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사는 행복

일산에 오래 살아서 정이 들어서 그런지 일산은 여러모로 정말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교통도 편리하고 이마트 코스트코 홈플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많아서 물가도 싸고 조용하고 공기도 깨끗한 편입니다. 특히 호수공원이 있어서 일산 시민들은 공짜로 좋은 산책로를 즐깁니다. 호수를 한 바퀴 돌면 10리가 좀 넘는 5Km 정도라 호수를 바라보며 가볍게 뛰기에도 적당합니다. 도시에서 호수 건너편은 물레 방아도 있고 꽃밭도 있고 울창한 나무숲이 있어서 하루도 풍경이 같지 않고 매일매일 변하는 자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새벽마다 부부가 산책을 즐기는 친구는 아침마다 호수공원 사진을 카톡에 올려줍니다. 호수 위로  비가 오는 모습이나 물속에서 헤엄치는 잉어를 보다가 사람 얼굴을 한 잉어를 발견했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개망초나 원추리 해바라기가 핀 호수공원 소식을 사진으로 봅니다. 나도 가끔은 호수공원에 나가 아무 생각 없이 한 바퀴 돌아보기도 합니다. 더운 여름밤에는 음악분수가 노래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아기들과 함께 보기도 합니다.

나는 그 무엇보다도 일산이 좋은 것은 아람누리가 있어서입니다.
아람누리가 있어서 음악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어서 일산에 사는 행복을 누립니다. 음악회 가는 것도 일 년 농사와 같아서 연초에 스케줄을 잘 짜면 아주 저렴하게 아주 고급한 음악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우선은 아람누리에서 기획하고 지역난방공사에서 후원하는 마티네 음악회가 일 년에 다섯 번 있는데 짝수 달 마지막 목요일 오전 11시에 열립니다. 올해는 영화 속 클래식을 들을 수 있게 기획했습니다. 심포닉 시리즈가 2개 월드스타 시리즈 3개 이러면 벌써 10번의 음악회를 갈 수 있고 신년음악회, 송년음악회 정도만 가도 매달 음악회를 갈 수 있어서 아쉽지 않게 일 년 내내 음악회를 즐깁니다.
심포닉 시리즈는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것으로 연주되고 월드스타 시리즈에는 김선욱 마르틴 슈타트펠트 임동혁의 피아노 리사이틀입니다.
이런 음악회는 패키지로 판매를 하는데 무려 40%나 할인해 줍니다. 그러니 거의 반값에 살 수가 있고 티켓 오픈하는 날을 기다려 오픈하는 날 예매를 서두르면 로열 중에서도 로열 석을 골라 앉을 수 있습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과 브람스, 슈베르트와 멘델스존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 이렇게 두 작곡가를 선택하여 심포닉 시리즈를 하는데 이런 기획을 따라가며 작곡가를 비교해 듣는 맛이 좋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엔 혁명기의 러시아를 겪은 두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예프의 연주를 듣습니다. 러시아의 거대한 혁명기를 겪었던 프로코피예프와 쇼스타코비치는 예술조차 이념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속에서 고전주의, 낭만주의 모더니즘 음악 세계를 보여준 러시아의 작곡가입니다.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해외 망명길에 올랐던 프로코피예프는 생소한 20세기 음악에 특유의 유머와 간결함을 더해 신고전주의를 주도한 반면 일생을 러시아에서 보낸 쇼스타코비치는 숙명적인 환경 속에서 전통적 형식에 현대적 감성을 더해 20세기 최고의 교향곡 작곡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엔 김선욱 피아노 연주회를 갑니다.
3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10살에 독주회, 12살에 협연 무대를 가진 김선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습니다.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대회 역사상 최연소이자 첫 아시아 출신 우승자가 되어 본격적인 연주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연주에서는 베토벤 예술의 소우주라 불리는 디아 벨리 변주곡을 중심으로 모차르트 슈베르트로 이어지는 가장 김선욱 다운 프로그램으로 그의 연주를 기다리는 마음이 설렙니다. 연주시간만 한 시간에 달하는 베토벤 피아노곡의 결정체인 디아 벨리 변주곡 연주가 얼마나 기대되는지 모릅니다.

본인이 사는 도시를 이렇게 즐기고 좋아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분명 행운이고 행복한 일입니다.

순이

2 Comments

  1. koyang4283

    2016-07-07 at 12:30

    저도 일산과 일산인근에 산지 20년이 넘었습니다만, 질리지 않은 곳입니다. 호수공원은 이제는 추억이 묻어나는 터가 됐습니다. 그나마 좀 젊었을 적 한 때는 한 여름의 마라톤이 떠 올려집니다. 그리고 절기마다 달리 보여지는 풍광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일산우체국도 그렇고 롯데시네마도 그렇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paul6886

    2016-07-12 at 03:31

    저도 음악을 좋아하지만 러시아 작곡가들은 차이코프스키나 무소르그스키 정도로 알고 있지요. 물론 림스키코르사코프 같은 음악가도 있습니다.
    흔히들 프로코피예프는 ‘야수와 미녀’ 정도로 알고, 쇼스타코비치는 ‘째즈모음곡’ 중 ‘왈츠’를 손꼽지요. 하지만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1번 2악장은 참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좋은 여건이 갖춰진 지역에서 사시는 순이 님이 부럽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의 혜택이라고 해봐야 클라리넷 교습 정도지요. 그것도 열 달 하니까 좀 쉬고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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