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휴가를 떠나고 혼자 집에서 주말을 맞았습니다.
열무김치랑 식은 밥을 맹물에 말아서 점심을 먹는데 호젓한 느낌이 듭니다. 집안이 너무 조용하니까 적응이 안 되어 바흐의 첼로소나타를 틀었습니다. 미샤마이스키의 연주를 들으면서 미샤마이스키랑 마주앉아 식사를 하는데 어쩐지 맛이 없습니다. 아이들이랑 식사를 한 끼 하려면 10번도 더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 아이들 시중을 들어야 합니다. 누가 할머니를 부르지도 않고 요구사항도 없고 밥 먹다 쏟아서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아야 하는 일도 없이 음악을 들으며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아야 하는데 전혀 좋지가 않고 밥이 맛이 없습니다. 물론 밥상을 맛있게 차리지도 않았습니다. 아기들이 있으면 아기들을 먹이려고 반찬을 이것저것 하고 국이라도 끓였을 것인데 혼자 먹겠다고 뭘 하는 것은 도무지 귀찮은 일이라 간단히 먹으려고 하다 보니 맹물에 밥을 말았던 것인데 밥 먹는 재미가 없더군요.
우리 아기들이 유난히 더 설치는 것도 아니고 그 나이답게 숟가락질이 서툴러서 밥을 흘리고 물을 쏟고 그러는 정도인데 그런 아이들 시중이 보통이 아닙니다.
5살 2살 두 아이가 열 감기를 앓았고 열 감기 끝에 중이염이 와서 이비인후과 치료도 받고 하면서 뜨거운 여름을 보내느라. 밤마다 아기들이 여러 번 깨어나서 울었습니다. 열이 나서 울고 코가 막혀서 잠이 깨어 울고 기침을 하다가 울고 그러다 보니 아기들 우는 소리에 잠을 깨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여름밤에 잠까지 설치다 보니 여름날이 몹시 피곤했습니다. 겨우 이틀 전부터 아이들이 감기가 그만해지고 겨우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듯 했습니다.
친구들 가족과 모여서 함께하는 모임을 가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아이들 상태가 나아져서 네 식구가 휴가 겸 떠났습니다. 우리 딸이 떠나면서
“엄마 오늘 밤에는 잠을 편히 자~ 애들 때문에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느라 잠을 깊이 못 잤잖아” 이럽니다.
아이 둘 키우느라 어찌나 고생을 하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아픈 아기를 지키느라 밤을 새우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고 아이들이 벗어놓은 빨래 때문에도 매일 세탁기를 돌려야 하지만 자다가 토를 한다거나 수를 해서 이불빨래나 카펫도 자주 세탁해야 합니다. 세탁이야 세탁기가 해 주지만 빨래를 널고 게고 정리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옛날 엄마들이 손빨래를 하던 것에 비하면야 별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지를 않았는데 노동량이 어마어마합니다.
나는 오늘밤 편히 잘지 모르지만 딸은 잠이나 잘 수 있으려나 ? 잠자리가 바뀌면 애들이 잠을 잘 못자면 엄마 아빠가 고생을 할 터인데….. 그래도 사위가 아기들을 정말 잘 보살피고 잘 먹이고 봐 주어서 조금은 걱정이 덜 됩니다.
우리 손자들은 할머니 등허리 맛을 모릅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 키울 때 많이 업어서 키웠는데 요즘엔 아이를 업는 문화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도무지 업히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는 제법 업어주려고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아플 때면 할머니 등에 업혀서 잠을 자곤 하는데 우리 까꿍이는 엄마에게만 매달리려고 하고 떨어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엄마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안고 자자고 하니 왼쪽 어깨 인대가 늘어났는지 손끝이 저리다고 할 때는 손자가 원망스럽고 딸이 애처롭습니다. 아이는 아플 때면 엄마에게만 대롱대롱 매달리지 할머니나 아빠에게 가지를 않으니 우리 딸 표현을 빌리자면 독박육아를 하는 겁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소아과 병원에 가보면 갓난아이나 1년 미만의 조그만 아기를 안고 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아기들에 비하면 우리 아기들은 많이 커 보입니다. 저 어린 것이 아프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되고 몸피가 작아서 어디 만질 곳도 없는데 약은 어떻게 먹이나? 울면 어떻게 달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기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 아기들에 비하면 우리 아기들은 씨올이 많이 굵어서 그나마 진료받기도 수월하고 약을 먹일 수도 있어서 나은 것 같습니다.
맹물에 밥을 말아먹으면서 이 황금 같은 휴일을 즐겨야 하는데 도무지 적응이 안 되고 허전하네요. 아기들이 가서 잘 놀고 있는지 딸이나 사위는 아이들 때문에 고생은 안 하는지…..괜한 걱정을 하는 겁니다.
에어컨도 하루 종일 틀어놓고 있으니 전기요금 걱정도 되고 해서 지난밤에는 시원한 바람을 찾아 한강난지 캠프장에 가서 바람을 쏘이고 왔는데 캄캄하니까 아이들이 제 부모와 떨어지지 않고 합체를 하고 있어서 나가도 들어가도 편하지 않습니다.
입추가 지나고 나니 조금은 나아 진듯도 하지만 여전히 덥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