냥 데리고 놀아서도 안 될 일이긴 합니다. 한이 엄마와 가끔 아이들 교육에 대해 의논을 하는데 호기롭게 “우리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말자. 즐겁게 잘 놀도록 하다가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하거나 이아이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이럴 경우에만 공부를 시키자. 수학 한 문제 더 풀고 영어 한 문제 더 맞추고 사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화학공식을 외우는 것 보다 즐겁게 노는 것이 좋아……..이런 말들을 합니다.
잘 노는 아이가 사회성이 발달되고 자신의 삶이 만족할 수가 있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지요.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이 한이 엄마에게 이런 메시지가 왔답니다.
“초등학교 때 싫건 놀린 아이는 중학교에 가선 더 열심히 놀고, 고등학교에 가선 아예 논다.” 구요.
6살 정도에 한글을 다 마치게 해서 7살 즈음에는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군요. 그래도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아이가 읽고 쓰는 일에 흥미를 가지면 시도해 보려 고는 합니다.

오늘은 식구들이 다 집에 있으니 한이에게서 어떤 배역이 주어질지 궁금합니다.
“할머니는 구조본부 진이야 ~” 이러면 영문도 모르고

“ 네네 출동하겠습니다.” 이러고 놀아야 합니다. ^^

 

순이

3 Comments

  1. 최 수니

    2016-03-05 at 11:57

    글목록에 보이는 보라색 바탕에 흰 글씨로
    사랑고백정원이라고 보이는 이미지는
    내것이 아닌데 어디서 뜸금없이 링크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워 보려고 해도 안됩니다.
    운영자님께서 도와주세요.

  2. manager

    2016-03-05 at 15:05

    안녕하세요, 위블로그 운영자입니다.
    무슨 이유로 다른 사진이 대표 이미지로 나오게 되었는지는 저희 쪽에서 확인을 해봐야 할 듯합니다.
    원래는 처음 이미지가 대표 이미지로 설정되지만, 다른 이미지로 대표 이미지를 설정하시거나 다음에도 이번과 같은 경우가 생기실 때는 편집기 오른쪽 하단에 있는 특성 이미지에서 원하는 사진으로 올려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3. 데레사

    2016-03-05 at 16:52

    손주하고 놀아주는것도 힘 딸리면 안되겠어요.
    별걸 다해야되는군요.

    우리 손주들 어릴때만 해도 쉽게 길렀던것
    같습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