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가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밥 딜런이 본인의 노랫말을 직접 썼는데, 노래 가사가 시적이고 책도 쓰고 해서 문학상이 타당하다는 사람과 가수가 문학상을 받는 것은 너무 의외라고, 납득할 수 없다는 문학계의 반발이 심해서 다른 상과는 달리 시끄럽습니다. 물리학상이나 화학상 같은 것은 누가 탔던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데 유독 문학상에서는 선정 과정을 문제 삼는 것 같습니다.
난 개인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읽어야 하는 숙제를 안 해도 되어 가수가 탔다고 하니 홀가분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유로 전혀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은 사실 고역이었거든요. 그래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쩐지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작가의 책은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매년 사서 읽어봤었는데 그런 부담감이 없어서 밥 딜런의 문학상 수상은 마음에 듭니다. ( 새삼스럽게 밥 딜런의 노래를 유튜브에서 찾아 몇 곡 들어봤습니다. )
노벨 문학상의 의외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윈스턴 처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윈스턴 처칠을 정치가로 알고 있어서 그가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니 착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진짜 1953년 윈스턴 처칠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논란이 상당했을 것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찾아보니 처칠은 수단 분쟁 참전을 바탕으로 쓴 “강의 전쟁”을 비롯한 몇 권의 역사서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2차 세계대전은 전쟁을 이끌었던 사람이 직접 썼다는 것에서 희소가치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2차 대전 회고록은 끔찍한 전쟁을 진두지휘한 사람으로서 보고 듣고 겪었던 생생한 현장과 경험, 그리고 여러 고뇌가 마치 우리가 직접 느끼듯이 제대로 잘 그렸고 그 책을 읽었던 독자들 반응도 굉장히 좋았답니다. “무기여 잘 있거라.” 못지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노벨 문학상의 문을 두드린 것도 1953년이 처음이 아니었고. 1946년부터 8년간 스웨덴 작가들의 추천을 받아 계속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정치인이 되었기 때문에 수상자 선정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받은 면도 있었다는군요.
1953년, 당시 노벨 문학상 후보로는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비롯하여,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 등이 있었는데, 쟁쟁한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예상치 못한 인물이 상을 탄 것에 대해 영국이라는 강대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밥 딜런이 미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평과 비슷한 이야기지요. 지금처럼 SNS가 없어서 즉각적인 반응들이 취합되지는 않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해 두고두고 논란을 했고, 특히 문학계에서 비판의 날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면서 쓴소리를 많이 했다고 하는군요.
그로 인해 지금까지도, 1953년 노벨 문학상이 가장 잘 못 수여된 상이라고까지 이야기했지만 오랜 시간 속에 묻혀 버렸습니다.
나는 처칠을 좋아했는데 웃기게도 그의 잠에 대한 명언 때문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새벽이면 오빠와 나를 깨워서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잠이 많은데 그때는 정말 새벽에 잠을 깨우면 화가 날 정도로 싫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반항하려는 것이 아니라 잠이 많은 나로서는 그 달콤한 새벽잠에서 매일 깨어나야 하는 것은 고문이었습니다. 장남인 우리 오라버니는 아버지께 순종을 잘 하는 착한 아들이라 아버지가 깨우면 순순히 일어나 세수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했지만 난 화장실에 가서 20분 이상을 쪼그리고 앉아서 자다가(!) 나왔습니다. 지금처럼 양변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재래식 화장실에 꾸벅꾸벅 졸다가 빠지지 않은 것이 기적입니다. 그렇게 잠을 이기지 못했는데 어느 날 오라버니가 윈스턴 처칠에 관한 책을 읽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자기 방문 앞에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깨우지 말라.”이렇게 써서 문고리에 붙여놓고 잠을 잤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멋지고 마음에 들던지 나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수면에 방해받지 않고 잘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별 걸 다 결심했습니다. ^^)
윈스턴 처칠은 정말 잠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내 활력의 근원은 낮잠이다. 낮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뭔가 부자연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리라.” 이런 말도 했고, 자주 의회에 지각하는 자신을 타박하는 다른 의원에게 “너도 나처럼 이쁜 마누라 있어봐,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나” 이랬다고 하니 정말 매력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잠자는 것을 좋아하는 게으른 사람이라, “새벽 형 인간이 성공한다.” “촌음을 아껴 써라,” 이런 말을 싫어합니다. 난 성공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라 잠만 많이 자면 인생이 불만이 없습니다.ㅎ
노벨 문학상의 의외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잠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잠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처칠이 잠을 좋아한다고 해서 나의 잠 많은 것을 변명 겸, 잠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cecilia
2016-10-15 at 16:38
순이님 이야기를 읽다보니 옛생각이 나네요.
