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사람만 아는 벚꽃 터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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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축복의 계절이 틀림없습니다.
겨우내 추위에 얼었던 대지에서 갑자기 꽃들이 화들짝 피어났습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노래도 있지만 봄에는 처녀들 뿐 아니라 할머니들도 어디든 가지 않고는 몸살이 나는 듯합니다. 아직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제는 직업이 할머니가 된 친구들도 그렇습니다.
요즘엔 돌보미 유형이 다양해져서 국제적으로 그것도 무급으로 일하기도 합니다. 어떤 친구는 미국에 사는 아들집에 돌보미를 하러 3개월 간격으로 미국을 드나듭니다. 사부인과 교대로, 사부인이 3개월 다녀오면 친구가 3개월을 있다가 옵니다. 관광비자가 3개월이 유효하니까 그런다고 했습니다. 손자가 두 명인데 가을에 또 한명의 손자가 태어나서 국제 돌보미가 아직도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비행기요금도 자비량해서 다닌다는 군요.
한 친구는 지방에서 서울로 와서 주중엔 아들 집에서 손자를 돌보다가 주말엔  자기 집으로 가기도 합니다.
어떤 친구는 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이른 아침에 아들집으로 출근하기도 합니다. 오전 6시에 기상해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아들집으로 가서 아들 며느리가 출근한 후에 손녀를 깨워 밥을 먹이고 놀아주다가 10쯤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답니다. (어린이집에서 놀고 있으면 며느리가 퇴근하면서 손녀를 집에 데리고 온답니다.)
그러나 결혼한 자녀들과 함께 살면서 대게는 전업으로 손자 돌보미를 합니다.
90세가 넘은 시어머님을 모시고 퇴직한 남편과 사위와 딸 손자까지 대가족 살림을 맡아 하느라 늘 동동거리다가 한 달에 한번 여고 동창들이 만나는 이 모임을 기다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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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말만 들어도 어떤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습니까?
요즘엔 안하는 것 같은데 전에는 결혼식장에 화동을 앞세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남녀어린이에게 꽃바구니를 들려서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 앞서 걸으며 꽃을 뿌리게 했습니다. 색동종이를 오려서 별처럼 뿌리기도 했고 장미꽃잎을 뿌리는 것도 봤습니다. 꽃잎을 밟으며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입장하는 것이 기억에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결혼식에서나 볼 수 있는 꽃길을 친구들과 걸으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무릉도원 같고 비밀의 화원 같고 구름처럼 벚꽃이 만개한 예쁜 꽃길이 경포대 한 쪽에 그림처럼 있었습니다.

강릉 경포대 벚꽃 축제기간에 맞춰서 친구들과 강릉엘 갔으니 경포호 주변의 꽃길을 생각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없이 다녔던 경포 바다이고 경포호수 벚꽃 길이 생각나서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강릉은 도로가 좋아 멀지도 않은 길인데도 잘 가게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고향으로 벚꽃을 보러가기로 했더니 친구들도 다 좋아했습니다. 강릉에 사는 친구들도 우리 서울친구들을 환영하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다들 바쁘고 소중한 주말인데 우리를 위해서 강릉친구들이 함께 해서 더 좋았습니다. 우리는 경포대 벚꽃 길을 목표로 해서 갔지만 강릉사람만 아는 더 꽃길로 친구들이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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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그 벚꽃의 절정을 그곳에서 만났습니다.
우리가 꽃구경이나 무슨 일을 할 때 절정의 순간을 보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어느 날 기적처럼 만나는 멋진 순간을 절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꽃을 보러 갔지만 비가 와서 이미 져 버렸다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아직 피지 않았거나
바람이 불거나, 춥거나 하여 만족한 순간이 잘 없습니다.
그런데 경포호수 한 옆에 저런 비경이 숨어 있더군요.
꽃을 본 친구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합니다.
환갑을 지났지만 아직도 소녀 같이 아름다운 여인들이라 꽃 속에  묻히니 더 예뻤습니다.
사진을 찍어주면서 서로 예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누가 듣는다 ’하며 웃습니다.
할머니들이 서로 예쁘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다른 사람들이 웃지 않겠냐고 하면서요.
그래도 내 눈에 예쁜 건 예쁜거야. 하면서 우기기까지 했습니다.

 

 

3 Comments

  1. 데레사

    2016-04-12 at 10:16

    몇년전에 한번 가봤어요.벚꽃도 보고
    두부도 먹었지요.

    그곳은 꽃이 늦던데 올 해는 빨리 피었네요.

  2. 비풍초

    2016-04-12 at 15:58

    타임지 표지가 멋있습니다 ㅎㅎ

  3. 모가비

    2016-04-12 at 16:03

    강릉의 경포대 벚꽃길은 호반과 어울린 풍경이 곱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경포대 주변에 벚나무를 심던 추억이 되살아 나는 군요.
    당시 각 고등학교 학생들 중에 뜻맞는 학생들이 자원봉사 하는 애향학생회가 있어
    강릉시청에서 기증한 벚나무를 경포대 정자 부근부터 심은 기억이 있습니다.
    경포대의 벚꽃길.. 올헤에도 못가 보고 이렇게 감상 하는 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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