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하시겠지만 어디든 참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는 모처럼 꽃구경을 갔는데 이미 그곳엔 꽃구경 온 사람들로 가득하고, 어쩌다 병원에 가보면 아픈 사람들도 많고, 장례식장도 늘 그렇지만 문상을 하고 늦은 밤 자유로를 지나오는데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차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하물며 면회를 할 분이 있어서 교도소에 갔더니 거기도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나는 어쩌다 한번 있는 일들인데 내가 놀라워하는 그런 풍경들이 일상인 것입니다.
전남 구례의 산수유 마을과 홍쌍리여사의 매화농원을 다녀왔습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면서도 꽃구경을 간다는 기분에 소풍가는 아이처럼 저절로 마음이 들떴습니다. 서울역 대우빌딩 앞에서 출발하는 동백여행사 버스를 타야해서 기다리면서 보니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가 짧은 순간에 자기들이 가는 여행사 버스를 찾아서 타고 흩어졌습니다. 훈련이 잘 된 집단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대게 5~60대 아줌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이 아줌마들의 힘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 아줌마들이 움직여야 전국에 꽃이 피어 날 것 같고 봄 소식이 전해질 것 같은 그런 생동감이 느껴졌습니다. 7시 전에 서울역까지 온 분들이면 집에서 4~5시에 일어나 출발해 온 분들입니다. 내가 타는 차는 영등포에서 이미 여행객을 태우고 출발해 오는 차라서 7시 조금 넘도록 기다리면서 그런 광경을 봤습니다. 내가 탄 차도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꽉 찼습니다. 주말이 아니라서 좀 한가하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밥이 맛있어서 여행을 간다는 분이 있을 정도로 여행사에서 아침으로 주는 밥이 신기하게 맛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많이 움직였으니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찹쌀을 쪄서 만든 찰밥과 콩나물 무침과 김치 등이 다인데도 꿀맛입니다. 그것도 일회용접시위에 비닐봉투를 씌어서 한 접시씩 줍니다.
맨 앞에서 가이드가 접시에 밥을 담아 뒤로 돌리면 버스 안에 모든 분들이 팀이 되어 뒤에부터 밥 접시가 배당 됩니다. 친구와 나는 맨 뒤에 앉았기에 가장 먼저 밥을 받아서 먹었습니다.
가이드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합니다.
“동경대에 갈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은 하버드대를 다닌답니다. 우리는 하버드 생들입니다.”
동경대는 “동네 경로대학”을 동경대라고 하는데 동경대는 적어도 65세 이상의 연령이 되어야 자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동경대를 못가는 분들이 다니는 하버드대는 “할 일없이 버스타고 다니는 분들”을 말하는데 버스에 타고 있는 우리가 하버드 생이라는 겁니다. 나로서는 꽃구경도 너무 좋은 일입니다. 할 일없어서 버스타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하버드생이 된 기분이 좋았습니다. ^^ 친구랑 앞으로 자주 하버드대에 다니자고 약속했습니다.
보너스로 노인대학에 대해 조금 더 알려드리면 서울공대는 서럽고 울적해서 공원에 가시는 분들이고 전철과 국철을 타고 다니면서 노시는 분들은 전국대 다닌다고 한답니다.
남쪽으로 갈수록 연두색이 조금씩 짙어졌습니다.
구례 광양에는 꽃이 만발했고 벚꽃도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가 한창입니다. 오래 전부터 노란 산수유를 보러 가려고 벼르다가 만난 산수유라 더 반가웠습니다. 노란색을 좋아하기도 하고 왕관 모양의 꽃이 가지마다 피어서 온 마을이 노랗게 보이는 그 곳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자카란다는 보라색 꽃이 피어 보랏빛으로 물든 외국 마을을 사진으로 봤는데 자카란다가 핀 그곳도 언젠가는 가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꽃은 언제나 마음을 빼앗지만 온 동네를 노란색으로 물들이는 것은 더욱 유혹적입니다.
막상 도착한 구례 산수유 마을은 머릿속에 그려보던 산수유 마을이 아니었습니다. 산수유보다 축제 마당만 보여서 아쉬운 마음에 친구랑 둘이서 마을로 난 작은 길을 찾아서 들어갔습니다. 축제마당을 벗어나자 비로소 진짜 산수유의 황홀한 황금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 서쪽으로 기우는 햇볕을 받아서 노란색 꽃들이 저마다 빛나고 있었습니다. 꽃은 기가 막히게 예쁜 노란색인데 열매인 산수유는 더없이 빨간색 열매로 한방에서 약제로 쓰입니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어떤 사장님이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 그러던 것이 산수유입니다.
산수유를 봤으니 이젠 벚꽃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주 할 일없이 버스를 타는 하버드생이 되려고 합니다. ^^
하버드생이 되어 좋은 것은 돈이 별로 안 듭니다.
왕복 3만 원짜리 티켓 있으면 아침도 주고 점심은 여행지에서 간단하게 사 먹으면 됩니다.
sunlim1102
2016-03-25 at 00:24
평안하셨지요.
재미있고 좋은 글을 읽으면서 오늘 하루를 열어 갑니다.
호수공원에도 꽃들이 피기 시작했겠지요?.
우리동네는 사철 꽃이피니 새로움이 덜한것 같습니다.
데레사
2016-03-25 at 15:16
가이들의 재치있는 한마디가 사람을 무척 즐겁게 하지요.
남도로 꽃구경 다녀 오셨군요.
나는 요즘 치과 출근 하느라고 아무데도 못가요.
치료 끝내고 어디든 훌쩍 다녀올까 합니다.
김 수남
2016-03-25 at 21:51
동경대,하버드대,정말 즐거운 대학이네요.남도의 꽃나들이 함께 다녀 온 듯합니다.즐겁게 잘 보았고 감사합니다.토론토는 봄 눈이 내렸다가 다시 눈비가 내려서 바닥이 온통 보석을 깔아 놓은 듯 눈부십니다.
성금요일 아침이라 더욱 숙연히 감사한 하루를 맞습니다.은혜 가득히 부활절 맞으세요.
푸나무
2016-03-31 at 11:11
저두 동백 여행사에서 청산도 갑니다. 천천히 걸을려구요. 아참…이러다 마티네 날에나 만나겠네요. 그 때 커피 한잔 해요. 언니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