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주일예배 참석을 위해 교회를 가려고 현관에서 신발을 꺼내는데 핸드백 속에 둔 휴대폰에서 카톡이 울립니다. 휴일이라 누가 카톡을 할 사람이 없는데 혹시 병원에 무슨 응급상황이 있나 해서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마음이 철렁하여 “아~” 하는 신음 소리를 냈나 봅니다. 딸이 무슨 일인가 물어서 “부고가 와서….”라고 태연한척 말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요일 오전 10시 반쯤엔 우리 온 식구가 교회를 가느라 분주합니다. 아이 둘을 먹이고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야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를 손잡아 차에 태울 때까지 보통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즈음 걸음 걷는데 자신감이 붙은 까꿍이는 특히 집밖에 나가는 일에 열심이라 현관문만 열리면 좋아 합니다. 이웃사람을 만나면 손을 흔들어 빠이빠이를 하든가 코가 땅에 닫도록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든가, 뒤도 안 돌아보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든가 해서 다칠까봐 신경을 바짝 써야합니다. 그런 중에 확인한 카톡에 이렇게 쓰여 있으니 현기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새벽 아내가 소천 했습니다.
아내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두 줄의 카톡을 읽고 나자 즐거운 마음으로 교회를 향해 가던 중이었는데도 마음에서 뭔가가 툭 떨어지는 듯 멍해졌습니다. 나도 벌써 동생 두 명을 앞세워 보낸 아픔이 있어서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남동생은 사고로 순식간에 잃었고 여동생은 백혈병으로 잃은 지 이제 만 3년이 되었습니다. 동생만 떠올리면 눈물이 뚝뚝 떨어졌었는데 요즘에는 조금 나아졌습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고를 들으면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요동치고 가슴이 아릿합니다.
돌아가신 분은 위암 발견 후 2년 넘게 투병 중이었고 요즘 들어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돌아가실 것을 예견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부고를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혼돈이 오면서 기운이 주~욱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인은 고등학교 교사를 오래 하고 계셨는데 소화가 안 되어서 검사를 받아 봤더니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병이 깊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서울대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계속했습니다. 어느 땐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서 항암이 지연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약이 효과를 보여서 암이 더 번지지 않고 소강상태를 보여서 비교적 잘 지내다가 지난달부터는 통증 조절이 안 되고 식사를 못 하셔서 병원에 입 퇴원을 반복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 두어 주일은 약으로도 조절되지 않는 통증 때문에 환자가 너무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도 몹시 힘들었을 거구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터미널 환자가 아파서 몸 부림 치는데 어떻게 도와줄 방법 없이 지켜봐야하는 가족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요일 저녁에 문상을 갔습니다.
20대 후반의 미혼인 아들 두 명이 상주였습니다. 아빠를 닮은 큰아들이 의젓하게 문상을 받았습니다. 차분하게 예를 갖추어 문상을 받는 모습을 보자 돌아가신 분이 비록 아들을 결혼은 못 시키고 가셨지만 그래도 어린 자녀를 두고 간 것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덩치가 큼직한 작은 아들은 형님 옆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서있었습니다. 엄마가 없어도 곧 결혼하여 한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애잔했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그동안 못 보던 분도 있고 자주 만나는 분도 있지만 “이제 우리가 장례식장에서 만나는 일이 잦은 나이가 되었다.”며 애틋한 마음이 저절로 되었습니다. 자주 보고 살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우리도 거역할 수 없이 노년기로 접어들었나 봅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일산까지 긴 시간을 버스를 타고 오면서 아프지 않고 죽는 것이 큰 복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장마비 등으로 순식간에 죽으면 본인은 아무 고통도 못 느끼고 가는데 남겨진 가족들이 황당하고 어이없겠지만 돌아가는 사람은 복이 아닐까 싶어요. 나는 암 등으로 오래 고통 받지 말고 스스로 어떤 예감도 없이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ㅠㅠ
순이
바위
2016-05-26 at 13:47
고통 없이 순식 간에 세상을 떠나는 것,
모든 이들의 소망이겠지요.
저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