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향에서 하루를 묵고 싶다.

 

아직도 마음은 문청(文靑)인 글쓰기 모임 친구들과 파주 출판문화단지를 다녀왔습니다.
언제부터 가보자고 벼르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첫 번째로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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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는 “고양이가 미술관이 되었다(A cat has become a museum).”고 말합니다. 많고 다양한 파주출판단지의 건축물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이 미술관은 뛰어난 건축물 중에서도 요새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설계자는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는 듯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상상 해서 지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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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길가에서 바라보는 이 건물은 밋밋한 뒷모습만 내밀고 있었습니다. 아까운 땅을 낭비한 듯한 비효율적인 건물로 보였습니다. 마치 웅크린 고양이 같다고 했지만 대강 둘러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잔디밭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정면을 마주하기 전까지 는‘이게 뭔가’ 했고. 두 곡선이 만나는 건축물을 바라보면서도 건물의 전체 형태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이 이 건축물에 대해

미메시스 미술관은 앙탈하는 듯하면서도 유려하고. 웅크리고 있거나 누워 있는 고양이, 기지개를 펴며 하품하는 고양이, 앞발을 쑥 내민 고양이…. 이런 걸 상상하며 미술관을 둘러보면, 남몰래 숨은 공간을 발견하는 듯한 기분이다.

라고 했던데 다시 가면 찬찬히 둘러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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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파주에서도 매혹 있는 장소로 기억 되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요새는 일본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도 늘었다고 합니다. 정원을 통과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고 보니 커다란 자동문이 반쯤 열리는데 문짝은 보통 자동문의 네 배쯤 큰 것 같았습니다. 움푹 안으로 들어간 입구를 열고 들어가자,  유영하듯 퍼져 있는 곡선과 직선을 따라서 인공조명을 줄이고 자연광을 끌어들인 덕분에 아주 희미한 그림자마저 슬며시 드러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밝고 아늑하고 창 안에서 푸른 정원을 바라보고 앉아서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 수 있었습니다. 찻값도 저렴합니다.

게스트 하우스 지지향은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이랍니다.
아름다운 서가와 고서의 향기가 함께하는 특별한 휴식 공간입니다. 좋은 책이 비치된 객실과 문화예술인들의 뜻을 모아 설계한 컨퍼런스룸, 게스트하우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준 있는 작품들을 두루 갖추어 놓은 곳입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연결되어 있어, 대회의실, 다목적홀, 영상전시홀 등 최첨단 연수 지원시설들과 갤러리 지지향, 로비라운지로 이어지는 문화공간을 함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천장 끝까지 책이 정리되어 있는 책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 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15 (2)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에서는 단순한 하룻밤이 아닌 쉼과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답니다. 숙박시설에 의례히 있는 텔레비전을 치우고 그 시간을 책과 음악, 혹은 대화로 채우고자 목적했답니다. 50년대 미국 극장에서 쓰이던 알텍스피커가 비치되어 있다는 군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은 가까이 있었는데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간마다 종이향이 묻어나는 곳, 지지향에서 하룻밤 묵어 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앉아서 책을 읽고 누워서 창밖을 보다 스르르 잠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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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향에는 전체 79개 객실이 있는데 이중 5층에 있는 18개 객실은 유명 작가의 책과 기증품으로 꾸민 ‘작가의 방’이 있답니다. 박완서, 박범신, 신경숙, 김훈 등의 이름을 방문에 붙여놓았는데, 각 방에는 작가의 전집을 구비했고, 친필 원고나 펜 등의 소품을 아크릴 박스에 담아 전시해 놓았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방이 있다면 한 번쯤 머물러보면 좋겠습니다. 난 박완서 선생님 방에서 하루 묵었으면 좋겠습니다.

명필름건물에도 들어가 보고 그곳에서 좋은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는 정보도 얻었습니다. 조금만 부지런 하고 관심한다면 좋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까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책이 벽을 이루고 있는 곳, 어느 건물에서나 책의 향기가 묻어나는 파주 출판문화단지는 관광코스로도 훌륭했습니다. 건물마다 특색 있고 조용하면서도 내실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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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다가 “산들래”라는 음식점에도 들렸는데 꽃을 너무도 예쁘게 가꾸어 놨더군요. 멀리서도 산들래로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나도 우리 식구들을 대리고 한번 가려는 생각에 명함을 한 장 받아 왔습니다. 출판문화단지를 둘러보고 산들래에서 식사를 하면 너무 멋진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지지향에서 하루 숙박하면 더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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