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처리 여행에서도 이런 동행을 만나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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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계림으로 땡처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끔 이렇게 싼 땡처리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큰 부담 없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땡처리 여행이 그렇거니 하면서 기대는 하지 않고 친구들과 바람이나 쐬자 하고 나선길인데 의외로 여행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우리 일행은 21명이 되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온 신혼부부
거제도에 사는 아내가 우리와 갑장인 부부
부산에서 온 부부 2쌍
아내의 회갑기념여행을 떠나온 부부
중학교 동창이시라는 평균 73세 할머니 6분
70대 중반 할머니 친구 두분
그리고 우리친구 3명 이렇게 팀이 조인되었습니다.
낮선 분들이 처음 만나 5일 일정을 함께 한다고 해도 다른 팀들과는 그냥 눈인사만 하고 지나치는 그런 여행이 대부분입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상품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것 외엔 특별한 친근감이 있을게 없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그렇게 여행 중에 만나서도 친구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친화력이 유난히 뛰어난 내 친구 한명과 지미언니라고 불렀던 회갑을 맞은 여인이 있어서 서로 사돈을 맺자는 얘기 까지 나올 정도로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거제도에서 온, 아내가 우리친구들과 양띠 갑장인 부부의 남편 되시는 분이 멋지게도 생기셨는데 성품도 좋아서 타인을 칭찬하는 말을 잘 했습니다. 이 남자 분이 회갑을 맞은 여인을 “김지미 닮았다.”고 했습니다. 우리나이 이상의 사람들은 김지미씨가 여인들의 미의 기준입니다. 김지미를 닮았다는 것은 칭찬의 의미가 가득담긴 상찬의 말인데 그렇게 보이는 데는 그녀의 성품이 한몫했습니다. 싹싹하고 말을 예쁘게 하고 친절하고 항상 앞장섰습니다. 대게 나서는 분들은 자기 기분에 설치게 되어 조금은 불편하기 마련인데 이분은 하는 짓 마다 예뻤습니다.
중국여행은 비자를 받아야 하잖아요? 여행사에서 23분이나 되는 인원을 두 팀으로 나누어 비자를 만들었는데 우리 비자에는 무려 13명이 한 장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러니 출입국을 할 때 마다 13명이 줄을 서야 하는 것입니다. 비자 한 장에 묵인 사람들은 어찌 되었든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순간부터 한 줄에 엮여서 단체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친구일행 세 명과 할머니 6명, 다른 할머니 2명 그리고 김지미 닮은 회갑여행부부 이렇게 13명인데 그중 지미 언니가 회갑이라 가장 젊어서 인천 공항에서 아예 줄반장을 시켰습니다.
한 장에 엮인 비자 인원 중에 만약 누구 한사람이라도 여권을 잃어버리게 되면 13명이 다 출입국에 제한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모아, 아니 없는 시간을 쪼개어 여행을 나간 월급쟁이가 만약 해외에 발이 묶이게 되면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줄반장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지미언니가 (김지미를 줄여서 지미언니라는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귀찮은 일임에도 잘 해주었습니다.
여행은 물론 낯선 풍경과 역사를 체험하는 일이지만 일행과의 관계가 좋으니까 훨씬 즐거웠습니다. 70대 할머니들도 여행에 관록이 붙은 분들이라 얼마나 즐겁게 노시는지 모릅니다. 마치 수학여행이라도 다니는 듯 투어버스 안에서 노래도 불렀습니다. 계림은 계수나무 고장이라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이런 노래를 불렀더니 제법 감흥이 오더군요.

 

layout 2016-6-13

 

하이라이트는 . 양강사호 야간 유람선 탑승 대기 시간에 있었습니다. 유람선 탑승 전에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어슬렁거리다가 어디선가 아리랑 노래가 나오기에 저절로 그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가수가 노래를 하면서 성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야간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설치한 불빛으로 강은 휘황찬란하게 물속에 흔들리고, 노래가 있고 여행지라 마음은 저절로 풀려 있었습니다. 노래 부르길 즐기고 흥이 많은 할머니 일행 여섯 분이 무대 앞으로 나오며 춤을 추었습니다. 저는 그 할머니들 사진을 찍어드리려고 무대 앞으로 나갔습니다.
할머니들은 장애인 가수에게 마이크를 넘겨받아 노래를 불렀습니다. 항상 부를 수 있는 “내 나이가 어때서” 이건 할머니들의 18번입니다. 할머니 두 분이 나가서 노래 부르고 나머지 분들은 바닥에서 춤을 추었습니다. 내 친구도 나가서 할머니들의 흥을 돋아 드리고 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할머니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다가 흥이 한껏 오르자 주머니를 열어 모금함에 성금을 두둑이 넣으셨습니다. 한 할머니가 넣으면 다른 분이 또 넣고 해서 그분들이 몇 시간 공연한 것 보다 할머니 가수 덕분에 수익금이 엄청 많을 것 같습니다. 할머니들이 노래 부르고 춤추고 잘 노시자 관객이 늘어났고 많은 분들이 성금내는 일에 동참했습니다. 대한민국 걸 그룹, 아니 할머니그룹의 힘입니다. 할머니들이 얼마나 신나게 노시는지 우리 일행도 덩달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이국의 정취와 우리의 흥이 어우러져 얼마나 즐거운지…..
스테이지를 (!) 끝내신 할머니들이 “제대로 한번 놀아봤다.”며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계림 다녀온 이야기 천천히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아요. ^^

순이

2 Comments

  1. journeyman

    2016-06-13 at 15:44

    패키기 여행에서는 일행들도 중요한 요소인데
    좋은 분들을 만나셨다니 즐거운 여행이셨겠네요.
    그나저나 저는 아무리 찾아봐도 땡처리는 안 보이던데
    요령 좀 전수해 주세요.
    저도 해외 바람 좀 쐬고 싶어요.

  2. 데레사

    2016-06-13 at 18:09

    나도 가끔은 땡처리로 가기도 했지요.
    그런데 비싸게 간거나 뭐 큰 차이가 안 나더라구요.
    이제는 되도록 단체여행은 피하고 말 통하는 나라를
    자유로 가는 여행만 하지만 이제 허리 수술하고 좋아지면
    또 이런식의 여행도 갈수 있게 될거에요.

    계림도 많이 변했을거에요.
    퇴직하고 막 그러니까 한 15년전에 다녀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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