저희는 집안 식구 모두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집이어서
초등학교때 친구가 집앞에 와서 학교 같이 가자고 깨우면 일어나서
준비하고 가곤했었죠.ㅎㅎ 프랑스에서 와서보니까 아침 8시면 새벽이고
주말은 보통 12시까지 침대에서 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저희 아버지는 잠을 많이 자도록 내버려 두라고 하시는 분이었어요.
나이들면 잠이 없어진다고 젊어서 자고싶은대로 자게 두라고 하시는 분이었어요.
김수남
2016-10-15 at 23:19
네,순이언니! 잠에 대한 이야기는 다들 한마디씩 할 추억들이 있겠어요.저는 농사지으시는 부모님이셔서 온 식구가 항상 새벽 일찍 잘 깼어요.그런데 겨울에는 학교 갈 준비는 해야되는데 안방 부엌에서 어머니께서 아침 밥을 하신다고 무쇠솥에 밥을 하시면서 아궁이에 지피는 불이 다시 방바닥을 따뜻하게 해 주기에 일어나기 싫어하고 가끔 사랑방에 자다가 아버지 소죽 끓이시는 불이 지펴져서 따뜻해지면 정말 일어 나기 싫어서 엄마가 몇 번 불러야 일어나곤 했습니다.캐나다 와서 사니까 따뜻한 온돌방 방바닥이 종종 그리워집니다.
어릴적 이야기와 우리들이 살아 온 이야기만 써도
언니나 위블 가족들 중에 노벨문학상 후보감들 많습니다.저도 그 안에 포함 시켜서
즐겁게 읽고 쓰는 행복을 매일 더 누려봐야겠어요.
처칠이 노벨 문학상 받은 것은 언니 덕분에 처음 알았어요.
글쓰기가 너무 즐겁지요?
저도 저의 취미이자 특기이니 감사해요.
문학상은 심사 위원들에 따라 좋은 작품으로 선정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을 뿐입니다.모든 작품은 나름대로 다 의미있고 좋은 작품입니다.
마음을 담아 따뜻하게 사랑으로 쓰는 글은 읽는 사람들을 성장시키고 변화시켜갑니다.공감도 얻게 되고요.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아 내시는 위블로그 모든 분들은 이미 훌륭한 작가이십니다.
즐겨 쓰다보면 또 상을 받는 기회도 있게 되고요.
언니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벤자민
2016-10-16 at 12:28
네 말씀대로 노벨상 중에
제일 좀 애매한게 문학상이고 그보다 더 애매한게
평화상이겠죠 이건 깨놓고 로비활동을 하잖아요
또 특히 일부 문학상 수상자들 중에는 사생활이
별로 문학적이지 못한 사람들도 더러더러 잇었죠 ㅎㅎ
사실 평화상의 경우는 기준이 뭔가 싶을때도 많지요
아마 트럼프 같은 사람도 만약에 미국 대통령만 된다면
몇년 지나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를거에요 ㅎㅎ
처칠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척 훌륭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호주사람들은 별로라고 생각하지요
전쟁중에 작전 실패로 애매한 호주군인들 많이 죽였어요 ㅎㅎ
睿元예원
2016-10-16 at 14:44
저도 밥 딜런이 문학상을 탄것에 대해
좀 로또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문학에만 몸 담아 온 사람들한테 실망을 주었으리라 보여지니요.
저의 아버님은 잠이 많아서 늦잠을 자는 제게 개우는 방식이
방문을 다 열어 놓으시고 햇살이 방안에 가득 들어오게 하시는 거였지요.
마당을 쓸고 집안 일 하는 소리에 깨게 하셨습니다.
엉덩이를 하늘로 향해 쳐들고 뜸을 들이다가 일어나던 생각이 납니다.
아아~~그리운 아버지입니다. ㅋ
김영옥
2016-10-19 at 11:32
수니샘 글을 읽을 때는 마치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 처럼 따뜻한 정이 흐르죠.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수수하고 소박한 단어들로 정감어린 표현은 마치
피천득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 느끼는 감정과 같다고나 할까요.
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이야기꺼리를 재미있게 풀어 글로 올려 주셔서 휠링을 합니다. 권혁주 애도의 글 감사하고, 샘~ 다음 음악회에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