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키우지 못하고 매장시키는 사회

나는 서울시향이 아시아 최정상에서 이렇게 추락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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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물을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공인은 더욱 무흠해야 한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이겠지만 무흠하게 사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피카소 영화를 보면 그림을 그릴 때 등 뒤에선 피카소를 동시에 좋아하는 연적관계인 두 여인이 싸움을 한다. 머리채를 잡고 악을 쓰고 싸우고 있을 때 피카소는 오히려 예술적 영감을 얻어서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한다. 그런 비도덕적인 상황에서 그린 그림이라면 예술 이전에 피카소를 용서할 수 없는데 피카소의 그림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교과서에 실리고 있다.

카라얀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35년간 종신 지휘자로 군림한, 클래식 음악의 살아있는 신화였다. 카라얀은 무흠한 인격이라서 그럴까? 그는 나치에 입당한 전력도 가지고 있다. 비행기 일등석이 문제가 아니라 전용기를 타고 다녔다. 카라얀은 민주적인 지휘자도 아니었고, 폭군에 버금가는 절대 권력으로 군림했었다. 카라얀을 비난하는 세력도 많았지만 베를린 필은 카라얀 때 세계적인 명성을 날렸고 전성기를 누렸다.

서울시향도 정 감독 체재에서 잘 나가고 있었다. 수많은 개인후원자도 있었고 시향연주회 티켓은 항상 매진이 되었다. 정 감독의 연봉을 따지려면 그가 벌어들인 돈도 따져봐야 한다. 세금을 축낸다고 비난하기 전에 세계를 향해 나아가 앞으로 벌어들일 돈과 국가의 명성도 계산해 봐야 한다. 원래부터 책임의 소재가 애매했던 지출 관행에 대해 갑자기 들이댄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서로 증폭된 감정싸움밖에 없어 보이나 분명한건 서로 손가락질 하며 싸우다가 우리나라의 커다란 자산인 서울시향의 약진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좋은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은 1년짜리 꽃이 아니라 수십 년간 뿌리를 내리고 자라날 나무를 가꾸는 일”이라고 정감독이 취임하면서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관행에 의해 그렇게 된 부분을 발견했더라도 언론에 흘려서 망신을 당하게 할 게 아니라 조용히 시정해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서울시향의 대표를 맡았으니 여러 가지가 불합리한 일들로 굴러가는 시향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은 뻔 한일이다.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 공금으로 가족의 비행기 표를 사고 호텔비용으로 지불하는 일은 시정해야 했다. 엑셀도 쓸 줄 모르는 행정직원들이 한심해서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본인은 대표로서 바른 일을 했는데 역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몰려 인격살인을 당하니 정말 억울한 일이다. 억울함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참을 수 없다. 개인의 명예를 지켜야 하기에 끝까지 소송, 맞고소 등으로 흑백을 가릴 것이다. 그러는 동안 서울시향은 저절로 고사될 것이고. 흙탕물 싸움을 계속해서 온 세계에 이름이 더욱 알려질 것이다.

서울시향은 클래식 음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표로 세워 감독을 섬길 수 있는 사람이 대표였어야 했다.

우리사회가 도덕성이 크게 향상된 것도 같고 투명한 사회가 되어 좋은 것 같은데 결과를 보면 영웅은 없고 나뿐 사람만 양산하는 것 같다.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거의 다 결함투성이지 한사람도 무흠하고 좋은 사람이 없다. 발전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은 보이지 않고 서로 지적 질을 하며 밤낮으로 싸우다 보니 나쁜 사람 평준화는 이룬 것 같다.

영웅을 키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권에 도전할 뜻을 비추자 정치권은 물론 언론들이 호떡집에 불이난 듯 야단이다. 각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더욱 소란스러워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모처럼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인데 앞으로 얼마나 난도질 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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