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나를 찾는 전화가 왔었다고 행정 직원이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전해주었습니다.
휴대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시대라 업무적인 일 아니면 직장으로 나를 찾는 전화가 올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서 전화를 받은 여직원에게 물었습니다.
“누구예요?”
사실 전화를 건 사람이 무슨 일 때문에 병원으로 전화를 했을까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은 나보다도 전화를 받은 여직원이 더 했을 겁니다. 그런데 내가 누구냐고 물으니 여직원은 더 미스터리 한 느낌이 드는지 의아한 얼굴로 쳐다봅니다.
“블로그 뭐라고 하면서 꼭 연락을 해 달라고 하셨어요. 블로그 하세요?”
의사 간호사 행정직 다 합해도 80여명 밖에 안 되는 조그만 요양병원이라 가족 같은 분위기지만 내가 블로그를 가지고 있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블로그에 관심하는 분들도 잘 없고. 블로그는 사생활 영역이라 굳이 공개할 일도 아니 구요. 두 서너 명 정도는 가끔 블로그를 보는 것 같기는 하지만 대게는 블로그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고, 안다면 블로그가 무슨 말썽의 근원지인 정도의 외곡 된 인식을 가지고 있고, 그도 아니면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 하세요?”라는 질문 속에는
병원에서 고령에 속하는 할머닌데 블로그를 한다니 좀 깨는 느낌이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을 볼 때 느끼는 그 정도의 놀라운 감정이 있어보였고, 블로그에 뭔 일이 있어서 병원까지 수소문해서 전화를 할까? 블로그를 하면서 무슨 사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예단이 드는 여직원의 복잡한 얼굴을 보자 조금 민망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화번호를 받아 들고 하루를 고민했습니다.
블로그에 관여된 사람이라면 병원까지 전화할 일이 무에 있을까?
병원 전화는 어떻게 알았을까?
도대체 누굴까?
전화를 해야 하나 하지 않아야 하나?
무슨 일일까?
괜히 찜찜한 느낌도 있고 궁금하기도 해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연락을 해 달라는 전화번호는 061로 시작하는 일반 전화번호였습니다.
“저는 최수닙니다. 전화를 하셨다고 하셔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더니 전화를 받은 여자 분은 직장으로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조블 애독잔데 어디로 옮겼다고 해서 찾아 봤지만 알 수가 없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했다고 하시더군요. 순이 이야기를 즐겨 보고 있다고, 여가에 들리던 유일한 오락인데 못 보니 낙이 없어서 스토커처럼 찾았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대한 정보를 쓴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병원전화번호를 알았는가 물었더니 지난 연말 국민은행에서 상 받은 사진을 포스팅 한 것이 있는데 그걸 추적해서 병원이름과 전화번호를 찾았다는 겁니다. (그 후 나는 역으로 찾아 봤지만 병원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스토커같이 인터넷을 뒤져서 찾았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인터넷 장의사” 라는 업종이 요즘 뜨고 있다는데 앞으로 유망직종이 될 것 같습니다. 새 출발을 위해, 취업을 위해, 철없이 썼던 온라인 흔적을 지우려고 전문 업체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겁니다. 옛 애인과 주고받은 뜨거운 밀어나 SNS에 올린 욕 등 삭제를 하려면 데이터량에 따라 수 십 만원에서 수 백 만원을 들여 지운다고 합니다. 온라인 게시물은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쉽게 퍼질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하고 조심해야 하는 생물(!) 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토커처럼 찾아야 찾아지는 우리 블로그는 어쩐지 섬에 유배된 느낌이 드는데 나만의 느낌일까요? 정답던 블로그 이웃들이 아직도 정착을 못하고 겉돌고 있고 몇몇 사람만 남아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놀고 있는 것은 아닌 가 궁금합니다. 휴대폰 전화번호가 바뀌어도 1년은 안내해 주지 않나요? 조블 이전을 하면서 우리 블로그도 그런 안내가 있었으면 좋을 번했습니다. 아니면 조선닷컴이라는 우리나라 제1의 매체에 세 들어 살고 있으면서 곁불조차 쬘 수 없다면 조선닷컴 블로그라는 이점이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조선닷컴에서 블로거들을 너무 푸대접 하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블로그를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글쓰기를 즐기니까, 순전히 내 욕심이고 내 오락이라 내 시간 들여 하는 일이니까 글 쓴 공간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나마 필요 없으면 또 공중분해 시키면 끝이겠지요? 인터넷 세계가 얼마나 냉정한지 모르겠습니다.
Blog.chosun.com 에서 Blogs.chosun.com으로 블로그에 S자 하나 더 붙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전과는 다르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순이
데레사
2016-04-02 at 16:19
지금 글쓰기 개설이 거의 완료된것 같은데 막상 들어와서 활동하는
분들이 극소수라 마음이 편하질 않아요.
연락해 보면 답들이 흥미를 잃어버려서 라든가 너무 어려워서가
대부분이에요.
지금 운영자가 열심히 사용법을 올려놓고 있지만 처음 들어오면
만만치가 않거든요.
그래도 좀 나아지기는 해요.
위블만 학수고대로 기다렸다가 들어오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렇지만 옛 조블같은 분위기로 돌아가 지지는 않을것 같아요.
한우물
2016-04-04 at 17:28
수니님 블로그 애독자의 한 사람입니다.
오병규님 블로그도 열심히 보았는데 더 이상 볼 수 없어 안타갑네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혹시 그분 활동하시는 다른 블로그나 이메일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최 수니
2016-04-04 at 21:09
오병규님을 비롯한 조블 식구들이 계시는 곳입니다.
다음까페 “구름이 쉬어가는 곳” 입니다.
http://cafe.daum.net/bmkmo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