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공원 (1)

아는 분이 토막 난 밤색 털실 같이 생긴 것을 잔뜩 가지고 와서 “심어만 놓으면 부추를 먹게 된다.”고 집에 가져가서 심으라고 했습니다. 농장을 하는 분인데 커다란 비닐쇼핑백에 무겁도록 담아가지고 왔고 비닐 봉투를 하나씩 나누어주었습니다. 너도 나도 봉투에 덜어서 가지고 가는데, 나는 가만히 있었더니 어떤 분이 내가 체면 차리느라고 가만히 있는 것으로 알았는지 본인 것을 덜어 담고 내 것까지 담아다 주었습니다. 나는 안 가지고 간다고, 다 가지고 가서 심으라고 했더니 “왜 안가지고 가는가?”물었습니다.
나는 식물을 잘 기를 자신이 없어서 시작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부추 뿌리를 화분에 넣고 흙으로 덮어주기만 하면 된다.” 며 기술도 필요 없고 부추가 얼마나 좋은 식물인가를 설명했습니다. 부추가 사람 몸에 좋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고, 그래서 부추의 다른 이름이 파옥초라고 웃으며 아는 소리를 했습니다. 아줌마들이 파옥초는 처음 들어 본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기에 파옥초라는 말은 “집을 부수고 심는 풀”이라고 그 유래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다른 말로 기양초라고도 하는데 양기를 북돋아준다고 해서 그렇다고, 심어서 남편들 많이 드리라고, 그렇다고 집을 헐지는 말라고 실없는 농담을 했습니다. “그렇게 좋은 부추를 왜 안 심느냐?”고 어떤 분이 다시 묻기에 난 뭘 기르는 것을 잘 못한다고, 아까운 부추를 내가 가져다 죽이면 식물에게도 미안하고 준 사람에게도 미안해서 그런다고…….

 

버섯 (1)

 

선물 받을 곳도 없지만 어쩌다 화분 선물을 받으면 아주 난감합니다. 얼마 전에는 한이 본가에서 버섯 키우는 것을 보내왔습니다. 플라스틱 물통에 담겨있는데 스프레이로 물만 뿌려주면 버섯이 자라는데, 버섯이 자라면 잘라서 까꿍이 이유식 할 때 넣어 먹이라는 깊은 뜻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잘 되지 않아서 3개는 죽고 한통이 남아서 버섯 비슷한 것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예쁜 꽃이 피는 난 같은 것을 받았으면 잘 길러서 두고 봐야 하는데 나는 화분을 오래 살려두지를 못합니다. 어떤 친구는 남들이 죽었다고 버린 화초도 가져다가도 살려내는데 난 잘 안됩니다. 나에겐 화분 선물만큼이나 받으면 난감한 것이 상추나 배추 같은 식재료입니다. 다듬고 조리하고 맛을 내고 이러는 것에 영 실력이 없다보니(사실 취미가 없어서입니다.) 냉장고에서 오래 묵어 버리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살림 잘하는 친구들은 만나면 레시피를 공유하기에 바쁩니다. “요즘엔 뭘 해 먹어?” “그건 어떻게 하는데?” 이러며 정보를 교환하고. 음식점에서 뭘 먹다가도 “여기엔 이걸 넣으니 보기도 좋고 맛도 있구나!” 하면서 음식을 분석해 가며 먹습니다. 난 그런 이야기들이 귀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cho (1)
일산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사는 친구가 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해서 갔었습니다. 식탁엔 강화 전유리 포구에서 막 떠왔다며 생선회가 차려져 있었습니다. 싱싱한 회를 본 분들이 점심식사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술 생각이 나는지 “안주가 좋은데~” 라며 입맛을 다시자 집주인이 여러 가지 술을 창고에서 꺼내왔습니다. 샴페인에 포도주에 양주 등을 꺼내놓고 입맛대로 고르라고 했습니다. 술을 드시는 분들은 점심시간 이후의 일정을 까마득하게 잊고 “이 비싼 포도주를 여기서 만나다니….” 하면서 감격을 합니다. 집주인은 “이 포도주가 비싼 거냐고?” 물었습니다. 술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것이 놀랍다는 듯 애주가인 분이 휴대폰을 뒤져서 가격을 알려줍니다. 우리도 깜짝 놀랐습니다. 나도 포도주가 그렇게 비싼 술인지 몰랐습니다. 대학병원 내과과장인 남편에게 술 선물이 자주 들어오는데 친구나 친구 남편은 술을 안 먹는 사람이라 술은 창고에 묵혔다가 술 좋아하는 친구나 친척들에게 다시 선물한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남편이 양주 선물을 받아 오는 것 보다 케익을 가져오면 더 좋겠답니다. 아니면 양주하고 빵하고 바꾸면 좋겠답니다. 나도 그럴 것 같거든요.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점심시간인 것도 잊고 좋은 안주를 핑계 삼아 포도주와 샴페인을 마셨습니다. 나는 병원으로 다시 돌아와 근무를 해야 하기도 했지만 술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생선회만 축을 내고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대체로 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감사의 뜻으로 양주나 와인을 선물하는데 내외가 다 술을 안마시니 비싼 술이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좀 사는 어떤 친구는 모임에서 “시시한 선물을 받으면 쓰레기 처리만 곤란하다.”고 해서 미움을 샀습니다. 다른 친구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기념으로 조그만 열쇠고리를 친구들에게 하나씩 선물했는데 그 끝에 쓰레기 운운하니 듣는 사람이 민망했습니다. 개업기념으로 물병이나 플라스틱 종류를 선물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은 집에 쌓아두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러니까 아예 안주고 안 받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었는데 좀 얄밉게 들리긴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난 어디 가서 뭘 사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합니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뭘 사는 것을 잘 못하고 그러다 보면 언제라도 맨손으로 다니게 됩니다. 요즘엔 해외를 다녀왔다고 해도 선물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안 받고 안주는 것이 서로 속 편하긴 합니다.
상대방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싼 포도주가 식초정도의 음식 양념으로 쓰이고,
귀한 란도 자라는 모습을 오래 두고 보지 못하고 죽이는 사람에게나
열쇠고리가 쓰레기로 보이는 사람에겐 번지수가 잘 못 된 선물이 되는 것입니다.
나는 무슨 선물을 받았을 때 가장 기뻤나 생각해 보니 음악회 티켓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순이

4 Comments

  1. 데레사

    2016-03-10 at 18:18

    어쩜 나랑 똑 같으네요.
    동지가 있어 좋아요. ㅎ

    선물이란게 마음의 표시라고는 하지만
    상대에게 거북한것이면 곤란하죠.
    그래도 나는 뭐든 받으면 좋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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