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과 함께 가을이 한창인 호수 공원엘 다녀왔습니다.
일산이 신도시가 된지 20년 정도가 되어 호수공원의 나무가 크게 자라 우람한 나무들로 숲이 되었습니다. 호수공원뿐 아니라 일산의 가로수도 아름답습니다. 어떤 분이 설악산 단풍이 한창이라고 해서 갔었답니다. 막상 가서 보니 산꼭대기만 단풍이 있어서 좋은 단풍을 구경하지 못하고 돌아오는데 일산에 들어서자 가로수가 아름답게 물들어 있어서 설악산에서 못 본 단풍을 일산에서 봤다고 하면서 일산이 도시 조경이 잘 된 도시라고 하더군요. 도시 조경뿐 아니라 호수공원도 관리를 잘해서 일산 주민의 휴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호수공원엔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 운동을 위해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달리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이어집니다. 달리기 동호회 회원인 분들이 구릅으로 모여 달리고, 일선에서 은퇴한 노정객들이 삼삼오오 벤치에 모여앉아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호수공원이 일산 주민들에겐 보배입니다.
저도 시간만 나면 호수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게 되는데, 계절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는 풍경들이 아름다워 저절로 호수공원을 노래하게 됩니다. 봄에 벚꽃이 만발했던 나무에 단풍이 들고, 벌써 가을이 뒷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벚꽃 피었을 때 유모차 안에 누워있던 까꿍이는 그 나무에 단풍이 든 지금은 두발로 뛰어답니다. 붉은 낙엽이 양탄자처럼 깔려있는 위로 어린 아기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우리 아파트 놀이터 보다 넓고 놀이기구가 많아 신기한지 한 시간이 넘게 놀이터에서 놀았습니다.
우리 까꿍이가 이제 젖을 끊고 밥을 먹습니다.
20개월까지 젖을 먹이니까 밤 수유 때문에 아기 젖니가 상할까 염려도 되고 실제로 대문니 옆에 이가 유치 부식증으로 얼룩 해져서 치과에 가야 합니다. 한이도 20개월 넘게 젖을 먹었는데 괜찮은 것으로 보면 치석의 문제이지 야간 수유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른도 무서워서 가기 싫어하는 치과를 어떻게 아기가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까꿍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옷을 걷어 올리고 셀프 수유를^^ 할 정도로 자랐고 밥도 아무거나 잘 먹고 해서 젖을 끊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정서적으로 의존이 심해서 그걸 걱정했습니다.
까꿍이는 감기만 걸려도 찌찌를 물고 놓지를 않고, 졸려도 엄마젖을 물고자고, 자다가도 일어나 엄마 젖을 찾는 등 이제까지 엄마젖이 세상의 중심이었습니다. 까꿍이가 엄마젖에 접근금지가 되고 나면 잘 견딜까? 울다가 병이나 나지 않을까? 젖을 못 먹는 상황을 이해하고 용납이 될까? 이런 문제로 벼르고 벼르다가 까꿍이 엄마가 단유를 시작했고 그걸 보는 식구들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찌찌에다가 대일밴드를 붙이고 (아기들에게 대일밴드 효과는 대단합니다 ㅎ) 까꿍이가 젖을 찾을 때마다
“엄마 아야~” 하면서 울상을 지으면, 까꿍이는 슬며시 옷자락을 내려놓고
“엄마 아야~” 이러며 저도 몹시 곤란한 표정으로 돌아섭니다.
그래도 엄마가 찌찌가 다 나으면 줄줄 알고 그러는지 크게 보채지 않고 하루는 견디더니 이튿날부터는 짜증을 내더군요.
평생(!)에 처음 맞은 인생의 난관을 저도 견디느라 애를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엄마 젖을 먹으면서 얻는 정서적 안정이 큰데 그걸 못하니 얼마나 힘들고 짜증이 나겠어요?
형하고 놀다가 기분이 나쁘면 과도하게 뒤로 벌렁 누우면서 울기도 하고 밥을 먹다가 뱉기도 하면서 반항을 하더니 일주일 정도 지나자 서서히 극복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제 까꿍이가 젖도 끊고 해서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제 인생의 첫 고비인 단유에는 성공을 했지만 다음 단계인 어린이집 적응을 위한 일이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은 아기 때부터 크고 작은 난관을 넘어가며 자라는 것 같습니다.
더 춥기 전에 아기들과 호수공원을 한 번 더 가기로 했는데 다음 주에 일본 연수교육을 한 주간 다녀오고 나면 낙엽이 다 저버릴까 걱정이 됩니다.
윤정연
2016-10-27 at 01:10
까꿍이 엄마가 대단합니다…
한이도 두살가까이 젖을 먹이고 또 까꿍이도
그리 먹이니 어찌 아기들이 건강하지 않을수 있을까요?요즘 젊은 엄마들…물론 일도 하지만 유방이 미워진다고 모유수요 하지않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엄마가 젖을 먹이고 있으면 아가들은 한손을 꼭 찌찌를 만지는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수니님…참으로 따님들을 잘키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