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떡 먹을 일

 

어떤 분이 어깨가 몹시 아파서 나이가 나이니 만큼 그 흔한 오십견인줄 알고 물리치료를 다녔답니다. 찜질도 하고 침도 맞고 주사도 맞고 했는데 아무런 차도가 없고 감기가 걸려서 낫지를 않고 너무 오래가고 몸이 점점 힘들어지더랍니다. 그래도 큰 아들 장가를 보내고 났더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갱년기라서 그런가? 뭐 그렇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단골로 다니던 병원 의사선생님이 뭔가 이상했던지 여러 가지 검사를 다시 하더랍니다. 결과를 확인하더니 폐렴이라며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당일로 입원하여 폐렴 치료와 검사를 받았는데 황당하게도 폐암판정을 받았답니다.

주부라 담배를 피운 적도 없고 술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 폐암은 정말 예상 밖에 결과라 온 식구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다시 일산 암센타로 와서 치료를 했답니다. 지방에 집이 있어서 암센타 통원치료를 하려면 거리상 너무 멀고 체력도 받쳐주지 않으니까 암센타와 가까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암센타에 통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는 그야말로 안정, 요양이 주 목적이라 특별히 해 주는 것은 없습니다. 본인이 알아서 암센타 다녀오고 식사 외에 간식도 잘 챙겨 먹고 약도 본인이 알아서 잘 먹습니다.
비교적 젊은 분이 인지장애 어르신들 틈에서 생활하기가 수월한 것은 아니지만 본인도 환자이면서도 어르신들을 잘 도와드렸습니다. 할머니들 얘기도 잘 들어드리고 정서적 지지도하고 위로의 말씀도 건네면서 환자라기보다 병원직원 같아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창가 침상에서 자고 먹고 낮에는 호수공원 산책을 다녀오고 독서를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요양을 한 끝에 좋은 모습으로 오늘 퇴원을 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어제는 점심을 함께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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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기념으로 돌린 현미 가래떡)

암이 발병한지 만5년이 지난 지금도 이레사라는 항암제를 매일 먹고 있고 3개월마다 암의 전이나 크기를 살펴보느라 정밀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병의 진행과정을 알아야 약을 바꾸던지 수술을 하던지 치료방향으로 세울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매일 매일이 암과 동거하는 일이라 완치 판결을 받고 싶은 생각에 담당 의사선생님께 “언제쯤 치료가 끝나느냐?”고 물었다가 야단만 맞았답니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마운 건데 뭘 더 욕심을 내느냐?”고 해서 몹시 서운 하더라며 의사는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폐암 말기에 발견 되었는데 이렇게 생명이 유지되는 일은 기적에 속한 다는 것을 알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이레사라는 항암제는 무척 비싼 항암제인제 의료보험이 되어 5% 만 본인 부담으로 약을 먹을 수 있어서 암환자에겐 큰 도움이 됩니다.
암환자로 판명 후 5년 이상 생존 시 완치로 보고 암의 완치율이 60%에 가까울 정도로 암 치료가 발전했습니다. 전에는 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돌아가셨는데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암이라는 질병과 치매가 치료 가능하고 100% 완치되는 시대가 곧 올 것 같습니다.
자궁암으로 입원했던 지인도 퇴원 후 손자를 돌보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고, 같은 방에 나란히 입원해 있던 이분도 퇴원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이분은 암을 적대시 하지 않고 암을 친구삼아 암과의 동거 6년째를 맞아 중증환자 등록을 갱신하고 퇴원을 하면서 온 병원에 떡을 해서 돌려서 떡 잔치를 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선 떡 잔치를 자주하고 떡 먹을 일이 많습니다.

untitled1 (1)(직원분이 자녀 결혼기념으로 돌린 떡 이름도 있습니다. ^^)

어떤 어르신은 생신이라고 자녀들이 떡을 해서 돌리고
어떤 직원은 자녀 결혼했다고, 여행을 다녀왔다고, 휴가를 다녀왔다고 떡을 돌립니다. 환자와 직원들이 서로 좋은 일에 떡을 하니 떡 먹을 일이 많습니다.
떡은 대게 좋은 일에 하는 음식이고 축하할일에 떡을 합니다.
무엇보다 건강해져서 이분처럼 퇴원하며 돌리는 떡은 참 의미가 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떡 먹을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요?^^

3 Comments

  1. 벤자민

    2016-05-18 at 23:11

    그렇네요
    병도 낫고 떡도 돌리고 참 좋습니다
    주위에도 암치료에 성공한 분들이 많아요
    다만 재발이 겁난다고 하더군요

    오랜만에 위불에 들어오니 좀 낫설기도 합니다^^
    댓글을 달아도 안떨어지는 분들이 있어요
    참나무님도 그렇고 ..

    뭔가 점차 발전되어야 할텐데요

  2. journeyman

    2016-05-19 at 13:57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지요.
    떡이 그 역할을 해주는 거 같습니다.
    좋은 문화이지요.

  3. 판쵸

    2016-05-23 at 08:56

    그리고 보니 떡은 기쁠 때 먹는 음식이네요. 떡 먹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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