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계림을 여행하면서
인산인해라는 말과 인해전술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단오가 명절이라 연휴를 즐기려는 중국인들로 어디를 가든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은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중국말 특유의 세 된 소리로 떠드는데 시끄럽기는 얼마나 시끄러운지 모릅니다. 이런 걸 인산인해라고 하는 군, 느끼면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에 질리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러우니까 멀미가 나는 듯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계림에 가면 양삭의 “인상 유삼저”를 꼭 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지휘한 중국 영화의 거장 장예모감독이 기획하고 연출한 공연으로 볼만하다고 했습니다. 드넓은 호수와 병풍처럼 둘러싸인 거대한 산을 무대로 펼쳐지는 웅장한 스케일의 공연은 수많은 관객이 넋을 놓고 볼만했고 장예모 특유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상상력과 이강의 자연은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쪽배를 타고 강에서 일하는 모습이나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들이 강과 자연을 배경으로 해서 조명을 받으니 실제보다 더 멋지게 보이고 환상적이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人山人海 [ 인산인해 ]는 사람의 산과 사람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모인 모양(模樣)을 말하고
人海戰術 [인해전술]은 무기나 전술보다 인력의 수적인 우세로 적을 압도하는 전술. 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상유삼저 공연에 많은 사람을 출연시켜 공연하는 것이 딱 인해전술 같았습니다. 이 쇼의 참여 인원은 700여 명으로 장예모 리강예술학교 학생과 강변 5개 마을의 어민들로 구성되었답니다. 예술학교 학생들을 제외한 현지 주민들은 낮에는 강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이 공연에 참여한다고 하니, 이 공연 하나로 한 부락민 전체가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삼저”는 유 씨 집안의 셋째 딸이란 뜻입니다. 앞에 “인상”이 붙은 것은 장예모 감독이 중국 정부와 함께 중국의 명산과 호수, 관광지를 무대로 그 지역의 민화나 전설을 공연으로 만든 “인상 시리즈”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인상 유삼저는 유 씨네 셋째 딸이 지주들의 유혹을 이겨내고 사랑하는 목동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는데. 스토리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노래를 잘하는 유씨네 셋째 딸이 노래대회에 나가 우승을 해서 마을을 유익하게 했고 사랑을 쟁취하는 그런 이야기랍니다.
달의 요정이 등장해 초승달 위에서 춤사위를 펼치는 장면이 멋있었습니다.
공연장 입구는 우리나라 야구장 입구보다 더욱 북적였습니다. 객석 규모는 3200석으로 매 공연 때마다 모든 좌석이 매진된다고 하는데 좌석수가 3200석이 아니라 10000석 정도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공연장을 가는 길목부터 공연장까지 어쩌면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 인산인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공원엘 가도 사람이 많고 공연장을 가도 사람이 많아서 이번여행의 주테마는 인산인해로 잡아야 할 듯합니다. ^^
관객이 모두 착석하면 조명이 꺼지면서 공연이 시작됩니다. 순식간에 조명이 꺼지고 온 세상이 캄캄한데, 산봉우리 끄트머리에서부터 작은 등불을 단 배가 들어옵니다. 소수민족의 말과 노래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중국어를 아는 현지인들도 그 내용을 전부 이해하기란 어렵다고 합니다. 소수민족의 전통 노래로 진행되는 공연이어서 뮤지컬에 가까운 공연입니다. 은은하게 빛나는 강물이 무대가 되고,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거대한 산은 배경이 됩니다. 산수화 같은 풍경에 자연과 인간, 빛과 소리가 조화를 이뤄내는 공연입니다. 감동 같은 것은 없지만 볼만하고 오래 기억될 것 같은 공연입니다.
데레사
2016-06-16 at 07:31
중국은 가는곳 마다 저런 대형 공연이 많더라구요.
야외에서 하는데 등장인물도 많고 웅장하고….
그러나 좀 아깃자깃한 맛은 솔직히 없죠.
오늘 신문에 보니 우리나라 체류하는 외국인 절반이 중국인이라고
하더라구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점점 더 시끄러워 질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