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바이올리니스트를 애도함

근무 중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평소 음악회 관련 소식이나 있으면 전화할까 안부를 자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서 무슨 일일까 의아해하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가 “여보세요” 하자마자 “권혁주 소식 들으셨지요?” 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그래서 전화를 했구나, 무슨 이야긴지 감이 잡혔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씨가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돌연사 한 것이 계속 뉴스에 나오고 있어서 나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바이올린리스트가 돌연사를 한 뉴스를 듣고 무척 애통한 마음이 들어서 나에게 전화를 건 것입니다. 그래서 한참을 권혁주 씨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습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가 너무 젊은 나이에 심정지로 택시 안에서 죽었다고 하니 뉴스를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권혁주 씨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중, 그녀는 나에게 부탁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까운 바이올리니스트가 죽었는데 애도의 글을 한편 써서 블로그에 올려달라는 것입니다. 순이 샘이 바이올리니스트의 죽음에 대해 모른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순이 샘이 쓴 애도의 글을 읽으면 자신이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나를 순이 샘이라고 부릅니다.) 나도 권혁주 씨 죽음에 대해 애통하기는 했지만 포스팅을 하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음악 애호가로서 애도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혁주 권혁주 씨에 대한 애도의 글을 부탁한 그녀는 10여 년 정도 일산 돌체 멤버로 매주 토요일마다 돌체 음악회에서 만나던 여인입니다. 돌체는 음악가들이 연주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던 조그만 무대입니다. 본 연주회와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를 하고 난 후 클래식 음악에 관해 일가견이 있던 돌체 멤버들이 연주회 후에 연주자와 둘러앉아 연주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녀는 돌체 후원회 멤버였고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돌체가 문을 닫아서 아람누리에서 주로 보는데, 약속하지 않고 아람누리 음악회를 가도 돌체에서 만나던 분들은 거의 다 만날 수 있습니다. 그녀와 나는 음악을 듣는 취향이 비슷해서 이런 음악회엔 왔겠다 싶어서 둘러보면 꼭 있습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독주는 무대 가까운 가운뎃줄 앞쪽에서 보고, 오케스트라 연주는 이층 앞줄에서 만나고, 아니면 휴식 시간에 로비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끔은 이른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자고 전화로 약속해서 미리 만나기도 하는데 저녁을 함께 하는 일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망함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그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고 음악을 지독히도 사랑한 청년이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토록 빨리 이별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 고인을 기렸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 씨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가 얼마나 진지하고 진실한 음악가였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처럼 순수했던 네 성품과 네 음악이 세상에 남긴 위로와 감동은 영원히 기억될 거야. 늘 과로에 시달렸임선혜던 너, 이제는 편히 쉬렴”이라는 글과 함께 연주했던 영상을 올려 그리움을 전했습니다.
고인의 생전 마지막 무대였던 지난 4일 공연을 함께한 소프라노 임선혜 씨는 “혁주씨 생각 없이 이 노래를 하긴 힘들 것 같다”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애도의 글에도 나오지만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손가락이 문드러질 정도로 연습했고 진지한 사람이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 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로로 인한 심정지로 사인이 지목되고 있는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돌연사라 충격적입니다.
나의 친한 친구 남편도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분도 있고, 지인의 아내는 퇴근하다가 자신의 차 속에서 심장의 통증으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돌아가신 분도 있습니다. 심장마비로 죽는 일은 본인은 심장이 정지된 것도 모르고 죽게 되니까 큰 고통 없이 순간적인 일이지만, 이별의 예감도 못하고 남겨진 사람들에겐 긴 고통의 시간을 안겨줍니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천재 바이올린리스트를 애석하게 보내고 아까운 마음이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은 얼마나 비통하겠습니다. 극한의 스트레스와 과로는 모든 분들이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악도 생명이 있고 난 후에 즐길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건강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씨의 명복을 빕니다.

1 Comment

  1. 김수남

    2016-10-14 at 11:15

    너무 슬픈고 애통한 소식이 참 가슴 먹먹했습니다.언니가 올려 주신 것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정말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안타깝습니다.그를 기억하고 그의 연주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 가슴에 오래도록 고이 간직 되리라 믿습니다.너무도 아까운 나이에 너무도 아쉽게 떠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님이 새론 땅에서 더욱 평안히 안식하길 기도합니다.오늘도 살아 있는 자로서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생의 마지막이 언제 일지 우리가 알지 못하기에 매일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순이언니도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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