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는 일본 요양병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후쿠오카에 있는 병원을 둘러봤는데 우리나라보다 20년 정도는 앞서서 고령화가 되어서 인지 요양병원 시설이 잘 되어있었습니다. 급성기 병원과 회복기 병원 만성 병원 등으로 세분화되어있고 이후에는 요양원 같은 규모의 시설과 잠은 집에서 자고 낮에만 돌봐드리는 데이케어 병동이 있고 재택 환자는 방문간호를 하는 등 노인들의 복지시설이 거의 완벽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일본 할머니들
우리나라 장기 요양 보험은 2000년에 시작했고 일본은 개호보험으로 3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유럽에서 보험 제도를 배웠고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험 제도의 골격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시행하고 있어서 시행착오를 덜 하는 면이 있습니다. 일본보다는 여러 가지로 뒤처진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우리가 따라 배울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은 국가 재정이 튼튼하지만 우리는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듯합니다.
일본 요양병원을 둘러본 개인적인 소회는 이렇습니다.
“생명 연장의 꿈”이라고 다들 말하지만 무작정 생명 연장이 좋기만 할까 하는 회의입니다.
나이 들어서도 가족과 함께 가족의 품에서 적당히 (물론 적당히라는 것이 애매한 말이지만) 살다가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의학의 발전과 요양 보험을 통해 너무 오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나 사회나 본인도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본 의료시설에 환자 300명에 직원 900명이라는 말을 듣고 너무 많은 젊은 인력을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일자리 창출이나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서는 의미 있지만 결국은 끝없는 소모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휠체어에 우두커니 앉아서 하루 종일 있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종이접기를 하면서, 좋은 목욕탕 시설에 좋은 음식에 1인실에서 (일본은 대부분 1인실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의 시중을 받으며 생명을 연장해 나가는 것이 어떤 면에서 슬프기까지 했습니다. 생산성이 있는 젊은 인력은 줄어들고 있는데, 노인을 부양하고 케어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앞날을 어둡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입니다. 저는 젊을 때 나라를 위해, 후손을 위해 일한 것이 있을까? 노후를 대접받을 만큼 무슨 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우울했습니다.
60세가 넘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래 살고 싶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60대에 부모님이 살아계시면 부모님은 대략 8~90대 의 연령이 됩니다. 집안에 노부모를 모시고 있어서 간호를 해야 하거나, 요양병원에 모셔놓으면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죄스럽기도 해서 마음 편할 날이 없다는 분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지면 육체의 쇠락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뇌졸중 당뇨합병증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낙상 같은 문제로 거동이 불편하기도 하고 가장 큰 문제는 인지저하가 오기 때문에 노인이 되면 거의 타인의 보살핌을 받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저의 할머니 회갑사진입니다. 1962도 사진인데 그 당시 60세는 노인 중에도 상노인입니다. 50대에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있었고 평균수명이 59세 정도라 회갑연이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돼지를 잡고 자녀들이 다 모여 성대하게 회갑잔치를 하는 모습을 어릴 때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구경까지 했습니다. 옆에 사진은 88세의 저의 어머니 현재 모습입니다. 회갑의 나이나 88세 미수의 나이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노화가 늦게 온다는 말이 되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65세부터 노인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이 기준을 70세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60대는 아직 일할 만 하고 체력이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내 친구들은 대부분 손자를 키우고 있습니다. 오래 일하다 은퇴를 했다고 해서, 연금을 받는 다고 해서 놀고먹는 일은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 몫을 다하고 사는 것이지요. 내 친구들은 황혼육아에 대해 거부감이 없습니다. 손자라도 키워줘야 자녀들이 직장에 나가니까 어찌 되었든 자녀에게 도움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니 일거리가 없이 일찍 노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일본 노인들 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데레사
2016-10-30 at 12:04
건강하게 오래사는건 좋지만 자기 신변정리가 안될때 까지
산다는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지요.
마음대로 안되는게 사람의 목숨이지만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도 없고, 일본의 노년들이 결코 부럽지만은 않네요.
윤정연
2016-11-03 at 05:42
일본이 확실히 선진국이라지만…그렇게 노인인구에 젋은사람의 보호를 받아야 된다는것이 놀랍네요.
저의 시어머님도 96세에 타계하셨지만 힘들이지 않고 한 보름정도 자녀들의 간병받으시다 돌아가셨어요…시아버님도 86세에 별고생 않고…그래서 남편과 저도 부모님 닮았으면~~하고 기도합니다…
바랄수만 밌다면…아버님 연세가 제일 좋을것 같습니다 (내맘대로 되면 축복이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