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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소설가 이병주 씨가 조선일보에 “바람과 구름과 비”라는 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신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연제를 당분간 쉬겠다.’고 해서 어디 가 아픈지, 여행을 가시는지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 뉴스가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데 누가 신문 연제 소설을 읽겠느냐고 하더라는 겁니다. 나 같은 사람도 신문을 받아 들면, 4컷 만화와 연제 소설부터 찾아 읽곤 했지만 이철희 장영자 씨 사건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소설의 소소한 재미와는 비교가 안 되었던 것입니다.
이병주 씨는 한국 문단에서 가장 늦은 나이에 등단한 소설가로 꼽힙니다. 1965년 만 44세 때 종합월간지 ‘세대’에 발표한 중편소설 ‘소설 알렉산드리아’가 그의 데뷔작입니다. 늦게 데뷔하기는 했지만 소설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과 체험을 바탕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행복어 사전, 지리산 등 그분의 소설이 정말 재미있고,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이병주 씨 소설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이철희 장영자 씨 사건이 더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웠던 것입니다.
건국 이후 최대의 금융 사기 사건이라고 불리는. 전두환 대통령의 처삼촌의 처제였던 장영자 씨가 중앙정보부 차장을 지낸 남편 이철희 씨와 함께 권력을 배경으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접근하여 어음을 받아내어 거액의 자금을 조성한 희대의 사기 사건입니다. 검찰 조사가 이루어질수록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사기행각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 규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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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뉴스에 오르내리는 줄기세포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황우석 박사가 세계 최초로 체세포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하여 국내외적으로 대단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난치병 환자들의 기대는 대단했습니다. 황우석 박사는 그 당시 우리나라의 사람들의 우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매스컴에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연구결과가 사기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지금도 황우석 박사를 사랑하는 모임이 있고 여전히 신뢰를 가지고 있는데 사실 과학이라는 것이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많은 가설을 통해 연구와 실패를 거듭하게 됩니다. 황우석 박사는 여론에 쫓겨 성과를 미리 발표하게 되어 사기로 비난받게 되었습니다. 나는 황우석 박사를 믿고 기다려 주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괜히 쪽박을 깨는 통에 다른 나라에서는 줄기세포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그것을 합법화해서 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내 친구 중 한 명이 유방암 수술을 받았는데 항암제 사용으로 인하여 몸이 망가지자 자가 줄기세포 배양 주사를 맞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줄기세포주사가 불법이라 일본이나 중국에 가서 맞고 오는데 돈이 어마어마하게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으로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 해치지 말고 조금 기다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매스컴이 들고일어나는 통에 우리나라는 어마어마한 손해를 봤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005년 11월, MBC ‘PD수첩’프로그램에서 사이언스에 실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자, 결국 서울대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을 재검증했고. 서울대 조사 위원회는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고의로 조작됐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황 교수는 교수직을 사임했습니다. 온 국민이 달려들어 도덕성을 논하고 흑백을 가리느라 싸우는 동안 다른 나라에서는 줄기세포 연구에 더욱 열심이었습니다.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한 줄기세포로 당뇨병, 파킨슨병, 관절염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손상된 조직이나 기관에 이식하면 면역 거부 반응의 우려가 없이 정상적인 세포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합법화하고 연구를 밀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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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씨의 “부초”라는 소설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탄광촌에 고위 공무원이 시찰을 나갑니다. 탄광촌 사람들은 그 공무원이 정부에서 뭘 도와줬으면 좋겠냐고 묻자 이것저것 건의를 합니다. 공무원은 진실 된 태도로 민원을 듣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은 승용차에 안락하게 몸을 눕히는 즉시 탄광촌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다 잊어버립니다. “그것이 제복의 속성이다.” 이렇게 썼는데 그것 때문에 필화를 겪습니다. “소설의 내용이 국가나 공무원을 비난하는 것 아니냐? 제복은 누굴 뜻하느냐? 문제를 삼아 문초를 엄히 당했다고 합니다.

지금 저 정도의 이야기는 아무런 자극도 되지 않잖아요? 정치적으로 민감하던 시대는 그랬다고 합니다. 요즘엔 청와대 식수를 끊는다는 말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확실히 자유롭기는 한데 입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대통령과 그 권력에 붙어서 자신의 사욕을 챙기던 사람들을 비난하느라 열심입니다. 욕을 아무리 해도 시원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다가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합니다.
나는 언제나 우리나라 편이고 우리 대통령 편이었는데 지금은 대통령 편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비난하는 편에 함께 서지는 않겠습니다. 나 혼자 라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조용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온 국민이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뉴스에서 이제는 자중하고 숨을 골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언론도 흥미 위주로 뉴스를 만들기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가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시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