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뭐라도 남에게 해 주기를 좋아합니다.
지난겨울 일입니다. 입원한 할아버지들이 다들 비슷한 털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털실로 정성껏 뜨개질을 해서 만든 모자였습니다. 할아버지들이 머리가 따뜻해서 좋은지 즐겨 쓰셨는데 같은 병실 할아버지들이 똑같이 쓰고 있어서 병원에 봉사활동을 나오는 분들이 선물했나 보다 했는데, 알고 봤더니 직원 한 분이 그러셨던 겁니다. 간병인들에게 일 할 때 입고하라고 쿨맥스 소재의 몸뻬 바지를 하나씩 사다 드리기도 했습니다. 받는 사람은 큰 것이 아니지만 여러 벌을 장만하자면 목돈이 들고 부담이 될 것 같아서 “부담되지 않냐”고 내가 물었습니다. “ 싼 거예요 “ 이러면서 더 좋은 것으로 해 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녀를 눈여겨보니 말없이 숨은 봉사를 많이 했습니다.
교회 봉사부에서 정기적으로 나와 환우들 머리를 깎아 주기도 하지만 그건 움직일 수 있는 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휴게실까지 이동이 가능하고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어야 수건을 쓰고 머리를 깎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몸을 못 가누고 의식 없이 누워 지내시는 분은 침상을 세워 앉혀드리거나 누운 채로 머리를 깎아야 합니다. 그녀는 언제 미용기술을 배웠는지 환자분 머리가 좀 길다 싶으면 일하는 짬짬이 어느새 가서 동그랗고 단정하게 잘라 놓습니다. 오래 누워 지내시는 환자분도 이발을 해 놓으면 훨씬 보기 좋아서 보호자들이 면회 와서 보면 좋아합니다. 환자들에게도 잘 하지만 집안 살림도 잘하고 반찬도 잘 만들어서 소소한 반찬도 수시로 가지고 와서 나누어 먹습니다.
지난봄인가? 묵은 김치를 가지고 왔는데 잘 삭은 김치가 곰도 안 피고 심심하니 맛있었습니다. 그날따라 김치하고만 밥을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여러 번 맛있다고 잘 먹었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 후 친정어머니가 보내준 것이라며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며 나에게 묵은지를 한 통이나 주었습니다. 어느 날은 고구마를 구워오기도 하고 모시떡을 가져와서 먹기도 했습니다. 집에 있는 것을 이렇게 다 퍼 나르면 집에 남아나는 것이 없겠다고 걱정했더니 그렇지 않다며 나눠 먹는 것이 즐겁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특이하게 로또를 매주 산다고 했습니다.
“저는 남에게 풍족하게 나눠주고 싶은데 여유가 없어서 주고 싶을 때 못 주면 속상해요. 그래서 로또가 당첨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도와줄 곳이 너무 많아요.” 이러면서요.
대게는 공돈이 생기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여행도 가고 하면서 나를 위해 쓸 궁리를 하는데 이 분은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로또에 당첨되면 당첨금의 반을 달라고 해서 싸우기까지 했다는군요. 당첨되지도 않은 로또를 가지고 싸울 필요가 뭐 있냐고 기분 좋게 그냥 반 준다고 하지 그랬냐고 했더니 “남편에게 거액이 왜 필요하냐고 내가 다 해줄 건데요.“ 이러더군요. 로또에 당첨되어 오히려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는 얼마 줄 거냐?“고 농담 삼아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100만 원을 주겠다고 합니다. ^^ 좀 작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어쩐지 실현 가능한 얘기 같아서 믿음이 갔습니다. 1억을 주겠다고 했으면 허풍 같잖아요.
로또를 사면 발표할 때까지 꿈을 꿀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상상 속에서지만 이렇게 저렇게 돈 쓸 궁리를 해 보는 것은 즐거운 상상이었습니다. 나는 내 손으로 로또를 한 장도 산 적이 없어서 로또를 사는 재미가 어떤지는 잘 몰랐는데 이런 식으로 간접경험을 합니다. 로또에 당첨되면 기부금을 내라고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기 때문에 당첨된 것을 자랑하면 안 된다는 로또 당첨자의 후기도 읽었다며 거액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가 나빠지기도 한다며 미리 당첨 후의 계획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로또가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서 당첨되는 일이라면 그녀를 힘껏 응원하고 싶습니다. 본인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지 않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솔선수범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아는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부의 상징이기도 한 타워펠리스로 이사하는 할아버지 이야깁니다. 이 분은 도곡동에 있는 다른 펠리스에 살고 있었는데 소원이 타워펠리스에 사는 것이었다라고 하더랍니다. 도곡동의 다른 펠리스라고 해도 대단한 일인데 기어이 타워펠리스에 입성하려고 부단히 노력(?) 했답니다. 개인의 안위와 호사를 위해 힘을 쏟는 사람과 묵은 김치라도 나누어 먹고살자고 하는 사람하고는 완전히 다릅니다.
작은 것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큰 것도 잘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가 로또에 당첨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데레사
2016-09-24 at 11:12
반드시 당첨되기를 저도 기도 하겠습니다.
참 아름다운 분이군요.
김 수남
2016-09-25 at 04:38
네,그 분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저희도 가게 10년 하는 동안 담배랑 로또도 주요 품목 이었습니다.담배와 로또를 안파는 일을 할 수 있게 기도했는데 정말 그 이후 가능해 졌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캐나다 사람들은 노인들이 주로 로또를 많이 하십니다.그리고 그 사는 금액이 사회로 환원되어 좋은 일에 쓰여진다고 사회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시기도 하세요.1장 정도를 매 주 사시는 분은 정말 재미로 취미처럼 사시더라고요.학교 엄마들은 아이들 등교 시키고 가게 곁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1불씩 서로 모아서 한 12명이 한꺼번에 사서 자기 이름들을 티켓 뒤에 쓰는 즐거움도 매 주 갖는 팀도 있었습니다.
정말 어차피 당첨이 되는 거라면 그 분처럼 간절함이 있고 또 쓸 목적이 분명한 곳이 있는 분이 되시면 좋겠네요.
저희는 열심히 팔기만 했는데 간혹 한 두 분은 정말 눈에 불을 켜고 많이 사시는 분을 뵈면 안타까웠어요.물건을 많이 판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특히
복권은요.그 분들이 재미로 한 두 장 사는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요.
즐겁게 봉사하시면서 재능과 삶을 나누시는 좋은 그 이웃분이 경제적으로도 더 여유가 생겨서 좋은 일에 마음껏 쓸 수 있길 기도합니다.로또가 아니더라도 가족 구성원들이 하는 일 속에서도 좋은 열매들을 주렁주렁 거둬가게 되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윤정연
2016-09-26 at 16:47
참 마음이 순하고 착한분이시네요.저도 몇번사와서 토올일만 기다리기도 했지만…5000원 당첨도 쉽지 않은것 같았어요.사서 “당첨되면 좋고 안되도 기부 한다”는 마음을 가지니 섭섭하지도 않았고요…
당첨되고 큰돈이 생기니 부모도 남보다 더 않좋아진다는 말도있었는데…그분에게 꼭 당첨되서 소원이 이루어지게 힘을모아줘야 겠어요.
할수만 있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