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부부가 돈 버는 재미에

요양병원엔 병실에서 24시간 환자와 같이 생활하면서 상주해 있는 공동간병인 제도가 있습니다. 병원에 단기적으로 입원했을 경우에는 개인 간병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 간병비가 하루에 7~8만 원을 하기 때문에 요양병원에서 장기적으로는 개인 간병을 쓰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많아서 어렵습니다. 병원비를 제외하고도 한 달 개인 간병 비만 300만 원 정도 됩니다. 그러니 웬만한 가정에서는 공동간병인 제도를 이용하는데 같은 병실 환자들이 공동으로 간병인 비용을 대는 것입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분들이 단지 인지장애로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워서 입원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인지부조화로 인한 이차적인 문제로 낙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낙상사고로 인한 골절로 장기 치료를 요하는 경우나 당뇨 고혈압 관절염 같은 성인병의 악화, 뇌졸중 편마비와 피부 문제 식이장애 등으로 입원합니다. 거기에 따른 와상문제로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일이 간병인의 가장 큰 난제입니다. 간병인 한 명이 5~6명의 어르신을 돌보게 됩니다.
간병인

우리 병원의 일반 병실에는 한 명의 간병인이 있고 중환자실에는 간병인 두 분이 상주해 계시는데 부부가 근무하는 팀이 있습니다. 60대 후반의 조선족인데 부부가 아주 다정하게 일을 합니다. 기저귀를 갈고 체위를 변경하고 환자를 휠체어에 태워 이동하고 하는 일을 하는데, 하루 24시간 병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하다 보면 힘들기도 하고 짜증도 날만 한데 한 번도 부부가 싸움하는 것을 못 봤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잔소리를 해도 그냥 허허 거리고 웃기만 하고 아내를 끔찍이 위합니다. 축 처진 환자를 안아서 휠체어로 옮기는 일 같은 힘든 일은 남편이 도맡아 하고 아내가 병원에서 먹는 밥을 식상해하면 전기밥솥에 밥을 해서 중국식 요리를 해서 아내를 대접합니다. 우리나라 장조림 비슷한 요리인데 돼지고기와 메추리알 야채 같은 것을 넣고 중국향이 나게 간장에 조려서 만든 음식을 아내에게 먹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를 섬기는 모습입니다.) 조선족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중국에서 나서 자랐기 때문에 중국음식에 대한 향수를 그렇게 달래는 것 같습니다.

간병인 내외분은 병원에서 숙식이 해결되기 때문에 월급은 고스란히 저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공무원을 지냈고 연금을 타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어렵지 않은 생활이지만 내외가 돈 버는 재미로 벌써 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5년짜리 비자를 받아서 왔기 때문에 앞으로 2년 정도 더 일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대게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돈 벌러 오신 분들은 돈에 관해서는 무섭습니다. 수당에서 몇 백 원이 차이가 나도(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오는지조차 모르는데) 따져 들고 다른 곳에서 조금만 더 준다고 해도 여태 일하던 곳을 뒤도 안돌아 보고 갑니다. 저분들이 과연 의리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부는 병원에 감사하고 원장님께도 늘 감사 인사를 합니다.
“원장님이 월급을 주셔서 우리가 부잡니다.”
이러며 월급통장을 보여주기도 하고 감사해하는 모습은 보기에 흐뭇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간병인을 오래 하신 분들은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을 필요로 하고 간병인이 없으면 안 되는 시스템을 알기 때문에 경험이 쌓인 분들은 “여기 아니며 일 할 곳 없을까 봐? 뱃장들이 생겨서 철새처럼 옮겨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부부는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모릅니다.

이 부부는 일 년이면 오천만 원 정도를 저축한다고 합니다. 일반 병실과 달리 중환자실은 수당이 더 있어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한 분이 250 정도 라면 내외가 합하면 500만 원이 되는데 일 년이면 6천을 버는 것입니다. 한 해에 천만 원은 쓴다고 해도 오천 정도의 저축은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게 내외가 5년을 일하고 돌아가면 거액을 저축해서 가는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돈 버는 간병 일을 한국인은 왜 못하는 가하는 문제가 있는데 어쩐지 우리나라 사람은 같은 한국 사람 끼리라서 그런지 간병 일을 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봅니다. 간혹 우리나라 아주머니께서 간병을 하겠다고 오는데 오래 견디지 못하고 떠나더군요. 같은 문화에서 살아서 그럴까요? 인지가 심하게 훼손 된 어르신들도 이상하게 욕은 끝까지 잘하는 분들이 많은데 간병인을 향해 “거지같은 ㄴ.” ” 종ㄴ” “도둑ㄴ” 이런 욕을 들으면 아무리 치매 어른의 욕이라고 해도 자존심을 상해하고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중국교포들은 그런 욕을 그렇게 심각하게 듣지를 않습니다. 그냥 외래어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감정노동이 덜 해서 견디기 쉬울 수도 있습니다. 대소변을 받아 내는 일도 간병인을 기피하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성인의 대소변을 만지는 일이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월남 전쟁과 독일과 중동에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외국까지 가는 것은 거의 돈 때문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가 좋아져서 외국인들에게 어려운 일을 시키고 살지만 앞으로 어려운 일이 닥치면 우리 자녀나 그다음 세대는 어떻게 될까 우려되는 면이 많습니다. 자조적으로 나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이나 동남아인에게 발 마사지를 해 주고 살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3 Comments

  1. 데레사

    2016-10-17 at 17:40

    삼성병원 6인실에서 네명이 간병인을 썼어요.
    그 네분중에 한분이 조선족이었는데 이 분이 제일 성실하고
    친절하고 부지런했어요.

    내게 온 간병인은 한국사람이었는데 이 아주머니가 꾀를 잘 부리고
    자리를 잘 비웠거든요. 그런데 그 빈 자리를 조선족 아줌마가 불평없이
    늘 대신해 주더라구요. 얼마나 고맙던지….

    순이님 병원의 그 두분도 성실하신 분인가 봅니다.
    부디 소원대로 돈 차곡차곡 모아서 중국으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2. 김 수남

    2016-10-18 at 11:36

    우리 나라의 요즘의 새론 모습을 잘 알 수 있는 글 감사합니다.요양원 가시지 않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시다 천국 가신 부모님들이 새삼 감사합니다.

    수니언니와 데레사 언니와 가족 분들 모두 항상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3. 비풍초

    2016-10-18 at 15:04

    요즘 다 조선족 간병인을 쓰려고 한다더군요.. 순국산 간병인과 확실히 다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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