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공주

우리 한이가 유치원에 입학한 후 특기 반에 발레를 한다고 해서 한이 엄마가 망설임 없이 발레를 신청했습니다. 한이에게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발레를 시키자고 의논했기 때문입니다. 한이 엄마와 아빠 할머니까지 온 식구가 한이에게 입힐 발레복을 사러 백화점과 이마트 등을 뒤졌는데 없었습니다. 여자아이들의 발레복은 핑크색으로 앙증맞고 예쁜 게 많아서 이것도 성 차별이구나 이러면서 웃었습니다.

일산에서는 남자아기 발레복을 살 수가 없기에 인터넷을 뒤져서 발레복을 샀는데 남자아이 것은 희 티셔츠에 검정타이즈라 별로 예쁜 맛은 없었습니다.
한이가 첫 발레시간에  배워가지고 와서 손을 머리위로 올리면서 빙글빙글 도는 등 제법 예쁜 동작을 하기에 몇 번씩 다시 해보라고 시키면서 엄마와 할머니가 더 좋아했습니다. (거의 열광을 했습니다. ^^) 그러나 두 번째 시간에 수업을 하는데 유치원에 어떤 7살 누나가 “발레는 여자가 하는 거”라고 했다고 집에 와서 발레는 다시는 안한다고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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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볼쇼이 발레 테이프가 10개 넘게 있어서 그걸 보여주며 발레는 남자도 하는 거라고, 남자가 하는 게 훨씬 씩씩하고 멋있다고 여러 말로 설득 했는데 기어코 안하겠다고 합니다. 유치원 선생님도 달래고 어르고 하면서 한이에게 발레를 시키려고 했는데 도저히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7살 누나가 참 야속했습니다. 발레리노가 되라는 것도 아니고 운동 삼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시도를 했지만 끝내 하루하고 발레는 끝이 났습니다. 아까운 발레복만 버렸어요. 딸이었으면 어떡하든 계속 하게 했겠지만 남자라서 발레는 못 하겠다는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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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물론 발레리나나 발레리노는 고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그 춤사위를 만들어 내느라 고통스럽지만 보는 관객은 나비 같고 백조 같은 발레 동작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발레공연은 많이 없기도 하고 비싸서 자주 못 보는데 이번에 아람누리에 키예프 발레단이 와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공연했습니다. 키예프 발레단은 볼쇼이, 마린스키와 함께 구 러시아 3대 발레단 중에 하나입니다.
나는 이번에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 두 공연 중에 비교적 자주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보다 숲속의 공주를 선택했습니다. 할머니가 되어도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동화 속 이야기가 좋기만 합니다. 그것도 발레로 보는 동화는 더욱 환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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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오로라입니다.
오랫동안 자녀가 없던 왕가에 오로라 공주가 태어나 큰 축하잔치를 벌였는데 신하의 실수로 연회에 초대받지 못한 요정이 나타나 저주를 합니다. 공주가 어른이 될 무렵에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고 죽을 것이라고, 늦게 온 착한 라일락의 요정이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왕자가 그녀에게 키스하면 깨어날 수 있는 주문을 걸며 왕궁을 100년간 잠들게 하고 라일락으로 성을 뒤덮어 버립니다. 100년간 잠든 왕궁으로 찾아든 사랑은 기다리던 왕자입니다. 숲속에 사냥을 하러 간 왕자가 공주의 아름다움에 끌려 그 이마에 입을 맞추자, 오랜 잠을 자고 있던 공주를 비롯하여 궁전 사람들은 눈을 뜨게 됩니다. 왕자와 공주의 화려한 결혼식이 전개됩니다. 왕자와 공주가 행복하게 잘 살았겠지요? ^^

1890년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마리우스 쁘띠빠(Marius Petipa)가 안무를 담당한 발레입니다. 프랑스 동화 작가의 작품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공주, 다 아름다운 발레입니다. 음악만 따로 들어도 좋습니다. 고양이의 표정과 동작 울음소리 등이 대화하듯 음악과 발레의 조합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붉은 모자 소녀와 늑대의 2인무, 장화 신은 고양이의 앙증맞은 흰 고양이 춤도 귀엽습니다. 라일락의 요정의 역할이 커서인지 오로라공주보다 라일락요정의 춤이 자주 나옵니다. 군무도 볼만합니다.
나에게 손녀가 있었으면 발레를 가르치지는 못한다 해도 함께 발레공연이라도 보러 갈 텐데 우리 한이는 아무래도 할머니랑 발레 구경을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자는 발레 하는 게 아니라며 벌써 남자 여자를 구별합니다. ^^

1 Comment

  1. 데레사

    2016-05-29 at 16:08

    우리 지수 어릴때 교회를 나갔어요.
    한번은 주일학교 선생님이 천장을 쳐다보면 예수님이 보인다고
    했나봐요. 그런데 자기는 아무리 쳐다봐도 종이만 보이는데
    선생님이 거짓말 한다고 그때 부터 교회를 절대로 안 가더라구요.
    아이들 어리다고 말 함부로 했다가 그 아이 평생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는걸 알았어요.

    한이가 그 말 듣고 발레를 안 할려고 하는것도 우리 지수와
    같은 맥락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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