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을 보니 사치가 심하다는데

내가 아는 어떤 숙녀가 결혼을 전제로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뭐하나 물어봐도 되냐?”고 하더랍니다. 하도 정색을 하고 물어봐서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나 해서 덩달아 긴장을 하고 들었더니 “어머니가 우리 둘이 결혼을 시켜도 될까 해서 궁합을 봤는데 네가 사치가 심해서 좀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하더래.” 그러면서 ” 정말 너 사치가 심해?”라고 하더랍니다. 그 말을 들은 숙녀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답니다. 대답 대신 여자가 웃기만 하자 그 웃음을 비웃음으로 여겨 못 마땅하게 여긴 남자가 화를 내며 가더라는 겁니다. 눈앞에 실체를 두고 점쟁이의 점괘를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아내 될 사람이 사치가 심해서 문제가 될 것 같은지 아닌지는 본인이 알지 않겠어요?

사치라는 것은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5~6개월 데이트를 했으면 상대가 사치한지 안 한 지는 경험으로 판단이 설 것이고, 자신의 본 것을 가지고 어머니를 설득하는 것이 맞지, 상대에게 “너 정말 사치하냐?”라고 묻는 것은 너무 유치하고 어리석어 보여서 웃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점쟁이가 점괘에 “여자가 사치하다.”고 나왔다고 해서 어머니는 그 말을 믿고 아들에게 며느릿감을 험담하듯이 얘기하고 아들은 상대에게 사치하냐고 묻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숙녀는 결혼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는 정말 사술이 많았습니다. 사술은 남을 속이는 수단으로 무능력자가 자신이 능력자임을 믿게 하기 위해 쓰는 술책입니다. 서로가 어둡던 5~60년대에는 무속인들이 서민들의 삶을 지배하다시피 했습니다. 무속인에게 물어서 길일을 택해 이사를 하고 결혼식을 하고 병을 낫게 하기 위해  굿을 했지만 삶은 여전히 궁핍하고 괴로웠습니다. 미신을 타파하자고 정부에서 나서서 국민을 계몽하고 교육을 한 덕택에 어지간한 사술에서는 다 벗어난 듯싶은데 아직 결혼을 앞두고 궁합은 여전히 보고 있나 봅니다.

요즘 국가가 혼란에 빠진 것도 이런 사술 때문이라 국민들이 다 걱정을 하고 있는 이때에 국민안전처장관 내정자가 서울 도심에서 열린 ‘굿판’에 참석하고, 저서에서 47차례에 걸쳐 ‘전생 체험’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 장관은 국민 안전처를 대표하는 직위입니다.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사무를 통괄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하며 재난안전 관리를 총괄하며 재난대응 중앙소방 해양경비안전에 관한 일을 관장하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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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가 지난 5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나라를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이른바 ‘구국 천제’ 기도회를 주최한 단체 부총재이자 진행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하는 뉴스 속에서는 박수무당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행사 당시 나라의 안녕을 비는 굿판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라의 안정을 굿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내정자 본인의 해명으로는 “‘구국 천제’ 기도회 행사는 전통 천제를 재연하는 문화행사에 재능 기부 차원으로 참석한 것이며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부총재이자 진행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서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행사라고 할 수 있고, 모르면서 그런 곳에 가서 기도문을 낭독하고 그러는지? 단군에게 우리나라를 문화대국 경제대국으로 만들어 달라고 기원하는 내용을 담은 국구 대제전 천제 고유문을 직접 읽어 놓고는 그런 말을 하면 단군도 속이고 국민도 속이는 말이 됩니다.

또  ‘사랑은 위함이다’라는 저서에서 자신이 명상을 통해 47여 차례에 걸쳐 이른바 ‘전생 체험’을 하고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인 전봉준 장군도 만났다고 하고 “죽으면 영혼이 메모리칩 2개를 갖고 하늘로 가며 하늘에는 자기 영혼의 블랙박스가 있다”고도 합니다.

요즘같이 사교 사술에 나라가 휘청거리고 있는 이때에 이런 내정자를 골라서 국민 앞에 내놓는 것은 기만도 아니고 오기도 아니고 국민을 절망하게 만드는군요. 국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촛불을 들지 않고도 평안하고 안정된 일상이 되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국민의 삶이 풍요로울 수 있도록 따뜻한 정치가 이루어지는 나라를 희망해 봅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11-08 at 11:39

    정말 어이가 없어요.
    어째서 이 정부는 내놓는 사람 마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인사가 많은지 참으로 신기힐
    정도입니다.
    저사람도 안됩니다.
    안전처의 일이야말로 과학의 토대위에서
    진행되어야죠.

  2. 익명

    2016-11-09 at 20:08

    그렇습니다. 신기하리만치 이 정부는 정부요인에 이상한 사람들만 골라 뽑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걸로 보아,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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