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우리나라에서 가까워 비교적 가기가 쉽기도 하고 국토가 넓어서 볼거리들이 정말 많습니다.
여태는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많이 못했기에 기회가 되는대로 중국의 유명한 장가계 시안 계림 구체구 등을 둘러보리라 마음먹고 있던 차 이번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친구들과 태항산을 다녀왔습니다.
삼국지나 수호지 초한지 등으로 중국을 소설 속에서만 만나다가 실제로 가서 보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웅장하고 규모가 큰 것에 놀라게 됩니다.
차로 6시간을 달려도 산이라곤 보이지 않고 드넓은 평야가 계속되는 화북평야를 보면서 소설 속에서 중원을 지키거나 빼앗으려는 전투가 왜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험준한 태항산맥을 방어하면 중원의 모든 지역을 방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화북평야에는 옥수수 농사를 주로 짓는 다고 하는데 아직도 기계가 아닌 사람의 힘으로만 농사를 한다고 합니다. 기계를 이용하면 노동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어서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는 사람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이 유익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본 태항산맥은 험준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태항산맥 곳곳을 관광지로 활용하기 위해서 길을 만들고 탈것들을 두어서 아무리 험준한 곳도 누구나 투어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 일행 중에는 사진작가가 세분 있었는데 카메라로 웅장하고 장대한 태항산을 담아 보려고 순간 순간 셔터를 눌렀습니다. 햇볕은 따갑고 바짝 달구어진 돌계단은 맨 몸으로 걷기도 힘든데 군인들의 군장처럼 무거운 카메라장비를 등에 지고 손에도 대포같이 생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구도자의 자세였습니다. 좋은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땀을 비 오듯 쏟으며 더위와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사진작가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난 휴대폰 카메라로 그 풍경을 담아낼 수는 없어서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풍경 속에 있는 친구들만 열심히 찍었습니다.
태항산은 하남성 하북성 산서성 3개의 성에 걸쳐있으며 남북으로 600km 동서로 250km로 태항산맥하나가 우리나라 남한의 국토보다 큽니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보는 듯 협곡이 닮아있었는데 그랜드 캐니언은 전망대에서 관망을 하거나 경비행기를 타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으로 관광을 했는데 태항산은 온갖 탈것을 이용하여 산속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이 달랐습니다. 어지간한 거리는 버스로 이동하여 57층 규모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꼭대기를 오르고 케이블카를 타기도 하고 전동차로 산을 휘돌아 보기도 합니다.
전동차를 타고 아찔한 계곡을 아슬아슬하게 돌아 올라가는데 곡괭이와 정만 가지고 30년을 뚫었다는 바위 길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 길을 전동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보니 공사를 한 인부들의 동상이 서 있었습니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전히 사람의 노동력만으로 암벽을 뚫어 길을 낸 그 분들께 감사하면서도 그들의 지난한 삶은 무엇으로 보상받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숙연했습니다. 동상에는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도 한 분 보이더군요. 사람의 힘이라는 것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중국이라서 가능한 엽기적인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길을 전동차가 거의 공중곡예를 하는 듯 경적을 울리며 달렸습니다. 왼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오른쪽은 천 길 낭떠러지입니다. 그런 길을 가면서도 우리는 경치에 팔려 무서운 줄도 몰랐습니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무모한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태항산과 가까운 공항이 있다는데 여행경비를 아끼느라 청도공항에 내려 무려 10시간을 버스를 타고 태항산을 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은 인천공항에서 청도공항을 1시간 남짓이면 가는데 청도에서 육로로 이동하는 길이 멀었습니다. 청도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6시간을 가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다시 4시간을 더 가서야 태항산을 만날 수 있었으니 여행기간 4박 5일 중 길에서 소모한 시간이 이틀입니다. 그나마 돌아오기 전날은 자정까지 호텔에 투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태항산에서 출발했는데 오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있어서 정체되는 바람에 길에 4시간가량 멈춰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가 되어있더군요.
아무리 웅장한 산을 보고 아름다운 협곡이랑 기암절벽을 본다고 쳐도 오고 가는 길에 기운을 다 빼앗기는 여정이라 청도 공항을 이용하여 태항산을 가는 것은 생각해 봐야합니다.
곳곳에 위험이 되는 곳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안전 불감증이라고 할 정도로 위험을 무시하고 살았는데 중국이 그런 것 같다.”고 친구가 말 할 정도로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이 태항산이었습니다. 산꼭대기를 걷다가 뱀을 만나 놀라기도 하고, 미끄러운 길에 넘어질 번도 하고, 여권이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가 찾기도 하는 등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돌아와서 사진을 보니 좋기는 합니다. 눈에 담아온 풍경은 어디에도 없는데 사진을 보니 감동이 되살아납니다. ^^
익명
2016-09-03 at 11:00
대단하십니다 아주박식하시고 사진이 아직정리가 않되서 정리작업이되는데로 360도로 촬영된사진도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