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이 모여하는 글 공부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 이름이 옴팡 포럼입니다.
옴팡이라는 말은 “죽도록. 계속해서. 정말” 이라는 의미입니다. 강조 부사어에 가깝습니다. 옴팡지게라는 말로도 쓰입니다. 나는 모임 이름을 정할 때는 참여하지 않아서 옴팡포럼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태어난 배경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죽도록 계속해서 정말 글을 열심히 써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모임에 참석하는 분들마다 글 쓰는 일에 열심을 내고 소설을 읽고 분석하고 필사하고 토론하고 그럽니다.
나는 쓰기는 좋아하는데 단지 재미로 쓸 뿐 그렇게 철학적이지도 못하고 치밀한 것은 더욱 없습니다. 살림에 취미가 있는 분이 그릇을 사 모으고 요리하고 설거지를 즐겨 하듯이, 골프를 좋아하는 분이 필드에 나가고 장비를 사 모으듯이. 컬렉터가 같은 종류의 물건을 수집하듯이, 그런 개인적인 취향으로 소설을 재미로 읽을 뿐아니라 학문적으로 연구하며 읽는 분들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식하게 글을 쓰는 일은 좀 탈피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참여하는데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어떤 모임에서나 그렇지만 우리 옴팡 포럼 회장님이 연세도 있으시고 항상 푸근하게 회원들에게 베풀길 잘 합니다. 지난달에 첫 외손녀를 보셨는데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아기가 태어나는 날부터의 사진을 카톡에 올려 자랑을 합니다. 아기들이 다 예쁘긴 하지만 이 댁 아기도 얼마나 예쁜지 눈망울이 크고 또록또록하고 숱 많은 머리카락이 새카맣고 피부가 흰 것이 할아버지를 닮았습니다. 우리가 닮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댁 아기 엄마나 아빠를 본 적이 없으니 누굴 닮았다고 말하겠습니까? 당연히 할아버지를 닮아 보이는 것이지요.
아기가 할아버지 닮았다고, 예쁘다고, 아기가 어떻게 저렇게 또릿하냐고 다들 감탄을 했습니다. 이제 우리나이쯤 되면 아기는 무조건 예쁘고 천사로 보이는데 아는 분 손녀야 더 말해 뭣하겠습니까. 단체 카톡이 폭발할 듯 열광을 했지요. 그렇다고 절대 가식적인 것은 아닙니다. 나는 이미 손자가 네 명이나 되지만 아기들을 보면 정말 예뻐서 저절로 눈길이 가고 “아이고 예쁘다!” 소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주책 할머니거든요.
갓 태어난 손녀가 예쁘다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회장님은 기념으로 포럼모임 후에 식사를 거하게 샀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회원들이 손녀 사진을 또 보여 달라고 하니 “돈 내고 봐야지. 만 원씩만 내세요.” 이러시는 겁니다. 물론 농담이지요. 그래도 그 농담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라서 다들 수정을 해 드렸어요. 처음 할아버지가 되어 잘 모르셨던 겁니다.
“회장님! 전에는 손자 자랑하려면 벌금을 내놓고 했고요, 지금은 자랑하는 것 듣기 싫어서 사람들이 돈을 주어서 보낸대요. 다들 자기만 손자 있는 것처럼 해서 분위기도 모르고 자꾸 자랑을 하려고 하니 쫓아 보내는 것이지요.” 누가 자세하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어제는 포럼 회원 한 분이 남편이 은퇴를 해서 고향으로 영구 귀향을 하는 분이 있어서 마지막으로 수업에 참여해서 송별식을 해 드렸습니다. 회비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회장님이 식사를 사겠다고 자청을 했습니다. 그러자 어떤 분이 “그럼 손녀 사진 봐 드리지요. 사진 꺼내보세요.” 이러는 겁니다. 손녀 사진을 봐주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비싼 밥을 사는 것보다 더 큰 선심을 쓰는 듯했는데 회장님은 마다않고 당연한 듯이 휴대폰에서 손녀 사진을 꺼내 보여줍니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손자 자랑이 하고 싶어 하는 눈치 면 “벌금 내고하세요.” 이런 분위긴데 밥을 먹어주는 대가로 사진을 봐주겠다고 자청을 하니 보통 억지가 아니지요. 그걸 보고 어찌나 재미있는지 저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태어난 지 한 50일 정도 되었는데 아기는 벌써 기대어 놓으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있었습니다. 남이 봐도 예뻐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할아버지 심정은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밥을 사더라도 자랑이 하고 싶고 어떤 구박도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
중국집에서 여러 명이 식사를 하는데 신기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자장면이나 볶음밥 등은 각자 취향대로 먹기로 하고 요리를 시켰는데 요리가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왔습니다. 각자 앞에는 개인 접시가 놓여있었습니다. 탕수육이 나오자 어떤 분이 의자에서 일어나 개인 접시를 가져다가 음식을 배분합니다. 큰 접시에 담긴 음식의 양과 인원수를 보더니 눈대중으로 음식을 나누어 주는데 일정한 양으로 정확하게 배분을 하더군요. 팔보채가 나오자 굵은 새우와 작은 새우 해물과 야채를 골고루 담아서 보기 좋게 개인 접시에 담아 주는데 굉장한 기술이었습니다. 대게 처음엔 많이 담다가 나중엔 모자라거나 음식이 고루 가지 않거나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계량에 밝은지 내가 감탄을 하면서 칭찬을 했더니 그분은 본인이 큰며느리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가지고 차별하는 것을 몹시 싫어해서 정확한 양으로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남편이 대학병원 유명한 의사라 사는 것이 여유가 있고 자녀들도 다 잘 키워 결혼시켜 미국에 살고 있는데 한 계절을 옷 하나를 가지고 교복처럼 입고 다니고 사치는커녕 얼마나 검소하고 알뜰한지 모릅니다. 그래도 공부하는 일에는 투자를 많이 하고 적극적이고 글도 열심히 쓰고 아주 열정적입니다.
요즘 시니어들이 사는 모습입니다.
순이
익명
2016-07-13 at 15:49
손주 자랑하고 밥 산 할아버지나 이런 소소한 일들을 감칠맛 나게 쓰신 수니 선생님 다들 멋지십니다. 이야기는 힘이 세요!!
다시봄날
2016-07-13 at 15:50
손주 자랑하고 밥 산 할아버지나 이런 소소한 일들을 감칠맛 나게 쓰신 수니 선생님 다들 멋지십니다. 이야기는 힘이 세요!!
벤조
2016-07-14 at 02:58
음식 나누는 것, 그거 굉장한 기술입니다.ㅎㅎ
혹시 작은 새우 하나에 섭섭할 수도 있으니까요.
순이님 손자들 아주 귀여워요. 밥 사세요.
익명
2016-07-16 at 08:35
제가 손주 사진을 보면 힐링이 되어 자축을 하는거겠죠 좀 푼수지요. 옴팡식구들의 동참이 또한 감사해서 식사를나눈 것이구요. 수니님 손자들 못지않게 더 귀엽고 인물이 훤해요.수니님 글속에서도 몇 번봤었죠..부러웠죠.ㅎ
헌데 머슴애들은 우리 아들녀석 힘들게한걸 생각해서인지. 좀 관심이 덜해요. 딸애가 두번이나 유산 끝에 얻은아이라 그게더 작용하는지 모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