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이나 모든 여건이 좋지 않았던 옛날 엄마들은 딸을 멀리 시집보내고 나서,
보고 싶을 때 어떻게 했을까요?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해서 일단 시집을 보내고 나면 친정에 오는 것을 거의 금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시집에 적응해 살아가라고 하는 뜻이었겠지만 참 매정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식은 눈앞에 두고도 보고 싶은 것이잖아요. 할미꽃 전설도 딸이 사는 집을 찾아 가다가 돌아가셔서 무덤가에 꼬부라진 할미꽃으로 피어났다고 하잖아요. 나도 우리 큰딸이 보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녀는 마음에 늘 안쓰럽고 보고 싶고 그렇습니다.
큰딸이 결혼해서 멀지도 않는 잠실에 사는데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시집살이 때문도 아니고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닌데 단지 육아 때문에 그렇습니다.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친정에 오기도 쉽지 않고 내가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한 명일 때는 어떻게 움직여 보더니 두 명이 되고 부터는 꼼짝을 못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지난달부터 두 아이가 다 유치원에 가니까 자유롭게 쓸 낮 시간이 생겼습니다. 한시적인 낮 시간이라도 자유부인이 된 큰딸과 우리 세 모녀가 서울 시내에서 만나 식사라도 하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짧은 낮 시간에 잠실에서 일산까지 오기는 어려우니 중간지점에서 만나자고요. 계획은 잡았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내 근무스케줄을 조정해서 약속을 하고 났더니 하필이면 그 전날 큰딸의 건이가 아파서 유치원을 못 갔습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도 없고 집에 두고 나올 수 없으니 약속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며칠 후로 미뤄서 날짜를 새로 잡았는데 약속날짜 2~3일 전에는 작은아들인 샘이가 감기 걸렸다고 해서 약속 한 날 아침까지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습니다. 다행히 샘이가 열이 내리고 기침도 없어서 유치원에 갔다며 드디어 광화문쯤에서 만나자고 당일 오전에 정해졌습니다. 일산에서도 한이를 선교원에 보내고 까꿍이만 안고 오랜만에 광화문을 향해 즐겁게 출발을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어디쯤 오고 있는 지 작은딸과 큰딸이 카톡을 주고받던 중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한이 유치원 선생님입니다.‘한이가 열이 좀 나고 기운이 없어서 가만히 앉아 있다.’는 것입니다. 활발하게 잘 놀던 아이가 그러니 선생님이 걱정이 되셔서 전화를 하셨는데 한이 담임으로 부터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으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가던 길이지만 아이가 아프다는데 더 갈 수가 없어서 버스에서 내려 다시 돌아가자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약을 먹여서 좀 쉬게 하겠다고, 많이 아픈 것 같지는 않다고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큰딸은 잠실에서 출발해서 거의 광화문에 다 왔고 우리도 연대 앞이라 광화문이 가까우니 언니 만나서 얼굴이나 보고 돌아서 오자고 했습니다.
일단 반갑게 만나기는 했지만 유치원에 간 한이가 열이 난다고하니 불안해서 밥이라도 먹고 헤어지면 좋겠지만 아이를 데리러 가야겠다고 거리에 서서 의논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다시 연락이 오기를 ‘아이가 잘 놀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걱정은 가시지 않는데 일단 만났으니 점심을 먹자고 했습니다. 광화문 조선일보 건너편에 뉴국제호텔 15층에 있는 뷔페식당으로 갔습니다. 장소도 미리 아는 분께 물어서 예약까지 해 놓은 상태라 그냥 돌아서 오기도 어려웠습니다.
뷔페식당에는 할머니 손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반갑지는 않겠지만 우리 까꿍이가 가장 어린 손님이었습니다. 두 딸이 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까꿍이와 정원에 나가 손잡고 걷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습니다. 광화문대로 빌딩숲속에 그것도 15층에 작은 면적이지만 정원이 있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정원에는 예쁜 꽃도 심어져 있고 작은 폭포도 있었습니다. 까꿍이에게 광화문네거리에 수많은 자동차가 지나는 것도 보여주고, 북한산을 바라보기도 하며 교대로 밥을 먹었습니다. 아기가 있으니 오붓하게 이마를 맞대고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창문 넘어로 두 딸이 밥 먹는 딸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음식이 없어서 굶는 시대는 아닌데도 딸들에게 밥을 먹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뿌듯한지요. ^^
직원 분들도 50대 정도의 신사 분들이었는데 우리 까꿍이가 귀여운지 자주 말을 걸었습니다. 아기가 있으니 밥을 먹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짧게 식사를 하고 헤어졌지만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한 달에 한 번씩 딸들과 데이트를 할까 합니다. 큰 딸이 원래도 몸이 약하지만 아이를 키우느라 체중이 더 줄어든 모습을 걱정했더니 그래도 아픈데 없이 잘 지낸다고 했습니다. 요즘에야 카톡이 있으니 딸이나 손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매일 보기는 합니다. 그래도 매일 그리운 것이 자녀인 것 같습니다.
우리어머니도 큰 딸이 보고 싶으실까 해서 주말엔 저도 대구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
순이
데레사
2016-04-14 at 12:50
사진의 장소가 눈에 익어요.
아무래도 가격이 싸다 보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이
많은가 봐요. 광화문쪽에서 그 값으로 깨끗한 식당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곳에서 밥 먹고 길 건너가서 덕수궁 수문장교대식 보고 안으로
들어가면 좋은데 그건 못 하셨군요.
요새 석조전에서 변월룡전도 있는데…
암튼 아이들 키우면 외출이 쉽지는 않아요.
참나무.
2016-04-14 at 13:13
부럽지 말입니다
딸 멀리시집보낸사람은…???
푸나무
2016-04-14 at 20:55
까꿈이와 한이가 많이 닮았어요.
딸들과의 데이트….
딸없으면 어떻게 사나…요즈음 드는 생각입니다.
아들은 이미 교포친척이 되었으니..ㅋㅋ
그나저나 손주…부럽기만 합니다.
저두 얼른 할머니 되고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