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으로 오래 우정을 지속하다가 결혼하는 친구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신부의 아버지가 유명한 앵커 출신의 정치인이라 청첩장에 “화환은 정중하게 사양합니다.”라고 해 놓았어도 문재인 추미애를 비롯한 많은 정치인의 화환이 보이더군요. 주말 오후 3시 결혼식이라 1시에 집을 나서서 전철을 타고 동대입구역에서 내리자 결혼식에 가는 하객들로 길이 가득해 보입니다. 주말에 성장을 하고 결혼식에 참여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결혼하는 신랑신부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오래 우정을 지속해 왔다고 합니다. 서로 너무 잘 알고 가까우니까 결혼 상대로는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이성으로 본 것이 아니라 친구로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에게 친구를 소개하는 소개팅도 여러 번 주선하곤 했답니다. 회사에 괜찮은 남자가 있으면 오늘의 신부에게 사귀어보라고 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신부는 자기 주변에서 어울릴만한 여자가 있으면 신랑에게 미팅 자리를 마련해 주었답니다. 아무리 소개를 받아도 맘에 드는 사람들이 없어서인지 인연이 아니라서인지 관계가 성사되지 않고 그러는 사이에 둘 다 결혼이 늦어져서 35살이 되었습니다.
내 친구도 여러 번 아들에게 선을 보자고 주선을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응하지를 않더랍니다. 우리 친구들도 좋은 신랑감이라서 중매를 하려고 했지만 본인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친구 아들은 전자회사에 다니는데 해외 출장이 잦고 바빠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부모로서는 아들 결혼이 늦어져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결혼을 하겠다고 해서 신붓감을 보니 초등학교 동창이고, 잘 아는 아이더랍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가 물었더니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있더랍니다.
신랑은 회사 출장으로 스위스에 갔고 신부는 회사를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에 스위스로 여행을 갔는데 정말 어느 곳에서 영화처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둘이는 우정을 넘어서 사랑이 싹트게 되었고 서로 운명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스토리입니다.
결혼식은 주례가 없이 사회자의 안내만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신랑신부가 졸업한 초등학교 전교 어린이 회장이었다고 사회자가 본인 소개를 해서 하객들이 모두 웃었습니다. 신랑 부모님이 손을 잡고 먼저 입장을 하고, 신부 부모님이 다음에 입장을 해서 촛불점화를 했습니다. 여태는 양가 어머니들이 했는데, 부모가 다 촛불 점화를 하는 모습이 새로웠습니다. 예물 반지를 교환하고 성혼 선언은 신랑의 아버지가 했습니다. 자녀의 성혼선언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멋지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축사는 신부 아버지가 했습니다.
유명 앵커 출신답게 차분한 목소리로 하객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시를 한편 낭독해 주었습니다.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의 “진정한 여행”이라는 시입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 비로소 진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신부의 아버지는 시 낭독 끝에 신랑신부를 향하여 “너희 둘만의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기 바란다.” 라는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멋진 축사였습니다. 23년간의 우정으로 맺어진 결실이라 앞으로의 인생 여정이 충분히 아름답고 복될 것입니다.
우리 친구들은 결혼식을 핑계로 만난김에 동창 모임을 합니다.
김수남
2016-11-07 at 11:27
참으로 아름다운 신랑 신부이네요.행복하게 잘 살거에요.
하객으로 오신 분들 중에 단연 순이언니가 제일 화사하시고 고으십니다.가슴의 핑크 꽃이 언니의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합니다.결혼식 가서 친구 분들도 만나고 즐거운 나들이 하신 것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